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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 장관-성균관장 첫 만남 장하진 여성부 장관이 12일 오후 2시30분 명륜동 성균관을 방문, 최근덕 성균관장을 만났다. 장 장관(왼쪽)이 들어서자 최 관장이 악수로 맞이하고 있는 모습.
ⓒ 여성부

여성부와 유림이 처음 손을 잡았다. 지난 5일 취임한 장하진(54) 여성부 장관과 최근덕(72) 성균관장은 12일 오후 면담에서 '상생'을 약속했다.

장 장관은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 명륜동 성균관에 찾아가 최 관장과 10여분간 면담했다. 여성부 장관과 성균관장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성균관 등 유림계에서는 '호주제 폐지'를 추진해온 여성부에 대해 "폐지되어야 할 부처"라고 주장하는 등 크게 반발해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장 장관과 최 관장의 만남은 그 자체로 큰 관심이 되고 있다.

50여명 취재진에 놀란 성균관장 "총리 올 때도 이렇지 않았는데..."

"이렇게 바쁘신데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 장관과 최 관장이 나눈 첫 대화다. 장 장관이 성균관장실에 들어서자 최 관장은 일어서 장 장관을 맞으며 악수를 청했다. 이어 두 사람은 면담 전 5분여간 덕담을 나눴다. 또 사진기자들을 위해 자리를 옮겨 나란히 앉는 등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최 관장은 면담에 앞서 장 장관에게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나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 총리들이 성균관을 다녀갔을 때도 기자들이 이렇게 많이 오진 않았다"며 "사람들이 이렇게 (여성부 장관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걸 보니 만사가 형통하시겠다"고 덕담을 던졌다.

이에 장 장관이 "아무래도 이 문제(호주제)에 국민들의 관심이 많아서인 듯하다"고 답하자, 최 관장은 "가족법 때문인 것 같다"며 "가정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들 하니 책임이 무겁겠다, 관상을 보니 잘 하시겠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터뜨렸다.

여성부-성균관, 면담에 대해 높이 평가

▲ 장하진 장관과 최근덕 성균관장이 면담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상생'을 약속했다.
ⓒ 여성부
'포토타임' 후 시작된 면담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면담에 배석한 여성부와 성균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장관과 관장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뜨거운 이슈인 '호주제 폐지'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을 나누지 않았다.

이복실 여성부 차별개선국장과 최영갑 성균관 총무처장은 면담 직후 브리핑을 통해 "장관과 관장은 '호주제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국회에서 여야가 '폐지'를 합의하고 2월 처리를 약속한 만큼 국회에서 원만히 논의될 수 있도록 맡기자'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더이상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성부와 성균관 양측은 이날 면담 성과를 모두 높이 평가했다. 그간 국민들에게 대립양상으로 비쳤던 여성계와 유림이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됐다는 것이다. 최 관장과 장 장관도 '상생'을 강조하며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었다.

특히 최 관장은 여성부의 올해 주력사업인 '공보육' 문제에 대해 먼저 얘기를 꺼내 정책을 부탁하는 등 여성정책에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장 장관은 성균관을 나서면서 "앞으로 호주제 문제나 새로운 가족정책과 관련, 전통적 가족정책을 새 형태로 담아내는 등 여성부와 성균관이 서로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관장님이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난 점을 강조하며 보육정책을 잘 해달라고 여러번 강조해 나도 여성부의 올해 최우선 정책이 보육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최 관장도 "(오늘 대화에서만큼은) 서로 의견이 다른 게 없었다, 제가 여성부에 찾아가거나 하는 등 또 뵙기로 했다"며 장관을 차까지 배웅했다.

다음은 장 장관과 최 관장의 면담자리에 함께 한 이복실 국장과 최영갑 총무처장의 브리핑을 통해 재구성한 이날 대화내용이다.

최근덕 관장 "바쁘신데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장하진 장관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최 관장 "기자들이 이렇게 장관님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을 보니 만사가 형통하시렜다."

장 장관 "국민들이 관심이 많아서인 것 같다."

최 관장 "여성부 장관이 이렇게 높은 자리인지 몰랐다.(웃음) 이전에 정동영 장관이나 이부영 의장, 총리 분들이 올때도 이렇게 기자들이 오지는 않았다."

장 장관 "이 문제(호주제)에 국민들이 관심이 많아서인 듯하다."

최 관장 "응당 그렇다. 가족법 때문인 것 같은데… 가정이 위기에 처해있다고 하니 장관님 책임이 무겁겠다. 그런데 관상을 보니 잘 하시겠다(웃음). 나도 젊었을 때 잡지사 기자로 정치부에도 있고 연예부에도 있었다. 그러다가 성균관대로 다시 돌아왔는데, 그댁에도 아는 어른, 친구들이 좀 있다.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자자) 다른 데 가셔도 이렇게…(기자들이 많이 오나?)"

장 장관 "취임 후 첫 대외행사로 관장님을 찾아뵈었다. 취임한지 얼마 안돼서…(기자들 관심이 높은 것 같다.). 특히 이 문제(호주제 폐지)는 관장님이 잘 협조를 해주셔야 문제가 잘 해결될 것 같다(웃음)."

최 관장 "사실 '상생'이라는 말은 주역에서 나온 말로 '남녀 상생'에서 기인한다. 가정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양성이 서로 화합해야 한다."

(이후 비공개로 면담 진행)

최 관장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눈부시게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도 육아 책임이 전부 여성에게 있으니 사회가 육아를 책임져줘야 한다. 여성부에서도 보육정책에 관심을 가져달라."

장 장관 "그렇잖아도 취임한 이후 보육정책을 최우선에 두려고 한다. 관장님 생각과 같은 입장이다."

최 관장 "여성부가 좀더 긍정적인 정책을 펴주길 바란다. (가톨릭 교황이 내린 교시를 인용하며) 여성운동 발걸음이 너무 빨랐을 때 가정이나 사회에 혼란을 줄 수 있다.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속도의 조정은 필요하다. 남녀는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화합하는 존재인데, 서로 분열하는 면이 있다. 유림과 여성계가 상생과 공존의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여성부가 남녀가 화합하는 정책을 펴주길 바란다."

장 장관 "금년 여성부도 남녀가 상생하고 화합하는 정책을 펴려고 한다."

최 관장 "사회는 자꾸 변하고 있으니 자기 영역만 강조해선 안 된다. 상생이 중요하다."

장 장관 "금년에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확대된다. 전통 가족의 좋은 점을 새로운 가족 정책에 반영하고 싶다. 훈훈한 가족 같은 사회를 만드는데 노력하겠다. 그러기 위해 유림과 협조하고 싶다."

최 관장 "적극 환영한다. 앞으로도 여성부와 대화 나누겠다."


성균관장 "그래도 호주제는 양보할 수 없다"
"폐지되면 야단... 여성부 장관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다"

최근덕 성균관장은 장하진 여성부 장관과의 면담에 기자 50여명이 취재에 나서자 놀라는 듯했다. 장관이 성균관에 도착하기 앞서 최 관장은 기자들을 둘러보며 "갑자기 스타가 된 것 같다"며 "장관이나 총리들이 오실 때는 이런 일이 없었다, 여성부 장관이 이렇게 대단하신 줄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관장은 '호주제' 문제에서만큼은 양보하지 않았다. 성균관 등 유림계는 지난해 12월 초에도 서울역광장에서 '호주제 폐지 반대 집회'를 열었다. 또한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문과 종중이 없어지고 가족이 해체된다, 실패한 사회주의 정책을 왜 따르려 하느냐"고 주장하며 정부 방침에 원색적인 비난을 해왔다.

최 관장은 장 장관이 도착하기 전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에서도 "호주제(폐지를 위한 민법개정안)는 국회에서도 처리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처리되면 야단날 것"이라며 "폐지 후 1인1적제를 실시하면 가정이 다 흐트러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호주제가 폐지되면 400여개 법률을 바꿔야 하는 등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법 근간이 다 바뀌게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날 면담에서는 호주제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을 나누지 않을 것을 못박았다.

최 관장은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개정안은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으니 주무부처 일은 다 끝나지 않았느냐,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가 있고 헌법재판소도 '호주제 관련 위헌법률 심판'을 이달중 결정할 것"이라며 "오늘은 인사차 오시는 것이니 가족법에 대해서는 얘기 나누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최 관장은 "호주제 문제는 헌재의 결정이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헌재 결정에 기대를 걸었다.

한편 이번 면담은 여성부 차별개선국 추진으로 이뤄졌다. 이복실 여성부 차별개선국장은 "지난 6일 성균관 관계자와 만나 면담의 뜻을 전했다"며 "호주제 폐지는 어차피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결정됐으니 유림과 여성계가 만나 오해를 씻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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