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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2학년 교과서를 받은 아이들이 웅성웅성하더니 한 아이가 크게 소리칩니다.  

"선생님, 책 이름이 왜 듣기·말하기예요?"
"어, 그러네. 올해부터 여러분들 배울 내용이 새로 바뀌어서 교과서가 달라졌어요. 전에 2학년이 배우던 책하고 달라요."

책이름이 달라졌어요
▲ 달라진 책이름 책이름이 달라졌어요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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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 1, 2학년 교과서가 새로 바뀌었습니다. 원래 1,2 학년에서 배우는 교과는 국어, 수학,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로 5개입니다. 교과서는 국어가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3권으로 나뉘고, 보조교과서인 수학익힘과 생활의 길잡이를 포함하여 9권 모두 바뀌었습니다.

그 이유는 2007년에 고시된 새 교육과정에 따라 새로 만든 책을 올해부터 배우기 때문입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수학과 영어 교과서도 새로 바뀌었습니다. 2010년에는 3, 4 학년, 2011년에는 5, 6학년에 새 교육과정이 적용됩니다. 새 교육과정의 이름은 2007년 개정 교육과정입니다.

새로 나온 2학년 교과서
▲ 2학년 교과서 새로 나온 2학년 교과서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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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를 보니 먼저 이름이 바뀐 것들이 눈에 띕니다. 국어에서 말하기·듣기가 듣기·말하기로 되었습니다. 듣는 활동을 강조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수학책은 1-가, 2-가 하던 것이 이제 1-1, 2-1로 되었습니다. 전에 7차 교육과정에서는 수학이 단계형 수준별 교육과정으로 학기마다 내용이 위계가 있다고 보아 가, 나 단계가 있었습니다. 보조교과서인 수학 익힘책에는 문제를 풀어본 다음 맞춘 문제 수에 따라 다시 알아보기, 더 나아가기 문제를 풀게 하였습니다. ★가 있는 문제는 아이들이 풀기에 조금 어려운 것도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 수준이 보이고 우열반 논쟁도 생기면서 그냥 다 풀게 하는 식으로 변했습니다. 새 교육과정은 따로 수준을 나누지 않고 수업시간에 교사들이 학생들 특성에 따라 지도하라고 합니다. 이야기로 수학을 이해하는 방식이 조금 새로워졌습니다.

그 밖에도 외형이 달라지고 국어책 삽화가 보기 좋아졌으며, 교과서마다 붙임딱지나 참고자료가 붙어있어 새로운 느낌도 듭니다. 겉표지는 재활용이 어려운 코팅지이고 종이도 더 하얀 것으로 변했는데 대신 아주 무거워졌습니다. 2006년도부터인가 책표지가 코팅이 되어 미끄럽고 재활용이 안 되어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책속지까지 변한 것이 좀 의아합니다. 종이가 하얗게 될수록 돈도 많이 들고 눈도 피곤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게다가 국어책 세 권만 들어도 가방이 무거워서 아이들에게 사물함에다 책을 두고 숙제할 것만 가지고 다니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교과서 내용 조금 어려워졌다

교사 입장에서는 책 내용이 어려워졌나, 쉬워졌나, 양이 적당한가, 많은가를 먼저 봅니다. 1학년 국어를 보니 한글학습 기간이 짧아져서 미리 한글을 안 배우고 온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1학년에 한글교육을 배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 부모님들이 다음에 책을 받고 난감해하지 않으까 걱정이 됩니다.

2000년 7차 교육과정 교과서가 나왔을 때도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난처해했습니다. 교과서에 어른이 봐도 어려운 낱말들이 있고 내용도 길어졌습니다. 모든 유치원이 한글교육 압력을 받고 선행학습을 받는 것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당시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인 EBS <부모>에서는 학부모들의 걱정이 쏟아지면서 교육부당국자에게 "한글을 가르쳐 보내야 하나? 가르치지 않아야 하나?"며 직접 묻기도 했습니다.

저는 2000년부터 교육당국에 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에서 국어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다른 교과학습도 매우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유치원도 올해부터는 한글교육의 기초를 다루는 새 교육과정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해 1학년 아이들은 공식적으로는 한글교육을 배우지 않은 학생들이니 조금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학에서는 부모님과 학생들을 난처하게 했던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물음이 빠진 것이 보입니다. 전에 3학년에서나 배우던 분수단원이 2학년에 내려와 어렵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오래 수학을 연구해온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조금 어렵다고 합니다. 대부분 선생님들은 교과서가 너무 자세하게 나와서 참고서 같다고 합니다. CD로 된 수업 보조자료가 조금 나아졌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아직 학기초라서 조금 지나봐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육과정 연수 더 확대되고 내실있게 진행해야

교육과정이 바뀌면 교과서와 여러 행정 내용이 바뀌기 때문에 교사들은 연수를 받습니다. 작년부터 새 교육과정에 관한 연수가 진행되고 2월에야 1, 2 학년 모든 교사들을 연수한 지역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아주 피상적이고 이론적으로 어떻게 변했다는 전달방식이라 연수를 받고도 잘 모르겠다는 분이 많았습니다.

저도 2006년부터 교육과정 내용을 심의하는 교육과정심의회에 참석하고 교과서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았는데도 막상 2학년 담임을 맡아 교과서와 지도서를 받고 보니 잘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다른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인지 막막하다는 말씀을 많이 합니다. 아마 교육부가 개편되면서 인원이 줄어들고 역할이 변하면서 이런 내용이 많이 소홀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시도교육청으로 이런 역할이 많이 이양되었는데, 아직 제대로 역할을 하기에는 시간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나마 전교조 서울지부와 대구에서 진행한 새학년 연수에서는 새 교과서 내용을 훑어보고 참고가 될 내용이나 재구성사례가 나와 학년지도에 많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초등학교는 한 교사가 여러 교과를 가르쳐야 하므로 교육과정을 제대로 알고 학급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학부모입장에서도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몇 장의 홍보자료로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수요자중심과 알권리를 외치는 시대에 새 교육과정에 대한 연수와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작년에 1학년 담임을 하고 올해 2학년 담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배우는 내용과 교과서가 바뀌었습니다. 학부모님과 학교 밖에 계신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썼습니다.



태그:#초등교과서, #2007년개정교육과정, #교육과정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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