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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라이트 대학생연합 측으로부터 선거자금 지원 등의 약속을 받고 부산대 총학생회 선거에 비운동권 후보로 출마하려다가 포기한 두 학생을 8일 오전 부산대 한 건물 안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윤성효

뉴라이트 조직은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 어떻게 개입하려 했을까?

뉴라이트 대학생연합과 접촉해 '선거학교'에 참여한 뒤 선거자금 지원 약속까지 받았다고 폭로한 부산대 학생 2명을 만나 그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기자는 부산대 총학생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강정남)가 뉴라이트의 선거 개입 사실을 폭로한 다음날인 8일 오전 부산대를 찾았다. 총학생회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안팎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가로워 보였다.

비운동권 후보로 출마하려 했다가 포기한 B(남·3학년)씨와 C(여·3학년)씨를 부산대의 한 건물 안에서 만났다. 이들 두 학생은 7일 부산대 총학생회가 기자회견을 할 때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는데, 이날 <오마이뉴스>와 처음으로 인터뷰를 하게 된 것.

두 학생은 그동안 뉴라이트 대학생연합 김경욱 사무국장을 5~6차례 만났으며, 정후보로 나서려고 했던 B씨는 10월 27~28일 사이 서울에서 '선거학교'를 열 때 참석하기도 했다.

B씨는 "'선거학교'에는 경상대·경남대·경북대·경희대·명지대·동아대·충남대에서 비운동권으로 출마하려는 학생들이 참석했으며, 그들도 뉴라이트 대학생연합으로부터 선거자금을 지원받는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B씨는 '김 사무국장은 먼저 은행 계좌로 20만원을 보내주었지만 당초 1000만원을 주겠다고 했던 말이 자꾸만 바뀌었다"면서 "후보 등록 시기가 임박했는데도 지원해 주겠다고 한 선거자금은 들어오지 않아 선거준비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들 두 학생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이름을 밝히지 않은 답변은 공통 답변이다).

"정치 뜻 있으면 국회의원 보좌관으로도..."

- 어떻게 뉴라이트 대학생연합 측과 접촉을 했나?
"9월 말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비권 후보를 찾는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온 것으로 안다. 그 글을 본 학생이 글을 올린 사람한테 연락을 했고, 그 사람의 소개로 김 사무국장을 만났다. 주로 부산대 앞에서 만났다."

- 뉴라이트 대학생연합 측에서는 선거자금 지원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부산대 앞에서 만났을 때도 1000만원을 줄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여러차례 전화통화를 할 때도 그런 말을 했는데, 뒤에 말이 바뀐다는 생각이 들어 휴대전화로 녹음을 해놓았다."

- 뉴라이트 대학생연합 측에서는 취업 보장을 약속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C "김 사무국장을 만났더니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더라. 그래서 기자가 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는 <조선일보> 부장단을 만나게 해 줄 수 있다고 말하더라. 취업 보장이라는 말을 단정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그 맥락의 말은 했다. 일을 하다보면 정치에 뜻을 둘 경우 국회의원 보좌관으로도 들어갈 수 있는 등의 말을 했다."

- 한나라당과 관련해서 특별히 한 말은?
"총학생회장이 되면 이명박과 박근혜 등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강연회를 주선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이외에 김 사무국장을 만나거나 '선거학교'에 참여했을 때 한나라당과 관련해서는 다른 말은 없었다."

- 비운동권으로 출마하려 했다가 포기하고, 뉴라이트 대학생연합과 관련한 내용을 폭로하게 된 계기는?
B "예비역(B씨)인데 졸업하기 전에 학생회 활동의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선거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고등학교 때와 달리 대학 선거는 규모도 크기에 도움을 준다고 하기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C가 같이 선거준비를 하던 친구한테 뉴라이트와 관련된 내용을 털어놓았다. 그 친구가 총학선관위에 알렸고, 그 뒤 총학선관위 관계자가 여러번 만나자고 해서 설득 끝에 녹음을 하고 공개하기로 마음 먹었다."

선거학교, 비운동권 출마 준비 학교 여럿 참여

▲ 뉴라이트 대학생연합은 지난 10월 전국 10여개 대학의 비운동권 후보들을 모아 놓고 선거학교를 열었다. 사진은 선거학교 자료집.
ⓒ 윤성효
- 선거학교는 어땠나?
B "선거학교에 오라면서 교통비를 주더라. 10여명이 교육을 받았는데, 자신들은 박사 내지 목사거나 '북핵전문가' 'H대학 멀티미디어 대학원장' 등이라고 소개했다. 그들은 '선거개론'과 '정책·공약' '연설·유세방법' '북핵 어떻게 볼 것인가' '한총련 정책 공약 분석' 등에 대해 강의를 했다. 선거학교 때 한나라당과 연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 '선거학교'에는 주로 어떤 대학들이 참여했는지?
B "경상대, 경남대, 경북대, 경희대, 명지대, 동아대, 충남대에서 비운동권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들 가운데 몇몇 대학은 상당수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들도 뉴라이트 대학생연합 측으로부터 선거자금을 받는다고 말했다."

- 어제 폭로 뒤 뉴라이트 대학생연합 등의 반응은?
"(B씨) 휴대전화로 계속 전화가 왔다. 다른 일도 있었지만, 미안한 생각도 들어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고민 끝에 심경을 담아 전자우편을 보냈는데 답장이 왔더라. 답장은 '어떻게 된 것이냐, 정황이 궁금하다'는 내용이었고 간단했다. 이외에 서울 등 알지 못하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

- 뉴라이트 대학생연합 측에서 법적 대응을 고려 중인 것 같던데?
"한편에서는 미안한 생각도 든다. 선거자금 지원 등의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들을 털어 놓았다."

총학생회, 기독교사회책임 등에 항의방문 예정

한편 부산대 총학생회(선관위)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뉴라이트 측에 항의하고 사과를 요청하기로 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처음에 부산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린 박아무개 목사가 소속되어 있는 기독교사회책임(부산) 사무실에 대해 항의방문을 하고, 사과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이번 사건이 알려진 뒤 부산대 본부 관계자가 '어떻게 대학 안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황당해 하더라"면서 "부산대 총장한테 뉴라이트 측에 항의하고 사과를 받아내도록 총학생회 차원에서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 차기 총학생회장 선거는 운동권 후보만 등록한 가운데, 오는 21~22일 사이 찬반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부산대 총학생회 선거는 한총련과 전국학생회협의회(전학협) 후보가 맞붙은 2003년 선거를 제외하면 2007학년도까지 4년간 단독 후보가 출마했다.

한편 뉴라이트대학생연합은 7일 반박자료를 통해 부산대 총학생회가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20만원은 밥 사 먹으라고 준 사비였으며, 선거자금 1000만원 지원과 취업 약속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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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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