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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대환 노동부 장관을 향한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시선이 따갑다. 김 장관이 2004년 2월 10일 권기홍 전 장관 대신 노동부 수장에 올랐을 때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재계 논리를 대변하는 장관이 임명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김 장관은 지난 87년부터 줄곧 한국노총 자문위원을 맡았으며,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노동계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도 원칙과 균형감각을 지녔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뿐 아니라 김 장관은 규제개혁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자문활동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 정책기획위원회 경제노동분과 위원장을 거치면서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가닥을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역안배 차원 등의 이유로 임명돼왔던 이전의 노동부 장관과는 달리 이른바 '실세 장관'이었다.

김 장관은 교수 시절 "노사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형 발전모델이 필요하며 노사자율을 존중해야 한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그가 노동부 장관이 됐을 때 사람들은 새로운 노사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고 기대감을 표시한 것도 사실이다.

기대 높았던 김대환 장관, 하지만...

그러나 노동계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제 등을 돌리고 있다. 노동부가 만들어 국무회의까지 통과된 비정규직 법안 내용이 과거 학자시절 '교수 김대환'이 제기했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는 교수 시절 "파견법이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며 자본의 요구에 충실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물론 노동부 장관으로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파견법을 무조건 부인할 수 없겠지만, 사실상 파견을 전 업종에 확대하는 네거티브 리스트의 법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점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참여정부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조차 한 목소리로 개악됐다고 지적하는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김 장관은 오히려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전국 노동기관장회의에서 "비정규직 법안은 잘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노동행정을 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법안"이라고 강조하면서 비정규직 법안의 국회통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장관이 과거와 다른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일각에서는 부처간 업무조율 과정에서 경제부처 장관들에게 힘의 논리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게 보기에는 김 장관이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너무 적극적인데다, 노동계와 정면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 사이의 균형추 역할 포기?

김 장관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노동계를 향해 "지난 87년 민주화가 노동운동만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며 "과도한 생각들이 노동운동을 비현실적으로 만든 원인이 되고 있다"고 감정적인 발언까지 거침없이 쏟아냈다.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싼 노동계의 총파업에 대해서도 "시대착오적인 일"이라면서 비판했다. 작심하고 공격한 말이라고 볼 수 있다.

노동부 장관이 이렇게 나오자 민주노총 역시 맞받아쳤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학자에서 관료로 바뀐다고 객관적 역사도 바뀌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민중들의 생존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지금 도대체 무슨 체면으로 자신의 정당성만 주장하는가"라고 김 장관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권기홍 전 장관조차 비정규직 법안을 보고 '어떻게 이런 법안이 나올 수 있느냐'고 탄식했다"면서 "노동부 장관은 노사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김 장관이 노동계와 저렇게 대립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노사자율을 존중하고, 노사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강조하던 '학자 김대환'의 모습은 이제 김 장관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걸까.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사퇴 압력까지 받고있는 김 장관은 이날 발언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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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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