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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가 잘 아는 친구 두 명이 부인과 계통의 수술을 받았다. 한 부인은 자궁절제수술을 받았고 다른 이는 난소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아직 30대 후반이고 40대 중반인, 비교적 젊은 여성들이었다.

그 집 남편들은 갑작스러운 아내의 입원과 수술, 퇴원에 많이 놀란 듯 얼굴이 해쓱해 보였다. 수술을 받은 두 여성들을 위로하는 자리에서 우리의 화제는 최근에 늘고 있는 부인과 질환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아니, 요즘엔 부인과 병이 왜 그렇게 많아요? 주변에 보면 '자궁근종'을 앓고 있는 이가 한 둘이 아니에요. 한 집 건너 있더라고요. 최근엔 젊은 아가씨들도 자궁근종 때문에 산부인과에 들르는 경우가 많대요. 정말 큰일이에요. 옛날엔 그런 거 없었잖아요. 그것 때문에 수술을 했다는 말도 못 들어 봤고요. 그나저나 그런 부인과 질환이 요즘엔 왜 그리 흔한지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환경 오염이 문제일 것 같은데…."

사실은 나도 자궁근종이 있는 상태에서 두 딸을 출산하고 수술을 받았다. 그런지라 이번 일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아 나 역시 관심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한 부인이 어디서 들었다며 부인과 질환 얘기를 꺼낸다.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일회용 생리대, 화학섬유로 된 속옷, 꼭 끼는 팬티 스타킹 따위가 원인이래요. 맞는 것 같아요. 옛날엔 그런 거 전혀 안 썼으니까요. 생리대도 다 면으로 된 것만 썼잖아요. 요즘은 그런 거 쓰는 사람 없지만요. 모두들 일회용 생리대만 쓰니까요. 더구나 요즘 애들은 초경도 일찍 해서 초등학교 4, 5학년만 되면 하는데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일회용 생리대를 쓰게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해요. 그 고약한(?) 것을 몸에 딱 붙이고 다녀야 하니 말에요. 큰일이에요."

"요즘에 누가 면 생리대를 써요, 귀찮게…"라고 말했을 때 나는 "우리집에선 쓰는데요"라는 말을 바로 하지 못했다. 좀 고리타분하게 비쳐질까 하는 소심한 마음도 들었고, 항상 면 생리대만 쓰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딸아이들이 쓴 기저귀로 생리대를 만들어 주었어요

▲ 면 생리대
ⓒ 피자매연대
딸들이 초경을 시작했을 때 나는 기쁜 마음으로 딸의 생리대를 만들어 주었다. 아니, 내가 직접 만들어 준 것은 아니고 아주 의미 있는 천으로 생리대를 사용하게 해 주었다. 그게 뭐였나? 바로 딸들이 어렸을 때 썼던 기저귀였다.

만삭이 되어 출산을 앞두고 있을 때 친정어머니는 아주 좋은 천으로 기저귀를 장만해 주셨다. 어머니가 깨끗이 삶고 두드려 만들었다는 그 기저귀는 백옥 같이 하얗고 햇볕 냄새가 났다. 더구나 손이 크다고 소문이 난 어머니는 기저귀도 아주 넉넉하게 준비를 해 오셔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아니, 무슨 기저귀가 이렇게 많아요. 쌍둥이 낳는 줄 알겠어요."

친정 어머니 말씀은, 혹시 기저귀를 못 빨게 되거나 장마철에 마르지 않아 일회용을 쓰게 될까 봐 여유 있게 준비를 하셨다고 했다. 바로 그 기저귀를 딸들이 생리대로 쓴 것이었다.

"아니, 두 딸들이 썼던 기저귀를 아직도 안 버렸어요? 아직도 쓸 만해요?"
"그럼요. 아직도 성성해요. 기저귀는 세탁기에 돌리지 않았어요. 손빨래를 했거든요."

큰 딸이 초경을 했을 때 나는 기저귀를 생리대로 접어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가 어렸을 때 썼던 기저귀야. 그런데 네가 커서 다시 생리대로 쓰게 되다니 정말 감격스럽다."

딸이 썼던 생리대를 빨 때의 기분은 그냥 '뿌듯함'이었다. 어린 딸이 어느새 자라 의젓한 '여성'이 되었다는 상징을 바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딸은 기저귀로 만든 생리대를 쓰긴 했다. 하지만 잠잘 때나 집에 있을 때 뿐이었다. 밖에 나갈 때는 표시가 나는 듯 해서 그냥 일회용 생리대를 쓰게 했다.

그런데 지난 번 정선옥 기자가 쓴 <대안 생리대로 바꿔 보자>를 읽고 난 뒤에 처음으로 알았다. 외출할 때도 사용할 수 있는 면 생리대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기사를 통하여 일회용 생리대의 폐해와 심각성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썩는 데 20년이 걸린다는 종이컵. 그런데 화학 섬유로 된 생리대나 종이 기저귀는 100년 내지 500년이 걸린다고 하지 않던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일회용 생리대가 직접 피부에 닿으면 피부 질환을 야기시킬 수도 있고 생식기 질병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최근에 늘고 있는 부인과 질환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생리대에도 웰빙 바람을

<한국여성단체연합>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읽은 글 가운데 생리대와 관련된 무서운(?) 글이 있었다.

생리대에는 염소표백의 부산물인 다이옥신과 흡수제로 쓰이는 레이온이라는 두 가지 위험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다이옥신은 발암물질이자 면역체계 및 생식 계통에 독성을 미치는 물질이다.

1996년 9월에 발표된 미국 환경청 EPA 보고서에 따르면, 다이옥신은 몸에 쉽게 축적되기 때문에 아주 낮은 수준이라도 다이옥신에 노출되는 것은 안전하지 못하다. 다이옥신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그 위험성은 매우 커진다.

일반적으로 가임 여성이 하루에 평균 5개의 생리대를 사용하고, 한 달에 5일씩 생리를 한다고 하고 가임 기간을 38년으로 계산하면, 한 여성은 평생 동안 총 1만1400번 다이옥신과 반복적으로 접촉하는 셈이다.

자궁내막증은 월경과 관계된 질병인데 불임의 주된 원인이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다이옥신에 노출된 붉은털 원숭이의 79%가 자궁내막증에 걸렸다고 한다. (미국환경청 EPA자료)


나는 이 기사를 두 딸들에게 읽히고 나서 바로 대안생리대를 알리고 판매하고 있는 '피자매연대(http://bloodsisters.gg.gg)'에 들어가 면 생리대를 주문했다. 요즘 나오는 면 생리대는 기저귀 같이 큰 게 아니고 일회용 생리대와 같은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외출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요즘 '웰빙' 바람이 불고 있다. 패스트푸드 대신에 '슬로푸드'를, 편리한 아파트 대신에 다소 불편하고 멀어도 물 좋고, 공기 맑은 전원 주택을 선호하고 있다. 이제는 편리함보다는 건강을 생각하고 생활의 질을 따지는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일회용 기저귀나 생리대에 대해선 편리함만 따질 뿐 그 위험성에 대해선 모두가 별 생각이 없는 듯하다. 이제는 정말 기저귀와 생리대에 있어서도 진정한 '웰빙'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여러분은 환경을 생각하고 소중한 생명이 자라게 될 여성의 몸을 진정으로 귀하게 여기십니까? 그렇다면 지금 당장, 여러분의 아내와 딸들을 위해 면 생리대를 주문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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