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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에 벵에돔 낚시를 갔다. 오후 6시 반쯤부터 시작했다. 5물이니 9시쯤이 만조다. 바다에서 멀찌기 떨어져 낚시를 시작했다. 잔챙이들이 잡혔다. 파도가 1~2m란다. 제법 강했다. 7시쯤 되었을 때, 찌가 쑥 들어가서 챘더니 큰놈이었다. 힘이 대단하다. 한참을 겨뤘다. 곧 '텅' 하고 터져버렸다.

그런데 터진 줄 알았던 낚시에 벵에돔 잔챙이 한 마리가 올라왔다. 이게 뭐지? 벵에돔 몸에 이발 자국이 심하게 나 있다. 그렇다면 다금바리 아닐까? 그 자리에 또 낚시를 던지고 밑밥을 쳤다. 또 그 놈이 물었다. 역시 빠져 버렸고, 잔챙이 벵에돔에 이빨자국이 나 있었다.

그렇다면 이건 이렇게 된 거다. 내가 던진 낚시를 벵에돔 잔챙이가 물었다. 끌려오는 놈을 다금바리가 쫒아와 집어삼켰다. 나는 큰 놈이라 여겨 힘껏 당겼다. 벵에돔 잔챙이가 다금바리 입에서 빠져버렸고 나는 힘만 쓰고 벵에돔 잔챙이만 잡았다. 
 
내 작전에 넘어가 잡힌 다금바리와 벵에돔
▲ 다금바리와 벵에돔 내 작전에 넘어가 잡힌 다금바리와 벵에돔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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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인 11일, 전날 그 다금바리를 잡기로 작전을 짰다. 먼저 벵에돔 잔챙이를 잡는다. 그놈에게 커다란 낚시바늘을 끼워 던진다. 낚시바늘이 끼워진 잔챙이 벵에돔은 아무래도 어눌하니 금방 다금바리가 집어삼키지 않을까? 

그래서 준비했다. 3호대 낚싯대에 5호 원줄이 감긴 릴뭉치를 장착했다. 목줄 역시 5호줄로 바꾸고, 큼직한 낚시 바늘을 끼웠다. 좀처럼 가져가지 않던 길다란 뜰채도 준비했다. 

이날은 6물, 오후 6시 반부터 시작한다. 오후 9시 반쯤이 만조다. 1호대 벵에돔 낚시대, 3호대 다금바리 낚싯대, 긴 뜰채, 미끼와 밑밥을 챙겨 어제 그 자리에 갔다. 아직 물이 들어오지 않았고, 파도도 잔잔하다. 그런 조건으로는 낚시가 안 된다.

내가 서 있는 갯바위 오른쪽은 맞바람이 치고 있어서 낚시하기 힘들지만,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 힘들긴 해도 그쪽이 더 낫다. 웅덩이 같은 물통에 1호대를 던지고 밑밥을 쳤다. 곧 잔챙이 한 마리가 잡혔다. 크기도 미끼로 적당했다. 곧 2마리가 더 잡혔다. 살림망 안에 넣고 물에 넣는다. 미끼가 확보되었다. 
 
다금바리 배를 가르니 미끼로 썼던 벵에돔 잔챙이가 나왔다.
▲ 다금바리의 미끼, 잔챙이 벵에돔 다금바리 배를 가르니 미끼로 썼던 벵에돔 잔챙이가 나왔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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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제 다금바리의 공격을 당한 곳엔 파도가 잔잔하다. 계속 오른쪽 물통에서 큰 벵에돔을 기대하며 낚시를 던진다. 중간쯤 되는 놈이 잡혔다. 그런데 그놈의 몸에 이빨자국이 나 있다. 그렇다면 이곳에도 다금바리가 있다는 말씀? 부리나케 3호대 낚싯대를 편다. 살림망에서 싱싱한 벵에돔 한 마리를 꺼내 윗지느러미에 낚시바늘을 끼워 던졌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 소식이 없다. 꺼내 봤다. 그대로다. 다시 던지고 낚싯대를 바위에 걸쳐 놓고 1호대로 벵에돔 낚시를 계속하였다. 성과가 없다. 왼쪽 물통에도 물이 많이 들어왔고, 파도도 일렁이고 있었다. 자리를 옮길 시각이 되었다. 다금바리 낚싯대를 들었다. 처음에는 가벼웠다. 곧 휘청했다. 다금바리가 덮친 것이다. 낚싯대를 드니 미끼 벵에돔이 위로 올라왔고, 그것을 덮친 것이다. 

낚싯대도 낚싯줄도 튼튼하니 걱정없이 힘껏 당겼다. 올라오는 듯 하더니 곳 빠지고 말았다. 미끼 벵에돔은 없고 낚시바늘이 올라왔다. 낚시 바늘이 제대로 걸리지 않았던 것 같았다. 오른쪽 물통에도 다금바리가 있다는 알았다. 새로운 잔챙이 벵에돔 등짝에 낚시 바늘을 정성껏 끼우고 오른쪽 물통에 던졌다. 밑밥도 충분히 뿌렸다. 

왼쪽 물통에 물이 들어와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 다금바리 낚싯대는 바위에 걸쳐 놓고 왼쪽 물통에서 벵에돔 낚시를 했다. 중간치가 곧 잡혔다. 6물 들물의 위력이 나타나고 있었다. 파도가 심해지고 낚시 환경이 좋아졌다. 파도가 뒤집어지는 곳에 밑밥을 치고 낚시를 던졌다. 큰 놈이 올라왔다. 

오른쪽 물통의 다금바리 낚싯대를 쳐다보았다. 약간 바다쪽으로 들어가 있고, 낚싯줄이 팽팽했다. 혹시? 살그머니 들어보니 묵직하다. 낚시 바늘이 걸리라고 힘껏 챘다. 대단한 힘을 쓴다. 밀고 당기기를 한참, 곧 누런 배를 드러내고 커다란 다금바리가 보였다.

왼손으로 낚싯대를 잡아 다금바리를 견제하고, 오른손으로 뜰채를 푼다. 쉽지 않다. 겨우겨우 뜰채를 바다에 드리워 다금바리를 담기 위해 애쓴다. 파도가 밀려와 실패하기를 서너 번, 결국 뜰채 안에 집어넣는 데 성공했다. 

정말 묵직했다. 세상에! 작전을 세워 다금바리를 잡다니! 벵에돔 낚시하다가 눈먼 다금바리를 잡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큰 놈은 처음이었다. 온 세상이 내 세상 같았다. 벵에돔 미끼는 삼켜버렸고, 낚시바늘이 입 천정에 걸려 있었다. 다금바리 입은 거대하다. 이빨은 날카롭기 짝이 없다. 낚시 바늘을 뺄 방법이 없다. 줄을 잘랐다.

그런데, 꼬리 지느러미가 없다. 무슨 이유인진 알길이 없다. 상처는 다 아문 것 같았다. 다금바리는 영역이 있어 한 마리 잡으면 더 이상 같은 장소에서는 잡히지 않는단다. 3호 낚시대를 접었다. 
 
꼬리지느러미가 잘려 길이를 잴 수 없었던 내 생애 최대 다금바리
▲ 내 생애 최대 다금바리 꼬리지느러미가 잘려 길이를 잴 수 없었던 내 생애 최대 다금바리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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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밑밥도 많이 남았고, 시간도 남았다. 벵에돔 낚시에 전념한다. 들물 속도가 엄청나다. 금방 발 앞까지 물이 들어왔다. 충분한 밑밥과 좋은 조건이니 벵에돔도 잘 잡혔다. 잔챙이 중챙이 모두 살려주고, 큰 놈만 챙긴다. 2마리 잡았다. 6시 반에서 8시까지 낚시에 큰 놈 한 마리가 나의 낚시 목표다. 아내와 둘이서 먹기에 그것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목표를 초과하고도 초과했다. 

돌아오는 길에 낚시 가게에 들러 자랑한다. 갈 때, "오늘은 다금바리 잡으러 갑니다" 하고 장담했기 때문이다. 커다란 고기를 보곤 "이런 맛에 낚시를 하시는 구먼" 하고 같이 기뻐해 주었다. 
 
금요일마다 오름 올라가는 사람들과 먹기로 결정했다.
▲ 2.1kg 다금바리 금요일마다 오름 올라가는 사람들과 먹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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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사진을 찍고 무게를 쟀다. 2100g, 생애 최대의 다금바리였다. 이 고기들을 어찌 먹을 것인가? 아내와 함께 기분 좋은 걱정을 한다. 금오름나그네와 함께 먹기로 결정한다. 금요일마다 오름 올라가는 모임이 금오름 나그네다. 급히 단톡방에 제안한다. 사진과 함께.

'긴급제안 있어요. 방금 잡아온 다금바리와 벵에돔입니다. 내일 점심에 우리집에서 조놈들 잡아먹고 오름은 쉬는 거 어때요?'

곧 답이 왔다.

'좋습니다. 폭염에 걱정했는데, 이런 횡재가!!! 몸보신 좀 하고 체력을 키웁시다.'

다금바리 잡고 싶어요? 작전을 짜셔요.

태그:#다금바리, #낚시, #제주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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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낚시도 하고 목공도 하고 오름도 올라가고 귤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아참 닭도 수십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은 지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개도 두마리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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