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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1] 그가 처음 샌더스키를 만났을 때 그는 11~12세 정도의 미성년자였다. 샌더스키는 그에게 수차례 오럴 섹스를 강요했고 그 역시 한 차례 샌더스키에게 오럴 섹스를 했다. 그가 샌더스키 집에서 잘 때 샌더스키는 그에게 입을 맞추고 성기를 만졌다. 샌더스키는 그에게 골프용품, 컴퓨터, 운동복, 정장을 사줬고 현금도 주었다. 또 레스토랑, 호텔 풀장에도 데려갔다.

 

[피해자2] 2002년 3월 1일, 밤 9시 30분. 대학원 조교가 샤워장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10세 정도 되는 알몸의 소년이 양손을 벽에 올리고 있었다. 소년 뒤에는 역시 알몸의 샌더스키가 항문 성교를 하고 있었다.

 

[피해자3] 올해 24세인 피해자는 7~8학년이었을 때 샌더스키를 만났다. 그는 샌더스키와 함께 체육관에 가서 운동도 하고 샤워도 했다. 샌더스키는 그의 등을 문지르기도 하고 머리를 감겨주거나 꼭 껴안기도 했다. 그가 샌더스키 집에서 잘 때 샌더스키는 침대로 들어와 등을 문지르거나 간지럼을 태웠다. 또 그의 다리 안쪽을 문지르거나 반바지 운동복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성기를 만졌다.

 

[피해자4] 올해 27세인 피해자는 12~13세였을 때 샌더스키를 알았고 샌더스키로부터 반복적으로 강제 성교를 당했다. 또 학교 풋볼 건물 안에서 손으로 성추행을 당하기도 했다. 샌더스키는 그에게 옷과 스노보드, 나이키 신발, 골프채, 풋볼유니폼, 아이스하키 용품 등을 사주었고 아이스하키 레슨, 각종 스포츠행사 입장, 축구 캠프에도 등록시켜 주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이하 펜스테이트)의 풋볼 수비 코디네이터였던 제리 샌더스키의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룬 대배심의 23쪽짜리 '인정사실(finding of facts)' 보고서 중 일부다. 여기에는 이름도 없이 숫자로만 표기되는 '피해자1'부터 '피해자8'까지의 추악한 증언들이 가득하다.

 

미국판 도가니 사건으로 불렸던 펜스테이트 스캔들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피해자 숫자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새로운 비리도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밝혀진 뒤 대학 풋볼의 상징이자 전설이었던 펜스테이트 풋볼팀의 조 퍼터노(84) 감독은 해고당했고 그레이엄 스페니어 총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퍼터노 감독은 46년 동안 펜스테이트 풋볼팀을 이끌며 최초로 400승을 거둬 지난해 최다승 감독이 된 인물이다. 그는 두 차례(1982, 1986) 내셔널 챔피언에 올랐고 '대학 풋볼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다. 펜스테이트 풋볼경기장 앞에는 그의 동상도 서 있다.  

 

감독 해임에 분노한 "우리는 펜스테이트"

 

펜스테이트에는 수용 인원이 10만6572명인 '비버 스타디움'이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를 지낸 제임스 비버의 이름을 딴 이 경기장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크다. 펜스테이트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이 경기장은 10만여 명의 학생과 동문, 팬들로 가득 찬다. 

 

경기장에는 펜스테이트를 응원하는 "우리는 펜스테이트(We are Penn State)!" 구호가 힘차게 울려 퍼진다. 한 편에서 관중이 "우리는(We are)!"이라고 외치면 맞은편에서 "펜스테이트(Penn State)"라고 화답하는 이 응원은 펜스테이트의 오래된 전통이다. 하지만 펜스테이트의 이 응원 구호가 풋볼경기장이 아닌 곳에서 울려 퍼진 최근의 사건은 많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11월 10일, 수천 명의 펜스테이트 학생들은 조 퍼터노 감독의 사임이 발표된 뒤 거리로 쏟아져 나와 "우리는 펜스테이트"를 외치며 밤늦게까지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퍼터노 감독의 해임에 항의하여 "조는 가면 안 돼", "우리는 조가 돌아오기를 원해", "We ♥ JoePa"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퍼터노 감독의 집도 찾아갔다. 시위 학생들은 펜스테이트 사건을 취재하는 언론에 적개심을 보이며 방송국의 취재 차량 밴을 뒤집기도 했다.

 

사람들은 학생들의 과격한 시위에 어리둥절했고 우려의 눈길을 보냈다. <로이터통신>은 "펜실베이니아 밖에 있는 많은 미국인들은 이런 시위에 대해 당혹스러워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감정적인 표출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의 초점은 퍼터노 감독이 지휘하고 있는 동안 조감독에 의해 아동 성폭행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맞춰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부 누리꾼도 펜스테이트 학생들의 시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며 이들의 시위가 성폭행 피해자의 상처보다는 풋볼 승리와 학교 이미지, 학교 브랜드만을 소중하게 여기는 잘못된 태도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음은 CBS뉴스의 '퍼터노게이트를 넘어서'에 실린 한 누리꾼의 댓글이다.

 

"범죄자를 찬양하는 일을 언제쯤 멈출 것인가. 퍼터노 감독은 샌더스키처럼 죄를 지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순진한 소년들이 무려 9년 동안이나 야수의 피해자가 되도록 허용한 범죄자이다. (기자: 2002년, 당시 대학원생이던 맥쿼리가 샌더스키 코치의 성폭행 사실을 퍼터노 감독에게 알렸다. 하지만 퍼터노 감독은 자신의 상관에게만 보고했을 뿐 경찰에는 신고하지 않았다.)

 

그동안 퍼터노 감독이 대학 풋볼을 위해 한 일은 훌륭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는 이번 사건으로 타격을 입은 게 확실하다. 퍼터노 감독은 어린 소년들에게 죄를 지었다. 그는 자유의 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직무태만과 범인을 도운 혐의로 기소되어야 마땅하다. 아울러 언론에서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일보다 범죄자에 대한 장밋빛 기사를 쓰는 일을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 (john5673)

 

오바마 대통령도 펜스테이트 사건에 관한 질문을 받고 "가슴 아픈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사건은 대학 스포츠의 차원을 뛰어넘어 모든 교육 기관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학교 브랜드를 보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며 우리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던 거야?

 

펜스테이트 사건이 터진 뒤 많은 사람들은 샌더스키에 의한 아동 성폭행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어 했다. 즉, 사건이 처음 발생한 것이 언제였는지, 누가 알고 있었는지,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궁금해했다. CNN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 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는지(Who knew what when?)" 밝혀야 한다고 보도했다.

 

언론이 제기하는 의문은 우선 피해자의 정확한 수와 성폭행의 발생 시점 등이다. 'FOX 29'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샌더스키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수는 대배심의 인정사실 보고서에 나온 8명보다 훨씬 많은 20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또한 샌더스키의 성폭행 시점도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전인 1970년대라는 주장이 이 사건을 맨 처음 보도한 <패트리어트 뉴스(The Patriot-News)>에 의해 제기되었다.

 

경찰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샌더스키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것은 2008년 봄이었다. 센트럴마운틴 고등학교 1학년이던 '피해자1'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이 샌더스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피해자1'은 2005년경부터 샌더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보고되었다.

 

샌더스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은 모두 샌더스키가 1977년에 만든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자선단체인 '더 세컨드 마일(The Second Mile)'을 통해 샌더스키를 처음 만났다. '청소년들에게 도움과 희망을'이라는 구호를 내건 '더 세컨드 마일'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선 단체의 '빛나는 모범 사례'로 칭송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샌더스키는 이곳에 온 청소년들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불명예 퇴진을 했고 현재 이 단체는 폐쇄될 위기에 처해 있다. 

 

한편, 보석으로 풀려난 샌더스키는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NBC의 뉴스매거진 프로인 '록센터(Rock Center)'에서 밥 코스타스와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아동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 당신은 소아성애자(pedophile)인가?

"아니다."

 

- 당신은 어린 소년들, 미성년자들에게 성적으로 끌리는가?

"나는 다만 아이들을 좋아할 뿐이다.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어린 소년들에게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다."

 

- 당신은 미성년자 소년들과 부적절한 성 접촉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가?

"그렇다. 나는 소년들의 성기를 만지지 않았고 오럴 섹스도 하지 않았다. 나는 결백하다. 나는 훈련 후에 아이들과 함께 샤워하며 그들을 껴안아 주고 다리를 조금 만졌을 뿐이다. 아이들과 장난을 쳤을 뿐이다. 어떤 성적인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

 

거대한 비즈니스 대학 풋볼, 피해자를 키운 건 아닐까

 

샌더스키의 성폭행 사건은 이미 2002년에 퍼터노 감독에게 보고되었다. 퍼터노 감독은 이 사실을 직속상관인 체육 디렉터 팀 컬리에게 보고했고 재정 담당 부총장인 게리 슐츠에게도 보고했다. 게리는 당시 캠퍼스 경찰을 감독하는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샌더스키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사건 관계자 모두 입을 다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 때문에 더욱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샌더스키에게는 40개의 혐의가 적용되었다. 만약 이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면 그는 종신형을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큰 사건이었는데도 학교 관계자들은 모두 침묵했던 것이다. 왜? 그들은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을까? <로이터통신>에 실린 기사를 통해 이런 의혹에 대한 단서를 엿볼 수 있다.

 

"대학 풋볼은 미국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이다. 풋볼은 늦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수많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은다. 또한 대형 경기장도 가득 차게 만든다. 풋볼팀은 수백만 달러의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으며 유명한 풋볼팀은 대학 인지도를 높인다. 아울러 높은 인지도는 대학발전기금을 모으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펜스테이트는 대학 역사상 가장 많은 금액인 20억 달러 '캐피털 캠페인(집중 거액 모금 캠페인)'을 진행 중이었다."

 

이 기사에서 보듯 대학 풋볼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스포츠 그 이상이다. 돈벌이가 되는 거대한 비즈니스다. 풋볼팀이 있는 대학에서는 전체 학교 행사 일정도 풋볼팀 스케줄에 맞춘다. 1부 풋볼 리그인 ACC에 속한 버지니아대학(UVA)도 풋볼 홈경기 일정이 나올 때까지 학교 행사 일정의 결정을 미룬다고 한다. 그만큼 풋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풋볼은 지역 경제에도 한몫을 한다. 펜스테이트가 있는 스테이트칼리지는 인구가 4만2000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다. 하지만 풋볼 경기가 있는 날이면 25만 명으로 불어난다. 인근 호텔과 레스토랑은 몇 달 전 예약한 풋볼 팬들로 북적대고 경기 당일은 10만여 명이 경기장으로, 또 다른 10만여 명은 테일게이팅(tailgating)을 즐긴다.

 

테일게이팅은 스테이션 왜건이나 SUV 등의 꼬리부분인 뒷문을 열어놓고 경기 시작 훨씬 전부터 주차장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피크닉을 말한다. 경기 후에도 뒤풀이용으로 테일게이팅은 계속된다.

 

각 대학이 이렇게 풋볼팀을 상전 모시듯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돈이다. 풋볼 시즌이 시작되면 미국의 TV 채널은 토요일마다 대학 풋볼 중계를 한다.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은 말할 것도 없고 ABC, CBS, NBC, FOX 등 주요 채널들도 1부 리그에 속한 대학팀의 풋볼 경기를 중계한다.

 

인기 있는 풋볼팀을 가진 대학은 비싼 TV 중계권료는 물론이고 '시즌 티켓'을 비롯한 각종 티켓, 주차비, 티셔츠, 골프가방, 열쇠고리, 보석류 등의 판매와 핫도그, 아이스크림, 음료수 등의 판매를 통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명한 풋볼팀은 학교 인지도를 높여 고등학생들의 대학 선택 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더 많은 후원자들을 불러 모아 대학 재정도 두둑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다 보니 각 대학은 잘하는 풋볼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 모집에 열을 올리고 우수한 선수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스카우트 전쟁도 치른다. 물론 여기에는 운동선수들에 대한 막대한 장학금 지원이 이루어지고 풋볼 감독들에게도 엄청난 급여가 제공된다. 

 

<USA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풋볼 감독의 연봉은 해마다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고 한다. 2006년 대학 풋볼 감독의 평균 연봉은 95만 달러였다. 하지만 올해는 147만 달러로 5년 동안 무려 55%나 인상되었다. 연봉이 가장 높은 텍사스대학의 맥 브라운 감독의 연봉은 7자릿수인 519만 달러다.

 

불황으로 인해 대학 예산은 삭감되고 그에 따라 교육도 위축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풋볼팀에 대한 지원은 줄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유타대학에 다니는 제임스 홉스는 ABC4 인터뷰에서 "대학의 주요 목적은 교육인데 그렇게 많은 돈이 스포츠에 들어가고 있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자, 이제 그림이 그려지는가. 왜 펜스테이트 사건이 그렇게 오랫동안 드러나지 않고 감춰져 있었는지. "풋볼은 펜스테이트(Football is Penn State)"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펜스테이트에서 풋볼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펜스테이트 풋볼 스캔들은 풋볼 팬들을 실망시키고 학교 이미지와 브랜드에 타격을 입히고 재정적인 손실을 가져오게 될 것을 우려한 학교 관계자들의 추악한 진실 은폐 게임이 아니었을까.   

 

이 대목에서 시카고 대학의 신학대학 학장을 역임한 쉐일러 매튜즈의 한마디가 생각난다.

 

"오늘날 풋볼은 사회적인 강박이다. 그것은 소년을 죽이고 교육을 팔아넘기는 검투사적인 스포츠다."

 

93년 전의 해묵은 말이 오늘날에도 딱 들어맞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태그:#펜스테이트, #성폭력, #대학 스포츠, #샌더스키, #풋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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