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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제5정조위원장 이목희 의원
ⓒ 오마이뉴스 남소연

비정규직 법안과 공무원노조법 처리를 앞두고 노동계와 정부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2일 정부는 파견업종 전면 확대와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국무회의서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17일 전후로 국회 상임위에 비정규직 법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9일 현재 전체 조합원 60여만명 가운데 30만5800명(51.3%)이 참가해 20만7600명(67.9%)이 총파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공무원노조는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파업찬반투표에 차질을 빚고 있다.

비정규직 법안과 공무원노조법 처리를 앞두고 <오마이뉴스>는 지난 8일 이들 법안의 칼자루를 쥐고있는 열린우리당 제5정조위원장 이목희(51) 의원을 만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이 의원은 "비정규직 법안은 대폭 손질하겠다"면서 "파견 업종을 전면 확대한 네거티브 리스트를 조정하고, 기간 문제도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법안의 핵심 골격인 파견업종 확대와 기간제 연장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으로 정부 법안과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이다.

그는 또 관련 부처의 반발 우려에 대해 "법안 심의는 국회 고유기능이고, 이는 행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면서 "대통령께서 법안을 수정하는 움직임에 대해 이해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 만큼 당정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정부와 생각 차이를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의 노동3권 요구에 대해서는 "단체행동권을 인정하는 나라는 극소수며 국민들의 여론이 따갑다"면서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면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공무원노조법은 정부 원안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법안 수정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하반기 노·정 갈등에 대해 "공무원 노조는 고려 대상이 아니며 비정규직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다소 긴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법안이 수정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노·정간 심각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파견업종 전면 확대는 옳지 않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의 법안을 처리하기가 답답한 상황이 됐다. 정부 내에서는 아주 공정하게 만들었다고 하지만, 펼쳐놓고 보니까 미세하지만 편향된 면이 있는 것 같다."

-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된 비정규직 법안은 오히려 개악됐다고 볼 수 있는데.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의 2가지 권고한 사항이 있다. 하나는 300인 이하 사업장에서 차별금지 관련 규정 적용 시기를 애초 2007년에서 2008년으로 1년 늦추기로 한 것과 '노동조건 서면 명시 의무' 위반에 대한 벌칙 조항을 벌금에서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과태료로 변경한 것이다.

규개위 권고는 받지 않겠다. 규개위가 풀어야할 규제는 풀지 않고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할 규제를 풀고 있다. 보건, 환경, 노동에 대해서 그렇다. 규개위 구성에 문제가 있고, 저렇게 운영되면 안된다고 본다. 규개위는 혁신돼야 한다."

- 지난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을 대폭 손질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폭 손질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국감장에서 이야기한 것과 변화가 없다. 가령 포지티브 리스트를 확대하든지, 네거티브 리스트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하든지,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겠다. 기본적으로 파견업종이 확대돼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단계적 조치가 필요하고, 완벽한 합의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합의 절차가 필요하다. 정부의 현재 법안은 너무 나가 있다. 단계적 확대를 무시하고 확 풀었다. 이런 경우 부작용과 함께 시장질서가 교란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파견업종 전면 확대는 옳지 않다. 비정규직 법안을 보는 관점은 이렇다. 비정규직 차별이 축소되고 해소되는데 기여할 수 있느냐, 다른 하나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증대될 수 있느냐, 고용이 창출될 수 있느냐, 유연성 증대와 함께 사회안전망이 따라갈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 정부 법안이 그 4가지 조건을 충족했다고 보나.
"그렇게 보지 않으니까 대폭 손질하겠다는 것 아니냐."

- 네거티브 리스트만 수정 여지가 있는 것인가.
"두가지 정도를 깊게 고민하고 있다. 네거티브 리스트 뿐 아니라 기간도 고민하고 있다. 기간 2년이 유리할지, 3년이 유리할지는 보는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정부가 노동계 정서를 자극했다는 점이다."

- 기간제 3년도 조정의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겠다."

"노·정 극한대결 피할 수 있다"

- 정부안이 대폭 변화하는 것에 대해서 관련부처들이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법안 심의는 국회 고유기능이고, 이는 행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다만 우리당이 여당이기 때문에 정부와 긴밀한 협의 속에서 진행해야 한다. 정부 인식이 변하고 있고, 대통령께서도 법안을 수정하는 움직임에 대해서 이해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당정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정부와 생각 차이를 줄이도록 노력하겠다."

- 법안의 핵심 골격인 네거티브 리스트와 기간이 수정이 가능하다면 노동계가 굳이 파업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청주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들었다. 이목희 의원이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입장이 강경하기 때문에 총파업을 조직해야 한다고. 노동계는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거 아닌가. 노동계는 어쨌든 책임 있는 약속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 극한 노·정대결은 피할 수 있다고 보는 건가.
"그렇다."

- 그렇다면 국회에서 대폭 수정될 법안이 애초에 왜 만들어졌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통령은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이 대등한 위치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부 부처 협의과정에서 경제부처가 많다. 그들이 요소요소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환경이든 노동이든, 부처가 안을 공정하게 만들더라도 협의 과정에서 많이 수정돼 어떤 경우에는 본래의 모습이 사라지기도 한다. 결국 인사와 시스템을 바꿔야 이런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이것은 경제부처 장관들의 의식이 높은 수준에 와있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본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인사와 시스템이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역대 정권은 노동배제적인 정책을 써왔다. 적어도 김영삼 정부까지는 공권력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고도성장과 압축성장 과정에서 배출된 관료들이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경제 관료도 사회정책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 비정규직 법안을 수정해서라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통과시킬 계획인지.
"기본적인 기조는 충분히 대화하고 토론화고 검토하고 심의해서 이번 정기국회에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충분한 대화, 검토, 토론이 안됐는데도 정기국회 일정에 쫓겨서 구태여 날짜 정해서 통과시킬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 노동계와 대화를 하고 있나.
"공식적인 대화 테이블에는 앉지 않았지만 본인도 노동계 출신이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서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세밀한 부분까지 잘 알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현실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다. 앞에서 말한 4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지점을 찾고 있다."

"공무원노조에 대한 국민 시선 따갑다"

- 공무원노조법에 대해 사석에서 '한 점 한 획도 못 고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타협의 여지가 없는 건가.
"전국공무원노조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 어떤 자치단체는 단체협약도 맺고 상근자도 많다. 공무원들 요즘 점심시간에 민원실도 폐쇄하고 있다. 교원노조가 89년부터 10년 동안 많은 사람이 감옥가고 죽고 쫓겨나고 10년 세월을 거쳐 교원노조법이 만들었다. 지금의 공무원노조법은 교원노조법에 비해 못한 수준이 아니다.

공무원 노조가 국민 정서와 요구를 생각하고, 부정부패도 없애는데 성과를 거두고, 국민에게 다가가는 공공서비스를 하고,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획득해야 가능성이 열린다고 본다. 역으로 가는 모습을 보여서 안타깝다. 지금 상황이라면 공무원노조법은 정부 원안대로 갈 수 밖에 없다."

- 공무원 노조가 요구하는 단체행동권을 탄력적으로 주는 방안도 있지 않은가.
"단체행동권을 인정하는 나라는 극소수다. 프랑스와 영국 정도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많은 제한이 있다. 필수직은 참여할 수 없고, 파업 예고제가 있고, 행정명령을 통해 파업을 중단시킬 수도 있다. 지금 법은 국제수준에 미흡한 법이 아니다. 국민여론조사를 하면 10년 전에는 공무원 노조에 반대했지만, 지금은 단결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이 됐다. 그러나 단체행동권에 대해서는 지금도 동의하는 의견은 14~15%에 불과하다. 당과 정부가 과연 국민 압도적 다수가 반대하는 법을 만들 수 있겠는가."

- 정부가 국민여론을 업고 공무원 노조를 탄압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데.
"모조리 형사처벌은 반대다. 경중을 가려야 한다. 정부에 그 이야기를 하겠다. 다만 정부가 저렇게 대응하는 것은 공무원 근무기강을 바로잡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 하반기 노·정관계를 어떻게 예상하나. 대립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공무원노조가 노·정관계를 어렵게 하지 않을 것이다. 비정규직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다소 긴장이 있을 것이다. 노동계의 원칙과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안된다는 생각에서 파업을 하겠지만, 법안이 수정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노정간의 심각한 상황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 본인이 노동운동을 했고, 노사정위도 주도적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참여정부가 발전적인 노사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노사정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사용자는 투명경영을 해야 한다. 분식회계, 문어발식으로 경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노조나 노동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기업도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이 되서는 곤란하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정부는 노사관계의 공정한 중재자가 돼야 한다. 옛날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정부가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올바른 개혁을 진행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어렵다. 수출로 인한 성과가 사회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우선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조직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모험주의 투쟁도 자제해야 한다."

- 노사정 대화 채널이 닫혀 있다. 대화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개편될 노사정위에 참여하도록 노력하겠다."

- 노사정위를 어떻게 개편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1차적으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노사정 대표가 논의해야 한다. 원칙적인 수준에서 말한다면 노사정위의 아젠다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노동자의 노동과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사회 정책 전반을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 참여주체는 11% 조직노동자 뿐 아니라, 89%의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까지 받아안을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노사정 공익위원 뿐 아니라 시민단체 참여도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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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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