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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양 대숲 속에서 펼쳐진 나라음악큰잔치 외국인 대상 전통음악공연
ⓒ 김기

나라음악큰잔치(위원장 한명희)가 지난 9일 충주호 행사로 시작한 주한 외국인 대상 한국 절경과 음악을 함께 소개하는 프로그램 ‘가락따라 풍류따라’ 세 번째 행사가 30일 전라남도 담양 대숲에서 열려 참가한 외국인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아침 7시 경 이 행사를 주관하는 서울셀렉션(대표 김형근) 사무실 근처에 모인 외국인 60 여명이 모여 담양으로 출발했다. 담양까지는 서울서 차량으로 4시간이 넘는 긴 코스지만 당일로 돌아오는 강행군을 감행했다. 서울셀렉션 관계자에 의하면 외국인들이 1박2일 일정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에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당일 돌아오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담양은 빼어난 자연경관과 사람의 노력이 합쳐진 조화로운 풍경으로 유명하다. 우선 떠오르는 것이 대나무 숲이고, 영화나 CF에 자주 등장하는 메타세콰이어 길이 그렇다. 게다가 우리 전통악기 중에서 대나무를 이용한 악기가 여럿 있기에 담양을 선택한 것은 안성맞춤 한 선택이었다. 하늘을 가릴 듯 솟아오른 대숲 속에서 듣는 대금 연주는 잠들지 않아도 저절로 무릉도원의 꿈에 빠질 것만 같은 감흥을 주었다.

▲ 대숲에서 듣는 대금산조는 안성맞춤의 연주였다. 박환영의 박종기류 짧은 대금산조 연주 장면
ⓒ 김기

일행은 예정시간보다 30 여분 남게 담양에 들어섰다. 그곳에서 유명한 대통밥으로 점심을 한 외국인들은 한국의 독특한 음식 맛에 호기심 어린 표정들을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주변에서 종이컵에 담긴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외국인 참가자들 모습은 긴 이동시간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행사에 잔뜩 기대하는 모습들이었다.

담양3경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관방제림에 들어서면서부터 탄성이 하나 둘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관방제림은 전라도의 젖줄인 영상강의 시원에 해당 되는 담양천 제방을 따라 길게 펼쳐진 나무숲이다. 200여 년 이상 된 팽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개서어나무, 곰의말채나무, 엄나무 등이 약2㎞에 걸쳐 거대한 풍치림을 이루고 있는데, 그 풍치의 아름다움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천연기념물 제366호이다.

관방제림을 지나 죽녹원으로 향하기 위해 담양천에 놓여진 징검다리를 건너면서도 참가자들은 어린아이들처럼 낯선 경험에 즐거워했다. 담양에서 권하는 관광코스인 죽녹원을 관람하고 이날 행사의 목적지인 덕진마을의 ‘최씨죽림(아직 이렇다 할 명칭이 없어 뒷풀이 자리에서 담양출신 추진위원이 임시로 붙인 이름이나 나름 운치가 있어 좌중이 모두 찬성한 명칭이다)’에 들어섰다.

▲ 이 날 공연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했던 시조창 연주 장면. 왼쪽부터 피리 손범주, 노래 이아미, 대금 김상준
ⓒ 김기

혼자 멋모르고 들어갔다가는 길을 잃을 것만 같은 깊은 대숲 속에는 놀랍게도 공연에도 충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우선 외국인들은 주최측에서 나눠준 단소를 배우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은 열심히 해보고자 해도 제대로 된소리는 나질 않았다. 여기저기서 훅훅, 픽픽 엉뚱한 소리만 났지만 그래도 배우는 외국인들은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배우는 시간을 마치고 대숲 가운데 대나무 오두막을 무대 삼아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연주는 박환영의 대금산조로 열었다. 대숲 속에 대금소리가 퍼지자 외국인들은 바로 깊은 감상에 빠져들었다.

▲ 단소 부는 방법을 배우는 외국인들 모습이 사못 진지하다
ⓒ 김기

이어 손범주와 김상준이 연주한 단소와 생황의 이중주 ‘수룡음’, 거기에 다시 여류가객 이아미가 가세해 시조창을 곁들이자 대숲 속은 풍류가 충만했다. 머리도 노랗고, 눈조차 푸른 외국인들이긴 해도 음악과 풍경이 주는 서정에 젖어 마치 조선 한량들이 모인 자리의 시회가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을 주었다.

그후 강은일의 창작 해금곡 ‘다랑쉬’와 트럼피스트 최선배 연주가 이어졌고, 국가기념 시 낭송가 공혜경의 시낭송 퍼포먼스 그리고 해금과 트럼펫으로 연주한 ‘비목’으로 공연을 마쳤다.

대숲 속에서의 인상적인 공연을 경험한 일행은 다시 차를 타고 담양의 대표적 명소인 소쇄원으로 향했다. 소쇄원은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유배와 지은 별서정원으로 출세의 뜻을 접고 자연에 묻히고자 지은 것으로 국가 사적 304호로 지정된 조선 정원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명소이다.

이미 대숲에서 흥취가 오른 일행은 즉석에서 연주를 청했고, 김상준의 대금독주공 ‘청성곡’을 듣고 다시 손범주, 이아미가 합세해 연주한 시조 ‘월정명’을 듣는 기회를 가졌다.

▲ 소쇄원에서 펼쳐진 짤막한 공연.
ⓒ 김기

주최측은 “서울 근교나 고궁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음악공연이 가끔 있었지만 외국인들이 도심을 벗어나 자연과 어우러져 한국전통음악을 중심으로 한 한국문화를 깊이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담양에 와서 토속음식도 맛보고, 전통음악을 감상함으로써 한국문화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기를 기대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첫 번째 행사가 원활치 못해 비판적인 보도도 있었고, 김병익 문화예술위원장의 사과도 있었던 나라음악큰잔치의 외국인대상 프로그램인 ‘가락따라 풍류따라’ 현장은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또한 참가한 외국인들의 반응은 좋았으며 주최측의 진행도 순서에 따라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총 4회의 행사 중 담양은 세 번째였고 10월 14일 천년고찰인 송광사와 선암사에서 전통음악과 함께 하는 산사체험을 남겨 두고 있다.

▲ 강은일의 해금독주곡 '다랑쉬' 연주 모습
ⓒ 김기

▲ 단소와 생황의 유명한 병주곡 '수룡음'을 연주하는 손범주, 김상준
ⓒ 김기

▲ 독특한 시낭송 퍼포먼스를 선보인 공혜경
ⓒ 김기

▲ 해금과 트럼펫의 즉흥 연주로 선보인 가곡 '비목'연주
ⓒ 김기

▲ 한국전통음악 연주에 푹 빠져 감상하는 외국인들 모습
ⓒ 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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