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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일(현지시각) 유엔본부 출근 첫날 기자회견에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의 처형에 관한 질문에 기존의 유엔 입장과 다른 답변을 한 것이 논란이 돼 아픈 '신고식'을 치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반 총장은 후세인의 처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후세인은 이라크인에 대한 말로 다할 수 없는 흉악한 범죄에 책임이 있고 우리는 그가 저지른 범죄의 희생자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사형은 각 국이 결정할 일"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는 사형에 반대해 온 유엔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난 것일 뿐 아니라 아시라프 카지 이라크 특사가 밝힌 유엔의 입장과도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 카지 특사는 최근 "유엔은 죄를 짓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 것에 확고히 반대하고 정의를 향한 열망도 이해하지만, 전쟁이나 반인륜 범죄 일지라도 사형이라는 극형에는 여전히 반대한다"고 말했었다.

유엔을 출입하는 각국 기자들은 이 문제를 그냥 넘기지 않고 반 총장의 인식을 집요하게 따졌다.

미셸 몽타스 신임 대변인이 진행한 정오 브리핑에서 기자들은 반 총장이 밝힌 입장이 사형에 반대해 온 유엔의 기존 입장과 다르다며 사형에 관한 유엔의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인지를 잇따라 질의했다.

이에 대해 몽타스 대변인은 "사무총장은 후세인에 의한 희생자와 정의에 대한 존중을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한 것"이라며 그의 발언이 사형에 관한 유엔의 입장 변화가 아니라 후세인 사형집행에 관한 원칙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유엔은 사형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사무총장은 법 적용 여부는 각국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것을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반 총장은 이날 사무총장 자격으로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 첫 출근, 기다리고 있던 직원들의 환영을 받았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유엔본부 건물에 들어선 반 총장은 환호로 맞이한 직원들과 악수를 나눈 뒤 곧바로 유엔본부 방문자 출입구 근처에 있는 기념탑 앞에서 순직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는 것으로 사무총장으로서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기자회견과 직원과의 만남에 이어 이번 달 안보리 의장국인 러시아의 비탈리 추르킨 대사와 만나 국제현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후에도 알파 이브라힘 소우 총회 의장대행과 알리 하차니 경제사회이사회 의장, 신탁통치이사회 의장인 카렌 피어스와 연쇄 회동을 가졌다.

반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핵 6자회담에서의 역할을 묻는 말에 "사무총장으로서 6자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국가 및 유엔 안보리 회원국과 밀접하게 이 문제를 논의함으로써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연말 유엔본부 출입기자단(UNCA) 송년 만찬에서 뛰어난 유머감각을 뽐냈던 반 총장은 이날 처음으로 가진 직원과의 만남에서도 좌중의 폭소를 이끌어내는 재치를 발휘했다.

반 총장은 사회자가 영어로 'BAN'으로 표기된 자신의 성을 '반'이 아닌 '밴'이라고 발음하자, 자신은 모든 것을 금지하는 '밴'이 아니라면서 '반'이라며 정확히 발음해야 한다고 지적, 참석자들의 폭소를 이끌어냈다.

그는 자신은 항상 열려있으며 건설적인 대화를 금지할 뜻이 전혀 없기 때문에 '밴'이라고 부르는 것은 안된다며, 인수기간에 가졌던 만남보다 더 많은 만남을 만들어 직원들의 의견을 수시로 수렴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활발한 토론과 대화를 통해 이견을 해소해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실용성과 유연성을 가진 새로운 직업문화를 만들어나가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어 지난 수년간 불미스런 일들로 유엔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 만큼 신뢰회복을 위해 과감한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면서 일부 부당한 비판도 있었지만 받아들여야 할 비판도 있었던 만큼 유엔이 비판에서 벗어나 합당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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