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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창시자 팀 버너스 리는 10년 전 “웹은 통제하려는 순간 재앙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팀 버너스 리의 경고가 왠지 귀에 낯설지 않다. 통제를 통한 재앙이 우리 앞에 보이기 때문이다.

 

전체주의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도 언론을 통제하여 지배이념을 견고히 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어쩔 수 없는 권력의 속성이다. 이명박 정권도 선거를 통하여 집권한 민주정부지만 언론 장악을 노골화했다.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사퇴압박, YTN과 아리앙 TV 사장에 이명박 대선 후보 언론 특보를 내정하거나 임명함으로써 옛 정권이 방송을 장악했던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은 기존 아날로그식 언론과 달리 장악할 수 없음을 촛불정국은 보여주었다. 인터넷과 웹 공간을 통한 새로운 여론 형성이 현실화되자 이명박 정부는 인터넷과 웹까지 장악하려고 한다. 지금은 접었지만 한나라당은 '인터넷 사이드카'를 통하여 통제를 시도하려고 했다.

 

이명박 정권은 조중동이라는 오프라인 주류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로 집권했다. 집권 원동력인 조중동을 상대로 누리꾼들이 광고끊기운동에 나서자 이명박 정권은 전담수사팀까지 구성했다. 광고끊기운동에 나선 누리꾼 20명을 출국금지조치까지 내리는 강수를 통해 인터넷 공간을 통제하려고 한다.

 

촛불이 시청광장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활활 타올랐다면 <미디어다음>의 '아고라'는 인터넷 공간을 통하여 촛불을 지원하고 선도하는 엄청난 역할을 했다.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은 이런 아고라를 제거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조중동은 미디어 다음에 지난 7일부터 뉴스공급을 중단했다.

 

사람들은 아고라와 조중동의 치열한 싸움이 어떻게 결론날지 궁금해하고 있다. 과연 거대 언론과 이명박 정권이 아고라를 넘어 인터넷과 웹을 통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요며칠 사이에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기사를 두고 일어난 일을 보면 조중동과 이명박 정권이 생각하는 것만큼 인터넷 통제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7월 1일 <동아일보>는 촛불집회가 경제를 악화시킨다는 논리를 펴기 위하여 '거리시위 때문에 우리가 거리 나앉을 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송파구소상공인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아무개씨 말을 빌려 "서울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 거리의 상점들은 촛불시위 이후 많게는 80%까지 매출이 떨어졌다"라면서 "촛불 시위가 빨리  꺼졌으면 좋겠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접한 문정동에 사는 김기한씨는 로데오거리 가게 15곳을 직접 조사하여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15곳 중 2곳은 답변을 거부했고, 1곳만이 시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을 뿐 12곳은 아니었다. 15곳이 로데오 거리 모든 가게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아일보> 보도보다 김기한씨의 발로 뛴 취재가 더 설득력이 있었다.

 

<중앙일보>는 지난 5일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이라는 제목의 사진기사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정육점에 이어 일반 음식점에서도 4일 판매되기 시작됐다”며 “서울 양재동의 한 음식점을 찾은 손님들이 구이용 쇠고기를 굽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시민들도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도 3일 만에 중앙일보는 2면 상자기사에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이란 제목의 사진은 연출된 것"이라는 사과문을 공지해야 했다.

 

언론사가 정정보도와 반론보도가 아니라 '사과문'을 공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앙일보>가 사과문까지 공지했다는 것은 자신이 명백히 잘못하였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로서는 치욕스러운 일이다.

 

<중앙일보>가 사과문을 게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데일리서프라이즈>는 8일자 "중앙일보 미국 쇠고기 사진 연출은 누리꾼에게 덜미 잡힌 것" 기사에서 "중앙일보가 8일 사과한 ‘미 쇠고기 먹는 장면 연출’ 사진은 배경이 된 식당을 잘 알고 있는 누리꾼의 집요한 문제제기에 의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아고라 누리꾼 ‘앨버’는 사진에 나오는 “‘서울 양재동의 한 음식점’은 100분토론에 나와서 ‘엽떼요 엽떼요 잘 안들리거든요~~’하던 가칭 무슨 수입업자 협회 회장이 경영하는 ‘에이미트’란 회사에서 프랜차이즈로 하는 음식점 ‘다미소’”라고 주장했다.

 

'앨버' 주장 때문에 중앙일보가 사과문을 게재했는지는 몰라도, 분명한 것은 아고라와 인터넷 공간에서 새로운 여론을 형성하는 누리꾼들이 아니었다면 중앙일보가 쉽게 사과문을 게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기사는 언론시장이 새롭게 변했다는 반증은 아니다. 조중동 시대가 지났다는 예도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과 웹이 만들어준 난장은 분명 새로운 언론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공간은 기존 권력이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제하면 할수록 누리꾼들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논쟁과 토론, 발로 뛰는 헌신을 통하여 기존 언론과 권력의 통제에 저항할 것이다. 기존 언론 패러다임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통제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우리는 촛불 정국 60여 일과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두 기사사례를 통하여 알 수 있다.

 

분명 새로운 언론시대가 도래한 것만은 분명하다.

 


태그:#인터넷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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