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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는 사람이 예뻐서 꿩을 잡아오는게 아니다

▲ 보라매. 산에서 난 지 채 1년이 안 된 매로서, 길들이기가 좋고 활동력이 왕성해 가장 좋은 사냥매로 꼽힌다.
ⓒ 최성민

사냥에 쓰이는 매를 부르는 이름으로는 보라매, 산진이, 수진이, 삼계참 등 여럿이 있다. 가장 좋은 사냥매는 보라매다. 이는 태어난 지 채 1년이 안된 젊은 매여서 활동력이 가장 왕성하다. 꿩이나 들짐승 기색만 있어도 튀어나가려고 애를 쓴다. 늙은 매는 꿩을 보고도 안나갈 때가 많아 사냥꾼들을 애태운다. 보라매는 배 전체에 갈색 세로 무늬가 있어서 구별이 쉽다. 심성에 때가 안묻어 있어서 훈련시키기는 좋지만, 경험이 적어 사냥확률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 산진이. 산에서 나이를 먹은 것으로, 노련해서 사냥성공률은 높으나 활동력이 떨어진다.
ⓒ 최성민
태어나서 산에서 1년 묵은 뒤에 사람 손에 들어온 것을 산진이, 보라매가 사람 손에서 1년을 묵은 것을 수진이라고 한다. 삼계참은 사람 손에서 3년을 묵은 매이다. 사람 손에서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많아 사냥 확률은 높으나 활동성이 떨어진다.

▲ 수진이. 보라매로 들어와 사람 손에서 1년이 지난 것이다. 가슴에는 세로인 보라매털과 나이먹는 증거인 가로무늬털이 함께 있다.
ⓒ 최성민
고려시대 원나라에 조공물로 바친 '해동 청보라매'('해동청 보라매'라고도 한다)는 백령도와 옹진반도 일대에서 나는 몸이 작고 날렵한 매로서 영리하고 사람 손에 얹고 다니기가 수월해서 사랑을 받았다. 해동은 고려를 일컫는 말이고 '청보라매'는 멀리서 보면 매에서 파란 기운이 나거나, 매의 청정한 기세를 일컬어 붙인 이름인 듯하다.

출전

앞 글에서도 말했지만 매사냥을 잘 하기 위해서는 사냥 며칠 전부터 사냥 일꾼의 핵심인 매의 컨디션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매의 컨디션 조절이란, 다름 아닌 매를 적당히 굶기는 일이다. 너무 굶기면 힘이 약해서 사냥을 못하고 잘 먹이면 배에 기름기가 많아 쉽게 허기를 느끼지 못하니 사냥할 생각을 않는다.

매의 컨디션 조절이 끝나면 봉받이가 매를 팔뚝에 얹고 앞장을 서고 대여섯 명의 '꿩털이꾼'들이 뒤따라 사냥에 나선다. 꿩털이꾼들은 어느 '꿩 밭'에 꿩이 몇마리 숨어 있는지 대충 안다. 털이꾼들은 "훠이 훠이~"하며 꿩을 찾다가 꿩이 튕겨 오르면 "애기야!"하고 외친다. 그러면 전망 좋은 곳에서 매와 함께 기다리고 있던 봉받이는 곧바로 매를 내보내면서 "애기야~!"하고 응답한다. 이 외침은 매와 꿩의 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리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꿩이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건 아니다

▲ "애기야~! 매 나간다!" 꿩이 날자 봉받이가 외치며 매를 내보낸다.
ⓒ 최성민
수평으로 나는 것은 꿩이 매보다 훨씬 빠르다. 그런데 꿩은 매만 보면 무서워서 숨기에 급급해 한다. 급하면 꽁지는 나 몰라라 하고 머리부터 처박는다. 그러나 '눈은 매 눈'이라고, 밝은 눈을 가진 매는 꿩이 어디에 숨더라도 찾아내고 만다. 꿩을 본 매는 드센 발가락으로 꿩을 잡아채고 털부터 뜯기 시작한다.

그런데 늘 꿩이 일방적으로 매에게 당하는 것만은 아니다. 꿩에게도 조물주가 주신 무시못할 무기가 있다. 노련한 꿩은 땅에 등을 대고 누워 있다가 덤벼드는 매를 길고 억센 다리로 내걷어찬다. 매사냥꾼들에 따르면 이렇게 해서 뇌진탕으로 죽임을 당하는 매를 간혹 봤다고 한다.

그러나 '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고, 이 때 좀 노련한 수진이 정도라면 날개죽지에 진흙 먼지를 잔뜩 묻히고 꿩 위에 날아와 털면서 꿩의 시야를 흐리게 해서 제압하기도 한다.

사냥 묘기

매가 꿩을 좇아가면서 부리는 묘기도 볼 만하다. 잔솔밭에서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꿩이나 산토끼를 매가 껑충 껑충 날아서 쫓는 모습을 '북 나들이'라고 한다. 베틀에서 북이 베를 짜느라 드나드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 앞서 날아간 꿩이 산 봉우리를 넘을 때 뒤쫓던 매가 갑자기 수직으로 치솟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봉솟굼'이라고 한다. 꿩이 산너머 숨는 곳을 미리 지켜보기 위한 동작이다.

최고의 묘기는 '공중잽이'라는 것이다. 날아가는 꿩을 공중에서 그대로 잡아채는 것인데, 매가 꿩을 붙들고 내려오면서 물가에 안 떨어지도록 조종을 하는 모습이 볼 만 하다.

'시치미를 떼다'의 유래

▲ 시치미. 매의 등 아랫녁 꼬리난 부위 위에 다는 주인 이름표 겸 멀리서 매를 쉽게 찾아내기 위한 표시물이다. 주인 이름을 쇠뿔조각 위에 새기고 여기에 흰 거위털과 방울을 달아 놓았다. 멀리 날아가 덤불 속에서 꿩을 잡은 매가 오래 많이 뜯어 먹으면 안되므로 매발톱 아래서 꿩이 퍼덕일 때마다 떨렁거리는 방울소리나 덥석이는 흰 거위털을 보고 찾아낸다.
ⓒ 최성민
매가 꿩을 잡아서 털을 뜯기 시작하면 몇 점 먹인 뒤에 곧 빼앗아야 한다. 너무 빨리 빼앗으면 "젠장, 맨날 잡아봐야 헛것이제!" 하면서 다시는 사람의 말을 듣지 않으려 한다. 또 너무 많이 먹도록 내버려 두면 "이제 배부른데 뭐하러 수고를 해?"하며 달아나 버린다.

그 때 달아난 매는 한나절 쯤 지나서 배가 고파지면 다시 민가로 내려 오는데, 남의 집에 잘못 들어갔다간 '시치미 떼인 매' 신세가 된다. 한창 매사냥이 유행할 때는 좋은 사냥매 갖는 게 서로 욕심이어서 남의 매 시치미(매 꼬리에 매방울과 함께 단 주인 이름표)를 떼고 자기 이름표를 다는 경우가 있었다. 이를 두고 "시치미를 뗀다"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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