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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을 맞이하니 괜히 멋있는 성당에 가고 싶어진다. 그것도 아주 아주 멋있는 성당에.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성당은 어디일까?

최고의 성당으로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전면에는 거대한 종탑 두 개가 높이 솟아 있고, 뒷면에는 뾰족한 탑들이 여러 개 솟아 있다. 전면과 좌우 측면에는 온갖 부조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파리에 가 본 사람이면 이 성당을 방문하지 않은 사람이 없으리라. 성탄절에 너무나 간절히 생각나는 성당이다. 영화 <노틀담의 곱추>를 생각한다면 더욱 간절해질 것이다.

▲ 파리의 노틀담성당, 전면에 두개의 종탑이 있고 뒤에 거대한 성당이 있다. X자형 뾰족아치천정과 버팀벽을 설치한 대표적인 고딕양식 성당이다.
ⓒ 신병철
이 성당은 12세기부터 짓기 시작해서 13세기 중엽에 완성했다. 높이 솟은 탑과 하늘까지 올라갈 것 같은 뾰족탑을 특징으로 하는 고딕식 성당이다. 고딕 건물은 X자형으로 짜 맞춘 아치형 지붕과 천정 무게를 벽이 지탱할 수 있게 한 버팀벽이 특징이다. 이런 장치는 벽의 두께를 확 줄여 주었다.

벽이 얇아지자 큰 창문을 달 수 있게 되었다. 그 창문에는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을 했다. 이유인즉, 그 큰 창문를 장식할 수 있을 큰 유리가 없었기 때문에 조각 유리를 붙여서 큰 창문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 결과 고딕 성당은 이전의 성당에 비하여 내부가 매우 밝아졌다. 12, 13세기 유럽의 새로운 도약을 반영한 성당으로 꼽힌다.

▲ 독일의 쾰른 대성당.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딕 성당이다. 얼마나 하나님 가까이 가고 싶으면 저렇게 높이 지었을까.
ⓒ 신병철
'뾰족탑' 하면, 독일 쾰른의 대성당을 빼놓을 수 없다. 뾰족탑의 높이가 자그마치 157m나 된다고 한다. 기차가 쾰른시에 도착하면 갑자기 무슨 괴물이 나타난듯 성당이 보인다. 그 높이에 기가 질린다.

높이만 높다면 한번의 감동으로 끝날 테지만, 그 높은 성당 벽면의 온갖 부조는 한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내부의 스테인드 글라스 역시 세계 최고다.

하도 높고 오래되고 거대하여 보수 공사가 일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13세기 중엽에 시작하여 16세기 중엽에 완성했다니 그 연속성 또한 놀랍다. 이런 성당에서는 성탄절을 어떻게 치를까? 성탄절에 이 성당에도 한번 가보고 싶다.

우리 나라에도 고딕식 성당이 있다. 서울의 명동성당이 그 대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 사람이면 항상 가는 교회나 성당에 가겠지만, 신자 아닌 사람들은 어떤 성당을 가볼까 망설이게 된다. 그러다 결국 찾는 곳이 제일 잘 알려진 명동성당이다.

▲ 서울 명동성당. 고딕양식의 성당으로 우리나라 최고 최대의 성당이다. 명동성당은 진리를 실천하기 위해 종교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우리 역사 속에서 제대로 가르쳐 주었다.
ⓒ 신병철
명동성당은 중구 명동의 언덕 위에 난짝 앉아 있다. 이곳은 우리 나라의 민주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 성당은 1892년에 프랑스 신부의 설계로 짓기 시작하였다. 인부들과 기술자들은 주로 청나라 사람들이었다. 청일전쟁으로 중단되었다가, 1898년에 완성되었다.

명동성당은 높고 뾰족한 탑과 뾰족한 아치를 지니고 있는 고딕식 성당이다. 중앙 본 회랑의 천정을 더 높게 하기 위해 2층의 지붕을 축조했다. 좌우 회랑은 조금 낮아 1층 지붕이 되었다. 지붕도 층급이 진 것이다. 내부 공간은 중앙 회랑이 가장 높고 좌우 회랑은 뾰족한 아치형의 기둥으로 칸을 구분하고 있다. 천정이 중앙에 비해 낮다.

뾰족 천정과 뾰족 아치를 지닌 기둥들이 겹쳐 있어 매우 종교적 분위기를 갖는다. 경건하고 신성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본랑과 회랑 구분 없이 한번에 미사를 올릴 수 있다.

명동성당보다 조금 일찍 지은 성당이 바로 서울 약현성당이라고 한다. 1892년에 완공했으니 명동성당을 설계할 때 완성한 셈이다. 악현성당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서양 사람의 도움을 받아 청나라 사람들이 지었는데 청나라가 우리에게 기독교 전래의 중간 매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때 지은 것은 1980년대 불에 타버렸고, 지금의 성당은 이후 최대한 원형을 복원해서 다시 지은 것이다.

▲ 서울 약현동 성당. 명동성당보다 먼저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고딕식 성당이다. 청나라에서 당시에 세운 서양식 건물과 흡사하다. 노숙자의 실화로 불타버렸으나, 원형대로 다시 복원했다.
ⓒ 신병철
악현성당 전면에는 높은 종탑이 있다. 높아서 멋있다. 층급이 없이 하나의 지붕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부는 명동성당과 마찬가지로 중앙의 본회랑과 좌우 회랑으로 3등분 되어 있고, 중간 아치 모양의 기둥으로 구분되어 있다. 천정은 간단한 뾰족한 아치로 이뤄져 있다. 천정의 뾰족 아치와 중간 기둥의 둥근 아치 모양이 내부 공간을 매우 우아하고 경건하게 만든다. 매우 간단하고 단순하며 형식화된 19세기 말 고딕식 성당이다.

이집트를 빼놓고 오래된 성당을 찾는다면 로마의 판테온을 꼽을 수 있다. 로마는 각 민족의 종교에 대해서 비교적 관대했다. 2세기에 지은 판테온은 온갖 신들에게 기도할 수 있는 만신전이었다. 앞에는 줄지은 기둥들로 입구를 만들었고, 본당은 둥글게 꾸며 각가지 신전을 갖추었다.

천정은 반구형으로 꾸미고, 가장 중간에는 직경 9m에 해당하는 원이 뚫려 있다. 둥글고 무거운 천정을 지탱하기 위해서 벽은 엄청 두껍다. 창을 낼 수가 없다. 어두운 실내를 환히 밝히는 것도 이 뻥 뚫린 천정의 역할이다.

우리의 경주 석굴암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해 주목 받고 있는 성낙주 교사는 '판테온이 우리 석굴암의 원형'이라고 주장한다. 온갖 신들을 위한 공간이었던 판테온, 그곳에는 기독교 신의 영역도 있었을까? 판테온 성당에서는 성탄절을 어떻게 보낼까?

4세기에 기독교가 공인되자 로마 지배 지역 곳곳에는 성당이 세워졌다. 당시에는 긴 네모꼴의 평면에, 지붕을 아래 마루바닥과 평행되게 만들었다. 무거운 돌로 천정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천정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서 벽면이 매우 두꺼울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바실리카 양식이 나타났다.

로마의 테르미니역 옆에 있는 산타마리아마조레성당은 아주 오래된 5, 6세기 성당이다. 이집트와 그리스의 열주들이 실내에 즐비하게 줄 서 있다. 그 사이 넓은 중앙을 본회랑으로 삼고 있고, 좌우에 상대적으로 좁은 회랑을 갖추고 있다.

▲ 산타마리아마조레 성당. 5,6세기에는 천정을 평면으로 삼은 성당을 지었다. 무거운 천정때문에 벽이 두꺼울 수밖에 없었다. 이집트 신전을 방불케한다.
ⓒ 신병철
천정은 비교적 낮고 네모 무늬(우리말로는 우물 천정)로 장식되어 있다. 천정이 낮아 훤히 트이는 시원한 느낌은 없지만, 열주가 만들어 내는 강직하고 고전적인 느낌은 어느 성당 못지 않다. 원래 이런 성당 벽면에는 지옥이나 묵시록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기독교가 공포를 이용해 사람들을 장악하던 시대였고, 아직 밝은 실내의 고딕 양식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16세기 이탈리아 상인들은 지중해 무역을 장악하고 인간 중심의 그리스로마 문화를 부활시키고 있었다. 이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촉발시킨 일이 일어났는데 바로 성 베드로 성당을 짓기 위해 면죄부를 판매한 것이다. 그 면죄부 판 돈을 보태어 짓기 시작한 산피에트로(성 베드로) 성당은 17세기 전반에 완성됐다.

▲ 로마의 산피에트로 성당. 면죄부 판매한 돈을 보태어 지은 성당으로 유명하다. 루터의 종교개혁도 이 성당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리스로마의 열주식이 살아나고 있다.
ⓒ 신병철
그곳에는 좌우로 열주들이 나열해 있고, 그 중앙에 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성당의 높이만도 138m나 된다. 반바지나 짧은 치마로는 입장할 수 없는 성당으로 유명하다. 내부는 얼마나 넓은지 만날 장소를 약속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어 버리기 일쑤다.

천정은 돔으로 높이가 매우 높고 그리스 열주식을 받아들였다. 미켈란젤로가 초기에 설계하였다고 하는데 그리스로마 양식이 많이 녹아 있다고 하여 르네상스 양식이라고 한다.

매년 성탄절이 되면 교황이 이곳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그 장면은 전 세계로 중계된다. 그러니 전 세계인들이 성탄절에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성당인 셈이다.

▲ 베네치아 산마르코 성당. 5개의 돔과 화려한 탑들로 구성된 아름답기 짝이 없는 성당이다. 지중해를 휘젖고 다닌 베네치아 사람들의 넓은 안목이 깃들여 있다. 비잔틴의 아야소피아가 큰 영향을 끼쳤다.
ⓒ 신병철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 베네치아와 피렌체에서는 멋있는 성당들이 많이 나타났다. 지중해를 휘젓고 다닌 베네치아 사람들은 가까운 동로마제국의 비잔틴에 있는 소피아성당을 응용한 멋들어진 산마르코 성당을 지었다. 5개의 돔에다 화려한 뾰족탑을 가미했으며 이후에 지은 광장 주변의 건물과 종탑과 어울려 환상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피렌체 사람들도 이에 뒤질세라 화려한 성당을 지었다. 피렌체 대성당은 벽면을 화려한 색색 대리석으로 장식했는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가장 높은 곳은 돔으로 처리한 피렌체 대성당은 '화려'라는 단어의 뜻을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한 성당이라고 할 수 있다.

전면에는 성인들의 조상들이 빼곡 차 있고, 모서리와 기둥에는 온갖 성스러운 장식이 있다. 하얀 대리석과 중간에 살짝 끼워 넣은 색색의 꽃무늬와 같은 대리석 장식이 화려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이렇게 아름답고 화려한 성당이 있으니 이곳의 성탄절 또한 화려하지 않을까. 사람들의 마음 또한 저절로 즐겁고, 저절로 관용적인 태도가 생겨날 것 같다.

▲ 피렌체 대성당. 19세기 말까지 대리석 치장이 계속되었고, 지금도 미완성 부분이 남아 있단다. 둥근 돔과 화려한 대리석 외형이 눈부시다. 정면과 측면 돔이 멋들어지게 어울리고 있다.
ⓒ 신병철
르네상스와 비잔틴 시기보다 더 화려한 성당의 시대는 17세기 이후였다. 그 중에서도 독일 뮌헨의 성당들은 겉모양은 평범하지만 내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있고 화려하고 경건하다.

16세기에 만든 잔크트미헬스 성당도 대리석으로 내부를 꾸몄다. 천정을 둥글게 처리하고 기둥 역시 대리석으로 굵직굵직 나열해 멋들어진다. 17, 18세기에 만든 테아티네르키르헤 역시 대리석으로 꾸민, 정말 화려하고 멋있는 성당이다. 겉모양은 그냥 평범해 보이는데, 내부를 이렇게 아름답게 장식하였으니, 진실로 하느님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 뮌헨의 테아티네르키르헤와 요하네스네포무크성당. 겉모양은 수수하나, 내부 공간이 정말로 끝내주는 성당이다. 대리석으로 저렇게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한 건축가들이 존경스럽다. 네포무크성당의 건축,조각,회화가 혼연일체가 된 내부는 더욱 화려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 신병철
그러나 화려한 성당의 명성은 아무래도 뮌헨의 요하네스 네포무크 성당에게 넘겨야 할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 조각과 건축 미술을 배운 아잠 형제가 18세기 중엽에 힘을 합해서 십수년에 걸쳐 지은 성당이다. 건축, 미술, 조각, 회화가 혼연일체가 된 성당이다.

회화의 화려한 채색이 분위기를 완전히 극도의 화려함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너무나 화려해 퇴폐적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18세기의 돈 있는 자들의 감각이 이런 수준이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 약현성당의 아기예수 탄생. 명동성당의 명성에 눌려서 그런지 조그만 아기예수 탄생의 모형들이 앙증맞다. 작아서 이쁜 것도 많다.
ⓒ 신병철
기독교 신자도 아니지만 성탄절에는 좋은 성당에서 드리는 미사를 구경하고 싶다. 파이프 오르간에서 울려나오는 장엄한 음악도 듣고 싶다. 내년에는 프라하의 비타성당을 떠올리면서 가까이 있는 약현성당을 찾아가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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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낚시도 하고 목공도 하고 오름도 올라가고 귤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아참 닭도 수십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은 지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개도 두마리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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