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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송출 비리와 이주노동자에 대한 잦은 인권침해로 인해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비판을 받으며 13년간 지속되었던 산업기술연수생 제도는 지난 2003년 8월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산업연수제의 잔재는 아직까지 그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부활을 획책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는 15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연수제 당시 연수생 사후관리업무를 수행하던 한 업체가 관리비를 부당 공제했을 뿐 아니라, 귀국보증보험까지 가짜 위임장을 만들어 본인 동의 없이 부당 인출하는 사례들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을 대표하여 사건 개요를 설명한 아웅틴 툰에 의하면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들로부터 임금 부당 공제와 보험금 부당 인출 행위를 한 S사는 산업연수생 제도가 운영되던 시절, 한국에서 자국 출신의 산업연수생 사후관리업무를 수행하던 업체라고 한다.

S사는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들에게 공문을 발송하여 정기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의 급여에서 송출비용 명목으로 1회 19만 원씩, 3년간 총 118만 8천 원을 공제하여 자신들에게 입금할 것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확인결과 이들이 임의로 공제하여 간 금액은 실질적으로는 사후관리비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허가제하에서 이러한 사후관리비 징수는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S사는 공문을 통해 원천징수하여 납부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이애 대해 근로기준법에 따라 급여를 직불, 전액 지급하여야 할 의무를 갖고 있는 이주노동자 고용업체들은 근로기준법을 무시하고, 사후관리비를 부당 공제한 후 급여를 지급하였다.

이 과정에서 S사는 사후관리비 납부를 거부하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귀국 항공료 명목으로 의무 가입하게 돼 있는 귀국비용보험금을 이주노동자의 서명을 위조하여 가짜 위임장을 만들어 보험금을 부당 인출, 수령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외노협 이영 사무처장은 "바퀴벌레보다 강한 산업연수제의 질긴 잔재와 그 폐해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이는 기본적으로 산업연수제 부활을 시도하는 업체들에 의한 부당 노동행위이자, 사기 행위인 셈인데, 관리감독 기관인 노동부의 무책임과 무관심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주노동자 전용보험을 독과점식으로 운영하는 삼성화재가 보험금 인출과 관련해서 위임사유나 사실관계 확인 절차 없이 보험금을 타인에게 지급한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라고 지적했다.

외노협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송출업체와 삼성화재의 이러한 행위는 공공성 확보를 토대로 한 고용허가제의 근본 취지를 뒤흔드는 심각한 행위이기 때문에, 철저한 사건 진상 조사와 함께 타인의 보험금을 부당 인출한 송출업체에 반드시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 측에 이주노동자 전용보험 운용실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해 나가기로 하였다.


태그:#산업연수제도, #고용허가제, #노동부, #근로기준법, #외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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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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