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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주몽'
ⓒ MBC
역사 드라마를 소재로 한 학술 세미나가 고구려연구회 주최로 오는 19일 대우재단에서 열린다. 고구려연구회는 이 행사를 앞두고 배포한 보도 자료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한국인들은 드라마로 역사를 배운다."

@BRI@학교에서는 국사 교과서가 사라지는데, 드라마에서는 대부분의 역사물이 크게 히트를 치고 있는 현상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그동안 우리는 <조선왕조 500년>, <태조 왕건> 같은 많은 역사물에서 고려와 조선에 대한 역사 공부를 했다.

중국의 역사침탈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각 방송사들이 고구려 관련 드라마를 앞 다투어 방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교과서에서는 1~2시간 분량정도 밖에 공부하지 않는 내용이어서, 드라마가 국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는 것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실제로 요즘 학생들은 고구려의 상징은 삼족오라고 할 정도이니, 드라마가 역사인식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가 작가의 창작물이란 것 때문에 학자들이 학술적으로 분석을 시도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여기에 고구려연구회가 뛰어든 것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고구려와 발해 연구의 전문가들이 드라마 <주몽>을 비롯해 <연개소문>, 그리고 <대조영>을 학술적으로 분석한다. 고구려연구회(회장 한규철 경성대 사학과 교수)는 이 행사의 취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런 작업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올바른 역사적 사실을 알리고, 나아가 역사드라마에서 역사적 사실(fact)과 만들어낸 이야기(fiction)를 어느 정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기준을 만드는데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한다."

드라마로 역사를 배우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행사는 학자들이 연구실을 떠나 역사의 대중화에 팔을 걷고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되며, 무엇보다도 드라마로 왜곡 인식된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는다고 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왜곡된 <주몽>, 역사적 사실을 밝힌다

▲ 드라마 '연개소문'
ⓒ SBS
보도자료와 고구려연구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논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드라마 <주몽>에 대한 분석이다. <주몽>은 지난 1년간 시청률이 50%에 가까울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던 대표적인 역사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주몽>에 대한 분석은 서길수 서경대 교수가 시도한다. 그는 고구려연구회를 설립하여 중국의 역사침탈에 맞선 실천적 연구자라고 할 수 있는 학자여서 더 주목된다.

그는 논문을 통해 "역사드라마에서 사실(史實)과 꾸며낸 이야기의 한계와 비중을 어떻게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하는 논의를 위해 실증자료를 제공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의 연구가 드라마의 문제점만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자료를 통해 역사적 실체를 밝히는 것에 목적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서 교수가 옛 기록을 토대로 드라마의 진행 순서대로 하나하나 분석한 논문을 통해, 드라마 <주몽>에서 묘사된 내용의 역사적 오류에 대해 미리 몇 가지만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그는 해모수와 금와왕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드라마 <주몽>에 보면 해모수와 금와왕이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진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그런데 역사 기록에 따르면 해모수와 금와왕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으며,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이이다"라는 점을 지적한다.

아울러 주몽과 소서노가 부여에서 만날 수 없으며, 하물며 부여의 왕자인 대소와는 삼각관계가 벌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기록을 통해 밝히고 있다.

더구나 "드라마 주몽에서는 유화부인이 고구려가 건국되기 전 금와왕의 칼에 죽는다. 이것은 명백하게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라며 "역사적 사실의 시간문제를 정확하게 하고, 시기의 선후관계가 분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주몽이 송양왕을 처음 만난 것은 고구려를 세운 뒤의 일인데, 송양을 고구려가 세우기도 전에 등장시켜 그것도 갖은 악역을 다 하게 만든 것은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큰 혼란을 심어줄 것이라며,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른 악역을 시킨다는 것은 역사왜곡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협부가 마치 동성연애자처럼 묘사된 것에 대해서는 물론 무골, 묵거, 재사는 무사가 아니라 현인들이었음을 밝힌다. 아울러 부분노, 부위염은 고구려 건국 이후에 등장하는 인물이었음을 지적한다.

유리가 옥저에서 밀수를 한 사실이 없으며, 유리의 고구려 당시의 이름이 유류임을 밝히고 있다. 이외 부여의 황제 칭호 문제, 현토성의 표기에 관한 문제, 주몽이 임둔과 진번을 치는 문제 등이 분석의 도마 위에 오른다.

삼족오가 국기처럼 사용되는 것은 잘못

▲ 드라마 '대조영'
ⓒ KBS
서 교수는 이미 주장했지만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주몽의 이름 문제도 다시 거론한다. 그는 여러 사서에 등장하는 주몽이란 이름 대신 고구려인 당시의 기록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주몽은 '어리석은 난쟁이'라는 나쁜 뜻이라며 광개토대왕비에 기록된 이름인 '추모' 또는 '추모성왕'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사용해온 주몽이란 이름에 대해 본격적인 분석을 토대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의 분석 중 단연 관심을 끄는 것은 삼족오에 관한 문제이다. 그는 "드라마 <주몽>에는 마치 세발까마귀(삼족오)가 고구려의 국기처럼 따라 다닌다. 드라마에 상징적인 문양이 등장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것이 마치 국기처럼 쓰이는 것은 도가 지나친 것이다"라며 삼족오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삼족오가 관심을 끌기 시작한 이후 나온 본격적인 분석 시도여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세발까마귀(삼족오)'가 아니고 '세발봉황(삼족봉황)'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활발한 토론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용만 우리역사문화연구소장이 드라마 <연개소문>을 분석하며, 발해사 전문가인 한규철 교수는 드라마 <대조영>을 분석한다. 아울러 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역사드라마가 대중의 역사인식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드라마를 소재로 한 학자들의 전문적인 연구나 분석이 전혀 없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날 시도될 역사학자들의 과감한 '도전'은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주목받는 역사학자들의 주장에 대해 역사 드라마 제작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된다.

[학술세미나] 역사와 고구려ㆍ발해 드라마

* 때 : 2007년 3월 19일(월) 10:00~16:00
* 곳 : 대우재단 8층 세미나 2실(서울역 대우재단빌딩)
* 주최 : 고구려연구회

1부 발표(오전), 사회 : 강선(숙명여대)

1. <10:00~10:40> 역사와 고구려 드라마 <주몽>, 발표 : 서길수(서경대)
2. <10:40~11:20> 역사와 고구려 드라마 <연개소문>, 발표 : 김용만(우리역사문화연구소)
3. <11:20~12:00> 역사와 발해 드라마 <대조영>, 발표 : 한규철(경성대)
4. <13:00~13:40> 역사드라마의 '역사' 기억하기 혹은 망각하기, 발표 : 주창윤(서울여대)

2부 종합토론 <14:00~16:00>, 사회 : 서영수(단국대)
서길수, 김용만, 한규철, 주창윤, 참석자 전원

고구려연구회 홈페이지 http://www.kogury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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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콘서트>, <청소년을 위한 한국사>(공저), <우리 불교 문화유산 읽기>, <한번만 읽으면 확 잡히는 국사>(상,하)의 저자로 중학교 국사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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