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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SDI 수원사업장에서 휴대전화 불법 위치 추적 피해 노동자가 방송출연을 했다는 이유로 회사 밖으로 쫓겨나고 심지어 식당이용까지 저지당하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삼성노동자감시경기지역공동대책위원회'(집행위원장 노영란·이하 경기공대위)가 탄압 피해 노동자의 증언을 듣고 현장을 확인한 결과 드러났다.

▲ 지난 4일 오전 강재민씨가 회사 밖으로 쫓겨난 뒤 어디론가 휴대전화를 하고 있다.
ⓒ 경기공대위
경기공대위 진상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11시 40분 쯤 삼성SDI 수원사업장에서 휴대전화 불법 위치추적 피해 노동자인 강재민(41)씨가 대리급 직원 3명에 의해 회사정문 밖으로 쫓겨났다.

이처럼 강씨가 회사 밖으로 내몰린 것은 전 날 3일(일요일) 방영된 MBC 시사프로그램 '시사매거진 2580'에 출연해 노동자 탄압 실상을 폭로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강씨는 방송 인터뷰에서 불법 휴대폰 위치추적 피해를 당한 삼성SDI 수원사업장 노동자 4명이 검찰 고소 이후 이들에 대한 회사 측의 집요한 감시와 협박 등이 있었다는 요지의 증언을 했다.

특히 강씨는 고소취하강요와 함께 작업장 내에서 이른바 '1m 그림자감시', 노동조합(민주노총 금속연맹을 지칭) 탈퇴 강요, 근무 보직 전환배치 등 부당한 노동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강씨는 이 같은 내용의 방송이 나간 다음날인 월요일 오전 8시쯤 회사에 출근한 뒤 일부 간부들에게 머리를 쥐어 박히고, 심한 욕설과 협박을 당했으며 급기야 오전 11시40분쯤 정문 밖으로 끌려 나갔다고 한다.

공대위는 "당시 중간 간부들이 '동료를 팔아먹고, 회사를 팔아먹었다'면서 심한 욕설과 함께 강씨를 정문 앞에 내동댕이치고 정문 경비원들에게 '이 인간 들여보내지 말라'고 얘기한 뒤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자 급히 연락을 받고 현장에 달려온 노영란 공대위 집행위원장과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 변호사 등 공대위 관계자들이 회사 정문 밖에서 상황을 주시했으며 강씨는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인 낮 12시 50분쯤 회사로 들어갔다.

강씨는 이날 오후 수원지방노동사무소에 삼성SDI 김순택 대표이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강씨는 다음 날인 5일 낮 12시쯤 사내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으나 대리급 중간 간부와 소사장 등 3~4명이 "넌 밥 먹을 자격도 없다" 등의 폭언을 퍼부으며 식당 출입을 막아 결국 라면으로 점심을 때워야 했다.

강씨는 삼성SDI 전·현직 노동자들에 대한 휴대전화 불법 위치추적 사건과 관련해 지난 7월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사측 임원을 고소한 피해자 11명 가운데 한 사람이다.

특히 삼성SDI 수원사업장에서는 강씨 등 현직 노동자 4명이 피해를 입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으나 이 중 3명은 지난 8월 고소를 취하했으며 강씨만 고소를 취하하지 않은 상태다.

▲ 경기동대위가 7일 삼성SDI 수원사업장 구 정문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한영
한편 강씨의 탄압과 관련해 경기공대위 소속 관계자 30여 명은 7일 오전 삼성SDI 수원사업장 옛 정문 앞에서 규탄기자회견을 열고 강씨에 대한 부당 노동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경기공대위는 기자회견문에서 "삼성은 불법 위치추적 사건을 은폐하려고 검찰에 고소한 피해 노동자들에게 고소취하강요와 회유협박은 물론 가족과 동료들까지 접촉하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심리적 압박을 가해왔다"고 비판했다.

경기공대위는 "'시사매거진 2580' 방영 이후 중간관리자를 사주해 강재민씨에 대한 욕설 등 인권유린도 모자라 강제로 회사 밖으로 밀어내고 식사를 못하게 하는 등 파렴치한 짓을 자행했다"며 "삼성의 불법적이고, 비인간적인 노동자 탄압의 추악한 모습에 대해 국민적 심판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영란 집행위원장은 "삼성SDI 수원사업장의 불법 위치추적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 노동행위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앞으로 강씨에 대한 탄압을 막고 원직 복귀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 전면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삼성SDI 본사 홍보실 관계자는(수원사업장 관계자와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언론 인터뷰는 본사 홍보실로 일원화되어 있다며 거절했다) "수원사업장에서 강씨에 대한 어떤 탄압행위가 있었는지 모른다"고 밝힌 뒤 "휴대전화 불법 위치추적 사건은 우리도 피해자인 만큼 하루속히 진상이 가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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