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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법 개정의 문제는 쌍방의 이해관계라기보다는 사학 재단 일방의 기득권 유지 차원의 문제이다. 즉 개정에 대한 찬반의 공방이 아니라 개혁 대상으로서의 사학 재단과 개혁 방법으로서의 사립학교법 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표명한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견해는 우리에게 큰 희망을 갖게 한다. 당시 노 당선자는 '사립학교법개정과부패사학척결을위한국민운동본부'(이하 국본)으로 보낸 답변서에서 비교적 정확히 사립학교의 현실과 문제점을 느끼고 있었다.

▲ 부패 재단의 퇴진을 요구하며 운동장에서 시위중인 선생님들.
ⓒ 전교조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후보시절 사립학교 부패구조에 대한 인식과 해결책에 대한 입장이 매우 궁금해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국본에서 발표한 노 당선자의 답변서를 중심으로 '사립학교 부패 방지방안의 제도화'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법인의 감사 중 1인은 초·중등학교의 경우 학교운영위원회가, 대학의 경우 교수회가 추천하는 공인회계사 또는 회계전문가로 함으로써 내부감사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현행처럼 이사장 또는 이사회가 선임하는 감사는 한계가 있다. 감사 선임에 있어 국본의 방안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동의한다. 다만, 법인운영과 학교운영을 분리함으로써 학교운영의 자율성이 강조될 경우 법인운영에 있어서도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는 있다"고 답변했다.

둘째, 현행 사학 법인의 이사 등 임원취임 승인 취소에 관한 요건 중에서 추상적이고 모호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위법행위시의 임원취임 승인취소 요건을 확대함으로써 비리·분규 당사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사립학교법 개정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비리·분규사학에 대해서 엄정한 책임을 묻는다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그러한 비리나 분규가 발생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다.

후자의 경우 법인의 경영권 등 첨예한 대립이 되고 있는 반면에 전자의 비리·분규사학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서는 법인 측이 저항할 수 있는 명분도 약하고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현행 조항의 추상적이고 모호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위법행위시의 임원취임 승인취소 요건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비리 재단의 학교에 내 자식을 맡길 수 없다." 서울시 교육청 정문앞에서 시위중인 학부모들
ⓒ 전교조
셋째, 비리·분규 당사자로서 임원취임승인이 취소된 자가 다시 이사로 선임될 경우 부패가 재발하는 등 문제가 많아 당사자가 복귀할 수 있는 경과기간을 현행 2년보다 더욱 연장하고 재적이사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요하도록 하며 관할청이 판단하여 승인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제한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비리를 저지른 사람은 결코 학교현장에 돌아올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조금이라도 비리를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사립학교법의 관련 조항은 이를 강제하거나 제어할 수 없다.

2년이 경과하면 복귀하는데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고 관할청은 이사회가 당사자를 선임해서 승인 신청하면 학교현장의 혼란을 예상하면서도 '귀속행위'라는 법적 이유로 승인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개선되어져야 한다.

현행 2년 경과 후 복귀할 수 있는 조항은 5년으로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아울러 관할청은 당사자들이 복귀 시 예견되는 학교현장의 혼란 등 종합적인 측면을 고려해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하도록 하는 방안도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필요하다"고 답했다.

넷째, 결산서 제출시 감사전원이 확인·날인한 감사증명서를 제출토록 함으로써 현행 외부감사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내부감사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것과 예·결산서를 공개할 때, 산출내역까지 공개하여 사학재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내부감사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것은 감사선임과 더불어 중요한 문제라고 보며 동 단체의 입장과 같이 한다. 또한 예·결산서 공개시 산출내역까지 공개토록 함으로써 사학재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 2002년 서울의 H고 교사들이 비리 재단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전교조
노무현 당선자의 '사립학교 부패방지 방안'에 대한 인식과 견해는 상당 부분 국본의 주장과 일치한다. 제도적으로 부패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현행 사립학교법에 대한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보다 분명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부패 구조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현행 사립학교법의 문제는 단순히 '교육 바로 세우기'의 차원을 넘어 '국가 바로 세우기' 차원의 심각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부패 공화국이라는 오명 속에서 대통령이 새롭게 당선될 때마다 개혁의 단골 메뉴가 '부패방지'였다. 그러나 정권말기가 되면 늘 우리 사회의 '부패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곤 했다. 원천적으로 부패 구조의 한가운데 서 있었던 지금까지의 당선자와는 좀 다른 노 당선자이기에 부패 방지에 대한 강한 의지 표명에 색다른 기대를 가져본다. 하지만 새 정권 역시 부패 구조에 대한 고리를 제대로 집지 못했을 때, 5년 후의 모습은 분명해질 수밖에 없다.

바로 그 부패 고리의 한 축을 현행 사립학교법이 엄호하고 있다. 사립학교법의 개정은 한국 사회 부패 구조의 고리를 절단하는 것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의 시급한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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