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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홈페이지
지난주 분양이 마무리된 서울 용산의 주상복합아파트 ‘시티파크’는 이틀 만에 청약자금 7조원, 평균 경쟁률 354대 1이라는 분양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게다가 현재 강남구 대치동의 13평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8억7000만원을 웃돈다.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대통령도 불패’라며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강남불패신화’로 대변되는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는 정부의 의지를 비웃듯 계속되고 있다.

‘강남공화국’, ‘강남특별시’라는 별칭이 말해주 듯 대한민국 권력과 경제의 특권층을 상징하는 지역이 된 강남. 지난 70년대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가 시작된 곳이 바로 강남이다.

MBC의 현대사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이하 ‘이제는’)가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도덕성을 위협하는 부동산 투기가 시작된” 강남을 대해부했다. 오는 11일 방송될 79회분 ‘투기의 뿌리, 강남공화국’편에서 <이제는...>은 지난 30여년간의 강남 개발과정을 추적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이 땅과 아파트에 목을 매게 만든 부동산 투기 바람의 뿌리를 파헤쳤다.

부동산 투기 바람은 강남 개발로부터 시작

제작을 담당한 유현PD는 “프로그램을 통해 강남 개발주체인 박정희 정권이 부동산투기의 원조이며 첫 수혜자였음을, 강남개발 신화는 바로 부와 권력의 유착을 통해 상류층의 특별구역이 건설되는 과정이었음을 밝혀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남 개발은 60년대 후반 1.21사태와 푸에블로호 사건으로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하면서 시작됐다. 강남 개발 당시 서울시는 막대한 공사자금을 토지구획정리로 확보한 체비지 매각에 의존해야 했고 이 땅을 팔기위해 정부는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게 된다.

73년에는 영동지구를 개발촉진지구로 지정해 강남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면세 혜택을 부여했고 일부 도시계획전문가들의 반대에도 지하철 2호선이 강남과 강북을 연결하는 순환선으로 결정됐다.

이 무렵에 경기고 등 이른바 명문고들이 강남으로 이전해 8학군을 형성했다. 강북지역이 특정시설제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룸살롱, 고급 요정 등 유흥업소들도 발빠르게 강남으로 옮겨왔다.

<이제는...>은 이 모든 강남 개발의 총 지휘자는 당시 정권이었다고 단언한다. 독재는 정치적 정당성을 경제성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고 유신이데올로기의 또 다른 축은 건설개발이었다는 설명이다.

강남 개발의 총 지휘자는 당시 정권

▲ 박정희 전 대통령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제작과정에서 불도저 시장이라고 불렸던 김현옥 전 서울 시장의 대서울 구상에서 아파트 지구 지정까지 모두 정권차원의 아이디어였다는 김상현 전 신민당 의원 등의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강남의 의도적 개발과정에서 땅을 선점한 사람들이 거대한 부를 획득하면서 부동산 중산층이라는 새로운 계층을 형성했고 부동산 투기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체험한 대다수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투기 현장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78년 현대건설에서 사원용으로 지었던 아파트를 고위공직자과 사회 저명인사들에게 특혜분양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통해 당시엔 천문학적인 액수였던 4000~5000만원이 현대아파트의 프리미엄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반 국민들은 아파트의 가치에도 눈을 뜨게 됐다.

강남의 아파트 투기 바람은 현대아파트 특혜분양사건을 타고 더욱 거세졌고, 압구정동은 당대 부와 권력의 최상층이 모이는 특별구임이 만천하에 알려지게 됐다.

유현 PD는 "1970년 남서울 개발계획으로 본격화된 강남개발은 허허벌판 채소밭을 한국 최고의 특수지역으로 탈바꿈시켰지만, 사회의 공공재인 땅과 집을 투기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며 “다수 국민들을 땀흘려 일하는 노동의 대가보다 매매차익의 불로소득 현장으로 나서게 하는 투전판식 자본주의가 자리잡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로그램이 기획된 것은 작년 12월. 정부에서 ‘10.29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숨고르기에 들어가던 때였다.

유 PD는 기획의도에 대해 “작년 말 당시 부동산 문제가 심각했었고 그동안 <이제는...>이 아이템 선정에 있어서 정치적 사건이나 피해자 중심으로 풀어갔는데 방식을 달리해보자는 취지에서 한 것”이라며 “사회경제사적 측면에서 한 지역의 개발과 성장이 전체 다른 사회에 끼친 영향을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 PD는 또 “현재 드러나는 문제가 사회구조화 된 원인은 70년대에 있다”며 “작년 시점에서 부동산 투기문제가 심각하게 벌어진 것은 그 출발점이 70년대 개발독재시대였다”고 단언했다.

부동산 투기 구조화의 출발점은 70년대 개발독재시대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제는...>이 총선을 앞두고 3회 연속 박정희 시대의 과오를 다루는 것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병장’이, 지난 4일에는‘79년 10월 김재규는 왜 쏘았는가’가 방송됐다.

이와 관련 유 PD는 “박정희 집권 기간은 18년임을 감안하면 현대사를 다루는 <이제는...>의 아이템의 70%이상은 박정희 시대일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프로그램이 기획된 것은 작년 말이고 제작은 1월부터 시작한 것인데 당시에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의 대표가 될지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시티파크 분양에서 보듯이 부동산 투기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전 국민이 부동산 투기가 돈이 된다는 것을 학습해왔기 때문이다. 아마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면서도 상당수가 ‘나는 왜 그때 저렇게 하지 못했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고문, 살인을 한 것도 죄악이지만 전국민이 경제적 도덕성을 읽어버리고 부동산 투기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만드는 것이 어떻게 보면 더 큰 해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1월부터 3개월 동안 프로그램 제작을 마치고 11일 밤 11시 30분 방송을 앞두고 있는 유현 PD의 소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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