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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6일 경기 포천 영북면의 한 한우농가를 방문해 농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경기 포천 영북면의 한 한우농가를 방문해 농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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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타결된 쇠고기 수입은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정치적 협상물의 결과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민은 광우병으로 불안하고 농가는 경제적 타격에 도산할 위기이다. 이런 불안한 여론으로 전국이 술렁한 가운데 도축장에는 서둘러 소들을 도축하기 위한 트럭으로 가득찼고 소를 데리고 올라온 농민은 오직 소값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뿐이다.

4월 22일자 <조선일보> 기사에 의하면 소들은 농가에서 도축장까지, 그리고 도축장에서 하루종일 물 한 모금 먹지 못한 채 죽음만을 무기력하게 기다려야 한다. 탈수현상에 살이 빠져도 농민은 빠진 살만큼의 돈이 걱정일 뿐이다.

소들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든 한우농가가 어떻게 되든 광우병으로 불안한 소비자가 어떻게되든 "도시 근로자들에게 싼 값에 질 좋은 소고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는데 무엇이 문제냐? 싫으면 먹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 쇠고기협상을 타결시킨 사람들의 말이다.

이런 여론은 조류인플루엔자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병한 것은 2003-2004년과 2006-2007년 겨울에 이어 2008년이 세 번째. 2008년 발병은 예상과 달리 4월에 발병했고 이제까지 중 최대규모로 확산되었다. 따라서 살처분된 가금류의 수도 어마어마하다. 내년에는 괜찮을까. 하지만 정부는 "익혀먹으면 된다" 타령 일색이며 올해도 역시 철새에게 화살을 돌린다.

사먹지 않고 익혀 먹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까

광우병과 AI. 과연 사먹지 않거나 익혀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정부가 적당한 선에서 보상만 해주면 다 끝나는 일일까. 기존의 사육방식에 익숙한 농민들은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닭들을 키울 것이다.

도시인들은 괜찮을까.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는 오르고 그 국민이 비정규직 노동자라면, 유기농 계란과 비싼 한우를 어떻게 먹을 수 있겠는가?

눈 딱 감고 가끔 기름이 '잘잘' 흐르는 싼 쇠고기 한번 먹었다고 '설마?' 하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그가 수술대 위에서 봉합실에 의해 감염이 되어 죽을 수도, 수혈을 받다 죽을 수도, 광우병 의심소의 육골분사료를 먹고 닭이 싼 분뇨로 키운 채소를 먹고도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서민들은 군대간 아들의 '짬밥'에 나오는 쇠고기 국물을 걱정해야 하고 아이들의 급식에도 불안해야 한다.

공장식 축산업의 돼지농가. 오물로 뒤덮힌 축사에서 암모니아 냄새를 맡으며 살아야 하는 돼지들은 늘 질병에 시달리고 항생제를 투여받으며 도살장으로 갈 때까지만 생명연장을 보장받는다.
 공장식 축산업의 돼지농가. 오물로 뒤덮힌 축사에서 암모니아 냄새를 맡으며 살아야 하는 돼지들은 늘 질병에 시달리고 항생제를 투여받으며 도살장으로 갈 때까지만 생명연장을 보장받는다.
ⓒ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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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날개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좁은 공간. 스트레스를 받은 닭들은 동료를 쪼아 심지어 죽이기도 한다.
 몸도 날개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좁은 공간. 스트레스를 받은 닭들은 동료를 쪼아 심지어 죽이기도 한다.
ⓒ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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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과 조류인플루엔자는 방역과 위생검역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 그 이상이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거대한 체제의 산물이며 서민층의 눈을 감아 스스로 중산층이 되었다는 환상을 불러일으켜 결국 도시노동자의 값싼 노동력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기 위한 전략이다.

값싼 축산물의 보급으로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축산물의 가격이 낮아지고 공장식 축산업이 증가하면서 비만인구는 늘었다. 또한 공장식 축산의 거대자본은 소규모의 축산업자에게 타격을 주어 빈부격차를 부추긴다.

과학이 가치중립적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듯이 우리는 먹을 것을 가지고 윤리를 따지지 않는다. 소비자들에게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떠한 경로로 시장으로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축산업의 최근 쟁점>을 쓴 피터 치키의 말을 인용해 보자.

"현대축산업을 위해서는 고기가 접시에 오르기 전에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소비자들이 적게 알수록 좋다.…중략…현대 축산업의 가장 큰 행운 중 하나는 산업화된 국가들의 국민은 몇 세대 동안 농촌과 동떨어져 살아왔고 따라서 가축들이 어떻게 길러지고 처리되는지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이다." (피터 싱어, <죽음의 밥상>, 2008, 산책자)

돌아다니며 풀 뜯어먹는 소들, 비효율적이라고?

효율성 증대를 위해 가루사료를 먹여 채식시간이 짧아진 반면 소들의 스트레스는 증가해 질병 발생율은 증가하게 되었다. 소들을 빨리 살을 찌우고 성장시켜야 하는데 6~9시간 이상 돌아다니며 풀을 뜯는 소들이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보일까. 하지만 소들에게 풀을 뜯는 것은 먹는 것 이상의 행위이다.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에서 박병상은 오랜 역사를 가진 구제역은 7% 내외의 가축만 희생시킬 뿐 시급히 대처하면 위험한 질병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축산농가가 밀집되어 있는 근대적 축산업에서 인근목장의 안전과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집단 살처분할 수밖에 없다.

이는 극단적 품종개량으로 유전적 다양성을 잃은 가축을 대규모로 사육하기 시작한 근대적 공장식 축산업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으며 닭들도 예외는 아니다.

동물행동학자 템플 그랜딘은 한 양계농장에서 암탉을 강간해 죽인 수탉들이 절반에 이른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그랜딘에 의하면 그것은 단일 형질화 육종의 부작용이다. 단일형질화 육종이란 동물을 한두 가지 원하는 속성만을 강화시키거나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선택적으로 사육하는 것을 말한다.(템플 그랜딘, <동물과의 대화>, 2005, 샘터)  단일형질화 닭들은 유전적으로 취약해 질병에 쉽게 걸리고 도태된다. 바이러스가 퍼지면 속수무책이다. 

가로·세로 30㎝크기에 두 세마리의 닭들이 빼곡히 들어가 있다.
 가로·세로 30㎝크기에 두 세마리의 닭들이 빼곡히 들어가 있다.
ⓒ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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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머리가 나쁜 사람을 '닭대가리', 혹은 '새대가리'라고 부른다. 하지만 닭들은 다른 닭들을 90마리까지 구별할 수 있고 누가 쪼는 순서에서 위인지 아래인지도 구분한다.

<가축행동학>(미무라 고 외)에서는 닭들은 흙 위에서 뒹굴면서 이와 기생충을 제거하는데 이런 모래욕으로 몸단장을 하던 습성은 모래가 없는 현대식 계사에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종종 머리통에 머리를 내밀어서 좌우로 몸을 기울이고 양 날개를 움직이는 행동이다.

이는 가축화의 시간과 상관없이 그 종이 가지고 있는 생태적 습성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증거이다. 닭들은 무리를 이루는 사회적 동물이며 주인과 낯선 사람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영리하다. 무엇보다 인간의 신경계와 비슷한 신경계를 가지고 있고 감수성 있는 동물과의 다툼에서 인간과 비슷한 행태적 심리적 반응을 보인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따분할 때 반복적이고 무익한 정형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공장식 축산업, 새대가리도 알고 있다

근대식 축산업을 공장식, 혹은 기업식 축산업이라고 부른다. 공장식 축산업은 동물들의 생태에 산업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산업규모에 동물을 끼워넣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시스템에서 동물의 습성과 생태는 철저히 무시된다. 오직 그 동물은 인간에게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한 살코기생산도구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축산업도 그간 공장식축산업으로 발전해왔다. 1980년 5108만1000마리였던 닭의 사육규모는 2007년 1억5111만4000으로 증가했고 돼지는 1980년 285만3000마리가 2007년 946만2000으로 증가했다.

사육규모별 농가수를 보면 3만수 이상 키우는 농가는 1990년 299호로 전체사육농가에서 0.2%였던 반면 2007년이면 2030호 비율로 48,9%로 증가했다. 반면 5000수 미만을 키우는 농가는 97.2%에서 3.4%로 감소했다(<국립수의과학검역원> 자료 참조). 이는 대규모로 닭을 키우는 농가가 증가했다는 것을 말한다.

그간 정부는 지가와 생산비 등을 고려, 영세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소의 경우만 대기업의 진출을 막아왔지만 FTA 타결로 이 역시 무너졌다. 결국 우리나라 축산업은 공장식축산업의 질서하에 완벽하게 편입되었다.

공장식 축산업하에서 이런 양계장은 보편적이다.
▲ 한 양계장의 모습 공장식 축산업하에서 이런 양계장은 보편적이다.
ⓒ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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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계 닭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뜨거운 칼로 부리를 잘리게 된다. 부리로 흙 속의 모이를 파헤쳐 먹는 닭의 부리끝은 예민하게 발달되어 있는 신경조직이며, 이를 자르는 것은 감각기관의 주요 부분을 자르는 것이다.

양계장으로 옮겨진 닭들은 가로세로 30×30 정도 크기의 케이지에 여러 동료들(3마리)과 함께 지내야 한다. 군집생활을 하도록 진화된 닭들은 쪼기서열을 통해 사회적 위계질서를 형성하는데 너무도 좁은 곳에서 생활하면서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농장주가 부리를 자른 것은 이 때문이다.

닭장위로 배설물이 차곡차곡 쌓이고 암모니아 냄새로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며 운동부족으로 골다공증에 걸려 다리를 절게 마련이다. 질병에 시달리면서 일년쯤 지나 운이 좋아 살아남는다 해도 산란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이 때 주인은 며칠동안 닭을 굶기는데 10~14일 정도 지속적으로 먹이를 주지 않는다. 이것을 강제 털갈이(force moulting)이라고 하는데 급격한 환경변화가 충격을 주어 알을 더 많이 낳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도 두세 번하고 나면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된다. 이제 알을 낳지 못하는 닭들은 도계장으로 실려간다.

육계의 경우 몸집이 커져 30일 정도 지나면 날개조차 펼 수 없을 정도의 빽빽한 공간에서 지내게 된다. 산란계나 육계나 날개는 이미 필요 없는 것에 불과하다.

이 때 닭 한 마리가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은 평균 가로 세로 15㎝정도. 배설할 공간이 따로 주어질 리 만무하다. 역한 암모니아 냄새와 배설물을 온 몸에 묻히고 살아야 하니 비정상적인 환경은 닭들을 미치게 만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고통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30일 정도 지나면 도계장으로 가기 때문이다.

가축 감금 않는 농장 제품만 써라!

이런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채 방역만 완벽하면 더 이상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2007년 5월 30일 KBS <환경스페셜>은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대응호르몬이 공장식 축산업의 닭에게는 거의 나오지 않는데 비해 자연적 닭들은 9배에 가깝게 분비되는 것을 보여줬다.

이윤을 생각하는 업자들은 기존의 환경을 쉽게 바꾸려들지 않는다. 하지만 축산업은 해당 농가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 생산물을 섭취하는 소비자가 있고 동물의 생태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이 발전했고 이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이미 1980년 이래 비정부기구를 중심으로 공정 무역을 통한 제품만을 내놓고 유전자조작식품을 제외하며 동물성식품에서는 가장 가혹한 형태의 가축 감금을 하지 않는 농장의 제품만을 체택하도록 대형 마트들을 상대로 운동을 벌여왔다.

"묻지마, 그냥 먹어, 안전해"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와 이들과 밀착된 대형축산업자 그리고 다국적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대다수의 서민과 또 하나의 소중한 생명인 동물들이 착취당하는 시스템은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지구 안에 인간이 아닌 존재가 받는 현실적 고통을 알고 있다면 그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인간의 새로운 의무일 것이다. 그 고통이 바로 인간에 의해 자행되었기 때문이다.

어미돼지가 평생을 살아가는 스톨. 발정이 시작될 때부터 육체적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쉴새없이 새끼만 낳도록 강요받는다.
 어미돼지가 평생을 살아가는 스톨. 발정이 시작될 때부터 육체적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쉴새없이 새끼만 낳도록 강요받는다.
ⓒ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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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 #공장식축산업, #구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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