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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표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은 강재섭 대표가 청와대 민생회담에서 약속했음에도 주택법 개정안에 모두 반대하고 있다"며 "지난 2003년 국회 입법이 안 되면서 2004년, 2005년 수도권 아파트값 폭등으로 이어진 쓰라린 경험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코스피지수가 22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지난해 '거침없이' 상승한 부동산 시장은 올해 들어 주춤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저기서 '부동산 불패'가 막을 내리고 '주식 불패'가 바통을 이어받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부 역시 분양원가 공개 등 '마지막 승부수'를 띄워 부동산 불패 신화와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조금 안정될 기미를 보이면 어김없이 부동산 투기 재개를 알리는 여러 신호가 터져 나온다.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은 집값이 주춤한 시기 역발상으로 부동산 불패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춰낸다. <오마이뉴스>는 이들의 의견을 모아 부동산 불패가 깨지기 어려운 5가지 이유를 추려봤다.

[불패이유 ①] 탈당사태와 물 건너간 부동산법

@BRI@분양원가공개를 둘러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부동산 개혁 입법이 표류할 위기를 맞고 있다. 여당의 탈당사태로 각종 정책의 입법 등을 위한 당정회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탓이다.

이번 부동산 개혁 입법이 장기간 표류할 경우 부동산 불패에 맞선 정부의 '마지막 승부수'도 그 힘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당정이 주도해온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확대 등을 위한 입법 과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 대책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핵심으로 이번 국회에서 입법이 지연되면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불러올 게 뻔하다.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도 이를 염려하고 "정부가 마련한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집값이 또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1·11대책 이후 집값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부동산 불패신화가 아직도 국민 의식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입법 무산을 기정사실화하고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 정책에 밀려 서둘러 집을 내놓았던 일부 다주택자들이 최근 들어 하나 둘 매물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특히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1·11대책 입법화가 무산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하반기에는 분양가가 다시 급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열린우리당에서 탈당한 통합신당 의원들은 부동산 세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신당 전원회의.
ⓒ 오마이뉴스 이종호
[불패이유 ②] 투기 부추기는(?) 통합신당

열린우리당을 박차고 나온 통합신당이 부동산 세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세제완화는 '표'가 생명인 정당엔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대표적 포퓰리즘 정책이다. 실제 지난해 5·31 지방선거 참패 후 여당이 가장 먼저 꺼낸 카드가 부동산 세제 완화였다.

당시 여당은 취득·등록세 등 부동산 거래세를 완화해 정부 스스로 부동산 대책의 완결판이라고 자찬했던 8·31대책의 근간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결국 이는 지난해 하반기 사상 유례없는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통합신당은 국민주택 규모 이하 주택에 대한 개인 간 거래에 대해 취득·등록세를 완전 면제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통합신당의 부동산 세제 완화 방침이 부동산 개혁입법 표류와 맞물릴 경우 또 다른 투기 광풍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22일 논평을 내고 "서민을 한숨짓게 하는 불행한 사태가 재발된다면 통합신당은 그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며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기 위해 탈당했다는 비난을 고스란히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불패이유 ③] <조중동>의 막무가내식 공급확대론

설 명절 연휴를 전후로 일부 보수신문들이 슬그머니 공급확대론을 다시 들고 나왔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서민의 내집마련 기회를 옥죈다"며 '경제파탄'을 경고하고 있다.

꺼져가는 부동산 불패 신화에 끝없이 불을 지피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지난해 가을 이후 집값이 급등할 때는 "부동산이 미쳤다"며 큰소리를 치다가,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서자 이번에는 '경제파탄' 운운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조선>은 지난달 22일 이용섭 건교장관의 '분당급 신도시' 이야기가 나오자 스스로 경기 광주 오포와 용인 모현 지역을 유력 후보지로 점찍어 보도했다. 이로 인해 이 지역엔 때 아닌 투기광풍이 불었다.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의 한 부동산 중개소.
ⓒ 오마이뉴스 김연기
여기에 특히 지방의 건설경기 침체를 이유로 공급확대를 통한 경기부양과 공급확대를 가로막는 규제 완화를 동시에 주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전 국토가 온갖 개발에 들떠 끊임없이 '졸부'를 양산하고 있는데, 앵무새처럼 공급 타령만 외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 같은 졸부의 탄생은 고급 주택 수요를 낳고 이는 다시 투기 광풍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이에 대해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사람들이 주거목적으로 살려는 실수요는 파악하지 않고, 부동산투기로 인해 발생하는 가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라며 이들 보수신문의 막무가내식 공급확대론을 비난했다.

[불패이유 ④] 여전히 '버블세븐' 눌러앉은 관료들

최근 한나라당 정희수(국회 건설교통위)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동산대책의 주요 축인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의 4급(서기관) 이상 고위공직자 10명 중 6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버블세븐' 지역에 살고 있다.

'버블세븐'은 청와대가 투기의 온상으로 지목한 곳으로 서울의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양천구 목동, 경기 성남시 분당, 안양시 평촌, 용인시 등이다. 이들 지역은 지난 한 해 부동산값 폭등의 최대 수혜를 입었다.

특히 이들 10명 가운데 4명은 이른바 '강남 3구'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2005년 3월에 조사한 결과(40.5%)와 비슷한 것이다. 즉 이들 고위 공직자들이 한쪽에서는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면서 반대쪽에선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남 버티기'로 일관하며 톡톡히 수혜를 누려온 셈이다.

▲ 버블세븐 지역 중 하나인 성남 분당의 아파트 단지
ⓒ 오마이뉴스 권우성
[불패이유 ⑤] 부동산에 대한 맹목적 숭배

<아파트 공화국>의 저자 발레리 줄레조 교수(마른 라 발레대)는 지난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아파트 가격이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한국 정부와 한국 사회가 도시 혹은 새것에 대한 맹목적 숭배에 벗어나는 것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한국 사회의 부동산에 대한 믿음은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무엇보다 투기 심리를 부추기는 사회구조 탓이 크다. 실수요가 아닌 투기적 가수요도 여기서 출발한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훌쩍 넘어섰지만 아직도 무주택자가 절반에 달한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그리고 2007년 2월 부동산을 투기로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최근 경기도 광주 오포·용인 모현 지역이 정부의 강남 대체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이 지역 부동산값이 배 이상 뛰어오른 현실은 부동산 불패가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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