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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ild Center of NY' 사무실 입구
ⓒ 하승창

사람이 사는 환경과 살아 온 역사가 제 각각 다르다는 것은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삶의 형태와 문화, 제도를 다르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는 사실을 종종 잊곤 한다. 게다가 말까지 통하지 않으면 소외된 사람의 사회적 외로움은 극심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민자들이나 빈민들에게 여러 가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매개하는 사람들, 우리로 치면 사회복지사가 미국사회에도 존재할 것으로 생각했고 마침 'social worker' 중에 한인들도 제법 된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아름다운 재단의 서지영씨가 뉴욕 한인 social worker 협회장을 하고 있는 윤성민씨를 소개해 주었다.

social worker를 찾아가다

플러싱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방문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찾아갔다. 협회 사무실인가? 플러싱이면 한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내가 찾아 간 곳의 간판은 'Child Center of NY'으로 되어 있다. 입구에서 윤성민씨를 찾아야 했다. 이럴 때 마다 자신없는 영어 실력 때문에 긴장을 하곤 한다.

반갑게 맞은 윤성민 씨를 따라 들어 간 내부는 작은 곳이 아니다. 작은 방들이 촘촘이 들어서 있는 사무실들은 전부 의사나 사회복지사들이 근무하는 공간이란다. Child Center가 어떤 기관이길래 사회복지사들이 이 곳에 근무할까?

제일 먼저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의 우울증, 발달장애 등 아동에 대한 심리상담, 치료를 하는 곳이란다. 아니 더 이상하네? 사회복지사가 정신과 상담도 합니까? 그의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었다. 이 센터는 사회복지사와 정신과 의사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고, 윤 회장은 그 중에 아시안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역을 맡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주로 한인들이 자신을 찾는다고 한다.

미국의 사회복지사의 지위나 역할은 한국과는 다른 모양이다. 윤 회장은 미국의 사회복지사는 교육과 훈련정도에 따라 다른 기능들을 한다고 설명한다. 대학을 졸업한 사회복지사들과 대학원을 나와서 자격증을 가진 경우가 다른데, 자격증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회사들과 연계하여 일할 수 있고, 그 중에도 나중에 개업의처럼 개인 사무실을 열 수도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클리닉 분야는 한국으로 치면 거의 정신과 의사처럼 느껴진다. 서비스의 전달체계와 종사자의 구성, 형태가 한국과는 전혀 다른 셈이다.

사회복지사, 한국과 미국의 차이

▲ 작은 방들이 촘촘이 들어서 있는 사무실은 전부 의사나 사회복지사들이 근무하는 공간.
ⓒ 하승창
한국의 사회복지 서비스는 전달의 주된 형태가 정부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 따라서 한국의 사회복지사들은 대개 구청과 같은 지방자치단체 행정조직에 근무하거나 사회복지관 같은 시설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복지관은 한국에서 사회복지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시설이다. 복지관의 책임을 맡고 있는 관장의 역할이 중요한데,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해 있는 사회복지사들과 충돌도 왕왕 있는 모양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실에 근무하는 산그늘이 사회복지사인데, 복지관 관장하고 싸우다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미국의 사회복지사들은 한국과는 다른 위상을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 말대로 대단히 전문적인 직업인 셈이다. 미국의 사회복지사들은 한국처럼 정부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영역에서 일하는 경우는 드물다. 서비스의 전달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사회복지 서비스도 대부분 민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들이 다양한 비영리기관에 들어가거나 혹은 스스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관을 만들어서 자신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서비스 내용을 만들어서 여러 재단이나 정부기관에 제안하고 그 프로젝트가 수용되면 서비스가 제공되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개호 보험이라고 해서 재가노인들에 대한 서비스를 민간에 개방해서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험사와 연결해 대가를 받는 방식이 있다.

물론 이곳 정부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역도 있다. 민간에 맡겨두면 사각지대가 발생하거나 민간이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어렵다고 보는 영역들이 그것이다. 예를 들면 5세 이하 장애아동들의 경우에는 전적으로 정부가 책임진다. 한 가정에 있는 5세이하 장애아동을 위한 도우미가 직접 가정으로 나와서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같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는 사회 각 영역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서비스를 제각각 알아서 제공하는 셈이다. 말하자면 시장에 맡겨져 있는 셈이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시스템이 있는 셈이다. 따라서 한국처럼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관 스타일의 기관은 없지만 전문화된 다양한 영역의 기관들이 존재하는 셈이다.

Child Center도 그 중의 하나이다. 1953년에 세워진 비영리기관으로 20세까지를 대상으로 하며 이민국가인 미국에서 새로운 나라에 와서 아이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상담하고 치료하는 곳이다. 30개국 이상의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중언어가 가능한 사람들이다.

한 해 12,0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곳은 각종 재단의 지원과 상담료 및 보험급여가 재정의 주된 구성이다. 이사회 구성을 들여다보면 변호사, 회계사, 교수 등 다양하다. 특히 시티뱅크, 모건스탠리, 맥도날드 등의 대기업 임원들이 중요 직책을 맡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민영화된 복지, 사회 변화에 민감

▲ 윤성민 뉴욕 한인 social worker 협회장
ⓒ 하승창

한국에서 복지관에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윤 회장은 "미국과 한국의 복지전달 시스템이 각각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고 그 나라의 문화적 차이에 따라 서비스 수혜자들이 선호하는 제도가 있다"면서 "미국제도가 한국에 좋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미국식 제도의 장점은 전문적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또 "social worker들이 자신들의 관심영역에 대한 서비스를 개척하고 재원을 확보하기 때문에 사회의 변화에 따른 즉각적이고 탄력적으로 복지수요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들었다.

그리고 보면 미국의 사회복지사들은 다양한 영역에 근무한다. 과거 60년대만 해도 사회복지사들은 대개 'community center'에 많았다고 한다. 복지 서비스 환경이 좋지 않았던 만큼 커뮤니티에 기반한 운동가들이 많았다고 한다. 점차 전문적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영역으로 사회복지사들이 진출했다는 것이다.

미국 사회복지사 협회에 의하면 많은 사회복지사들은 윤 회장 같은 상담영역에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자격을 갖춘 사회복지사들은 개인적으로 개업도 가능한데, 개업이 가능하게 된 사회복지사들이 커뮤니티의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헌신하는 것에서 멀어지게 된다는 지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윤 회장은 최근 들어 늘어 난 한국 사회복지기관들의 연수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이런 연수들이 대부분 기관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데, 이는 한국의 복지전달시스템이 기관중심이라는 것에 기인하겠지만 윤 회장 본인은 미국의 제도와 시스템이 한국과 다른 만큼 기관방문 중심의 연수는 한국 현실에 적절한 도움이 되는 연수인지 의문이 간다고 한다.

'차이'에 대한 이해 속에서 배움 싹튼다

아무래도 그야말로 견학에 그칠 공산이 크고 거기에 관광프로그램까지 결합하게 되면 실제 효과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시스템과 전달자의 위상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프로그램 중심의 연수가 오히려 실용적일 것 같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사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 것도 소득이었지만 새삼스럽게 다시 확인한 '인식' 한 가지도 도움이 되는 만남이었다. 우리가 흔히 같은 개념일거라고 지레 짐작한 것 조차 각기 다른 공동체의 역사와 제도가 가지고 있는 '맥락'의 '차이'는 전혀 다른 사회구성원과 삶의 방식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그 '차이'에 대한 이해 위에서만 실제적으로 그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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