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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중 통일부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15남북공동선언 8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에 있어서 지나치게 강경하다고 하는 것은 선입관이거나 편견입니다."

 

김하중 통일부장관이 22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정세현)와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회장 정정섭)가 공동 주최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오해를 풀라'고 호소했다.

 

김 장관은 "지난 정부의 성과를 부정하지 않고 최대한 활용하면서 동시에 국민들이 지적해왔던 문제들은 과감히 개선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런 관점에서 정부는 지난 10년간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을 유지시켜왔던 중요한 사업들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에 비해 남북간 인적 왕래가 37%, 물자교역이 13% 증가했다는 통계를 제시하면서 "일부에서 정부가 지난 정부의 정책을 부정하면서 성과를 폄하하고 있다는 오해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현실로서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하중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대결적이지 않다"

 

통일부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미래'란 주제로 23일까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계속되는 이 행사를 공식 후원하고 있다. 민화협은 지난 98년 9월 창립돼 진보정권 10년 동안 민간부문에서 남북교류협력의 한 축을 맡아온 조직.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에는 정권과의 갈등으로 정세현 의장이 한때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으나, 김하중 장관이 나서서 만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장관의 이날 기조연설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결코 '대결적'이지 않으며, 정부가 '남북관계 발전'을 적극 추진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남북대화의 장기경색과 북미관계의 급진전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묻어 나왔다. 

 

김 장관은 북한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문제에 대해 "두 선언을 부정한 적이 없다"면서 "정부는 남북관계를 개선시켜 나가고자 했던 남북간 합의들의 정신을 존중하며, 6·15공동선언과 10·4선언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남북한이 협의를 통해 실천 가능한 이행방안을 마련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핵 문제에 대해서도 "'비핵개방 3000' 구상은 핵포기 전제조건론이 아니라, 핵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정책"이라며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또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의 해결책과 관련 "금강산 관광도 북한이 대화에 나와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한 당국간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곧바로 다시 시작될 것"이라며 전향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과연 실용적인가?"

 

그러나 김하중 장관의 이런 연설 내용이 과연 정부의 '총의'를 담은 것인지, 어느 정도 '실천의지'가 뒷받침되고 있는지 등 아직 불분명한 요소가 많다. 이날 발표와 토론을 맡은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문제점으로 ▲ 국내정치적 계산에 좌우되고 ▲ 평화체제에 대한 전망이 결여되어 있으며 ▲ 정권 내부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는 먼저 "과연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실용적인가"라고 물음을 던진 뒤 "오히려 실용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가치중심주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가 자신의 대북정책을 실용주의로 칭하는 이유는 인기 없는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화된 개념을 내세우는 것이 국내정치적으로 이득이 될 거라고 계산했기 때문"이라는 게 박 교수의 견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국내정책결정주의'로 볼 수 있다는 것.

 

박 교수는 "국내정치에 민감한 대북정책은 상대인 북한에게 모욕감, 경멸감을 줄 수 있고, 진정성이 의심되어 관계 전반에 부정적 효과를 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하중 장관의 기조연설에 대해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남북대화를 시작하자고 했으나, 대북정책의 핵심에 있어 모호성을 해소하지 않은 상태이고, 북핵문제와의 연계성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김 장관은 전향적 자세를 보였지만, 대통령 측근으로 인식되는 사람들의 발언을 보면 통일연구원장은 '북한과 대화해봐야 소용 없다'고 했고, 국방장관은 '김정일에 대해 지나친 관심 가지면 버릇이 나빠진다'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정부 내부에 이런 잡음들을 정리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실종된 '종전선언-평화체제' 논의 

 

박종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무현 정권에서 논의가 많이 진전돼 '10·4 선언'에도 포함됐던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수립문제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 실종된 문제를 지적했다.

 

박 위원은 "남북관계 경색되는 과정에서 평화체제 문제에 대한 기존 구상이 구체화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평화선언 문제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의 대비를 촉구했다.

 

이날 해외 참석자들로부터도 평화체제 논의와 남북관계 회복의 중요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이즈미 하지메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북한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거부하는 태도를 취하는 근본적 이유가 평화체제 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전쟁상태를 종식시키는 평화체제 문제인데, 이명박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 

 

그도 역시 "미국에서 새로운 정부 들어서면 다시 평화체제 문제가 나올 것"이라며 "그 때 이명박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가 좌우될 것"이라고 봤다.

 

에반스 리비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도 "이명박 정부는 그 전 정부와 다른 대북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왜 평양에서 나오는 말이 점점 강경해지는지, 대화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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