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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1일 오전 경기도 과천 과학기술부 브리핑실에서 최근 논란을 빚었던 한국과학기술원 사립화 문제 등 개혁방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사대체 : 1일 오후 3시10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사립화를 골자로 한 개혁방안인 이른바 '러플린 구상'으로 파문을 불러일으킨 로버트 러플린 총장은 1일 "사립화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한발 물러섰다.

러플린 총장은 이날 과천 정부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사립화라는 말은 전달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이라며 "현재 유일하게 논의 되고 있는 것은 카이스트를 미국의 메사추세츠공대(MIT)와 경쟁할 수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기관으로 만들기 위한 충분한 재원(good money)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관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러플린 총장은 또 "사립화는 카이스트의 자산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으로 전혀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최근 사립화가 안되면 총장직을 그만두겠다는 말에 대한 진의에 대해서도 "틀린 정보"라고 일축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충분한 재정을 확보해 카이스트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많은 연봉을 받으면서 더 이상 한국에 머물 수 없다'고 말을 했다"며 "이는 내 개인적인 윤리적 의무감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해명했다.

"카이스트를 세계적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내 의무"

러플린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카이스트 개혁안에 대한 오해를 푸는 자리가 필요했다"며 "지금은 카이스트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과정일 뿐인데 공식적인 정책이 미처 결정되기도 전에 언론에 유포 되면서 오해가 생기고 혼란이 커졌다"고 말했다.

일부의 우려를 사고 있는 카이스트의 학부중심 대학 전환 추진과 관련, 러플린 총장은 "현재의 대학원 과정은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라며 "다만 학부과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카이스트를 일반 종합대학으로 변모시키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학부모들이 카이스트에 대해 느끼는 매력을 높이기 위해 학부 교과 과정에 대한 소규모 개편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플린 총장은 이어 의과대학 및 법과대학 예비과정을 신설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단순한 교과과정의 확대 일뿐이라고 말했다.

"의과대학과 법과대학 설립하겠다는 것 아니다"

그는 "새롭게 의과대학이나 법과대학을 학부에 설립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교과 과정에 의학이나 법학 관련 과목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과학·기술과 관련된 법학 교과 과정을 두 개 내지 세 개 정도 추가해 향후 이쪽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카이스트의 세계화 과제와 관련, 러플린 총장은 "카이스트 학생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언어나 경영·경제에 대한 교육을 보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는 학생들이 이들 분야에 대해 친숙해지도록 하고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방안은 엔지니어를 교육하는 카이스트의 임무 자체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향상시키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플린 총장은 "논란을 빚었던 (카이스트의 개혁과 관련한) 이슈들은 정책으로 확정이 된 것이 아니라 '논의 중'인 사안일 뿐이라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나와 카이스트 교직원들은 카이스트에 MIT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며 카이스트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개혁정책은 3월 초 발표 할 것"

그는 "지금은 카이스트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논의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논의로 발전한 단계에 이르렀다"며 "구체적인 정책은 오는 3월 초쯤이면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기부에 대해서는 "과기부가 카이스트에 변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임명한 것 아니냐"며 "카이스트의 개혁방안 논의에 대해 과기부가 적당한 수준으로 참여하고 있고 재정적 지원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학기술원은 러플린 총장의 학교 사립화 계획에 반발, 사퇴한 박오옥(51) 기획처장 후임에 장순흥(50)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를 발령했다. 러플린 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장 기획처장에 대한 인사는 내가 인사권을 행사해서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장 교수가 기획처장을 맡아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은 러플린 총장과 일문일답 전문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총장이 '사립화'라는 용어를 썼기 때문에 혼란이 생긴 것 아닌가. 어떤 의미에서 이야기한 것인가.
"사립화라는 말은 언론과의 대화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언어의 사용이 불명확해서 여러가지 혼란이 빚어졌다. 사립화라는 용어에 오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내부 문서를 보면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조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립화는 카이스트의 자산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으로 전혀 논의하고 있지 않다."

- 사립화 안되면 총장 그만 두겠다는 진의는.
"틀린 정보다. 그런 보도가 두세번 나왔는데 전혀 옳지 않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카이스트를 미국 MIT와 경쟁할 수 있도록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재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기부와 진지하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내가 언론에 말한 내용은 충분한 재정을 확보해 카이스트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많은 연봉을 받으면서 더 이상 한국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나의 윤리적인 의무감에 대한 그런 이야기였다."

- 카이스트 내에서 따돌림 당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은 부분적으로는 옳다. 그 이유는 두가지다. 첫번째는 지금 논의하고 있는 그 사안(재정)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족 중에서 돈이야기 하면 긴장감이 생기게 된다. 두번째로 전 기획처장과 성격이 안맞았다. 그런데 이 문제는 바로 잡혔다. 재정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과기부와 논의하고 있고 기획처장도 새로 임명했으니 그런 문제는 곧 사라질 것이다."

- 총장이 KAIST 교수들과의 의사소통할 수 있는 논의시스템이 있는가.
"총장이 단독적으로 내리는 구조가 아니다. 교직원들과 논의를 하는 구조가 있다. 현재 카이스트의 새로운 비전 선언을 교수들이 검토를 하고 있는데 내가 독재자였다면 이런 과정 없이 바로 공개했을 것이다.

서로 비판하면서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과정에서 긴장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긴장은 필요하다. 카이스트의 운영구조가 정부 밑에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나는 리더로서 모든 사안에 대해 (모든 교직원들과)우호적인 관계를 갖기는 불가능하다. 지휘관이 할 일은 이러한 긴장을 최소화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기 위해 현재 노력 중이다."

- 국립대인 서울대도 등록금 받고 있다. 학부생에게 등록금을 받는 것도 사립화 구상에 들어가 있는가.
"등록금 징수문제 역시 논의하고 있는 사안중 하나다. 이는 내가 오기 전부터 논의가 돼 왔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결정할 수 없고 실질적인 소유자인 과기부가 결정해야 한다."

-신임 기획처장은 직접 임명했는가.
"그렇다. 인사권을 행사해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장 교수가 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도 했는데 기획처장을 맡아준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다."

- 결론적으로 어떻게 MIT를 따라 갈 것인가.
"재정 문제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하고 있다. 대화중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같다. MIT를 따라갈 방안을 바로 지금 우리가 논의하고 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기다려달라는 것이다."

- 이번 혼란은 대학의 중장기 발전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 충분히 오픈하지 않아서 오해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금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맞는 지적이다. 근본적인 혼란의 이유는 논의 과정에서의 비밀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언론에 나왔기 때문이다. 또 모든 일은 내가 이 자리에 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과기부가 나를 임명한 것은 카이스트 직원에게 변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평소보다 대대적인 변화이기 때문에 이 과정이 다소 다른 바가 있고 언어도 다소 극단적인 면이 있었다.

지금은 중대한 문제들이 잘 진행되고 있고 만족하고 있다.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의견일치가 됐다. 카이스트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논의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논의로 발전한 단계에 이르렀다. 결과는 곧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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