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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 18권 완간 기념 강연회를 열었다.
ⓒ 오마이뉴스 김정훈


"한국사회 좌우 갈등을 극복하고 중간파 노선 정립을 못하면 쓰러질 지경에 와 있다. 갈등 노선 골 깊다. …하지만 박정희를 열렬히 지지하는 '우'와 박정희를 열렬히 혐오하는 '좌' 사이에 대화가 가능할 때가 있지 않나. 좌우 편향된 사람에겐 중간이 기회주의적인 걸로 보일 수 있겠지만 양쪽에 문제제기를 해보겠다."

강준만은 뒤집기를 시도했다. 우리 시대 '좌파'와 '우파'가 가졌던 고정 관념을 향해서다. 그는 이를 통해 '좌우의 통합'을 역설했다.

사회비평가이자 전북대 교수인 강준만 교수는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4일 오후 2시부터 두 시간 가량 '좌우 통합을 위한 한국 현대사의 급소'를 주제로 우리 시대 '좌우'를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이날 강연은 그가 1945년부터 1999년까지 55년 역사를 담아낸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 18권 완간 기념으로 열렸다. 교보문고와 '인물과사상사'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현대사가 주제였지만, 그의 독설은 전방위적으로 흘렀다. 그는 좌우 통합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급소'로 10가지를 콕 집어 지목했다.

1) 축복과 저주는 분리 불가능하다
2) 퇴출시킨 지정학·공간학을 다시 보자
3) '비동시성의 동시성'이 갈등과 혼란의 주범이다
4) 사대주의에 대한 이중성을 극복해야 한다
5) 높은 해외의존도가 진보를 어렵게 만든다
6) 기회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세력은 없다
7) 지도자 추종은 한국인의 유전자다
8) 출세주의와 분열주의는 일란성 쌍둥이다
9) 경제는 자주 악마와 손을 잡는다
10) 한국은 '각개약진' 공화국이다


"매국노 이완용도 신개혁에 기여한 공로가 있다"

강 교수는 "정돈된 생각 갖고 이 자리에 왔다가 혼란된 생각을 하면서, 욕을 하면서 나갈 것"이란 말로 조용히 포문을 열더니, 특유의 거침없는 언변으로 청중들의 혼을 쏙 빼놨다.

이날 강준만 교수가 말하고자하는 메시지는 한 마디로 좌우통합.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가 예로 든 첫 번째 '급소'는 '축복과 저주는 분리 불가능하다'라는 주제였다.

그는 우선 "미국은 전쟁으로 큰 나라이고, 독일, 일본도 전쟁을 혹독하게 겪고 나서 경제발전을 했다"면서 "현대사 전공한 학자들은 한국전쟁 이후 한국사회가 봉건적 잔재 일소해버리는 한강 기적이 일어나고 경제발전 일조한 게 있다"며 전쟁의 이면을 소개했다. 전쟁마저도 동전의 양면처럼 명암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군사주의가 나쁘기만 했나? 파시즘은 대략학살만 생각하지만 그리고 끔찍한 결과를 낳았지만, 지식인이 파시즘에 매료된 요소가 있다"면서 "군사주의는 일사분란한 것이고, 아직도 충성과 아첨이 판치는 등 핵심 정신은 우리 속에 살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특수성이 강한 나라로, 탈근대, 전근대, 근대가 모두 공존한다"며 "이런 비동시성의 동시성이 갈등 혼란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가령 그는 "대학교수가 조교 다루는 솜씨는 전근대 곱빼기로 보인다"면서 "그가 한국사회 아름다운 인권 얘기하지만, 사적 생활 돌아가면 조교를 종처럼 쓴다, 모든 분야 걸쳐 그런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신당 창당? 근데 이게 탈근대 원리에 의해 이뤄졌나? 줄서기란 전근대적으로 이뤄졌단 증거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면서 "대통령 파워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대통령은 모를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소위 '좌와 우'가 극과 극을 달리는 현상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 1기, 2기 나눠야 한다. 3기까지. 5·16 쿠데타 했다고 욕하지만 당시 5·16은 진보세력의 지지 받았던 거다. 적극지지 아니지만 담담하게 소극적으로 인정했다. 그걸 우린 소급해 한꺼번에 뭐라 한다. 이완용이 하면 매국노! 하지만 그에게도 한국 신개혁에 기여한 공로가 있다. 명암이 있다. 두 가지 다 이야기 해주면 안 되나?"

그는 또 "사대주의에 대한 이중성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반미주의적 기러기 아빠는 어찌 볼 건가? 만나보면 미국 막 욕한다. 그런데 미국 간 딸 송금하느라 등골이 휜다"고 이중적인 현실을 지목했다.

그는 이어 "진보, 보수 중요하지 않다. 좌우가 투쟁할 때가 아니다"면서 "엘리트와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좌파는 도덕, 우파는 현실, 도덕과 현실 매번 하나만을 택해 끝까지 밀고 갈 거냐"라고 반문하면서 "민주화시대 투쟁 습성 남아 있어서 자빠뜨리는 게 목적이다, 싸워 죽느냐 사느냐만 있지, 제3의 대안이 없다, 그게 한 시대 지속됐고 책임 윤리가 없다"고 비꼬았다.

"싸워 죽느냐 사느냐만 있지, 제3의 대안이 없다"

그는 '기회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세력은 없다'고 단정했다. 그는 특히 "한국 격동의 세월 속에서 기회주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기회주의는 아전인수격 개념으로 보면 그 본질은 유연성 아닌가, IT시대 한국의 유연한 적응력 이런 것도 기회주의와 관련 있다"고 말했다. 기회주의에 대해 손가락질만 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 정치인은 쓰레기라 부르는 분들 있는데, 그리 부르면 쓰레기 아닌 거 드물다"며 "분리수거 해야지. 어떻게 한 집단을 싸잡아 쓰레기라 할 수 있나"라고 특유의 독설과 유머도 놓치지 않았다.

곧 이어 "높은 해외의존도가 진보를 어렵게 만든다"며 "진보정당의 가장 큰 적은 냉전수구세력도 냉전꼴통도 아니라, 해외의존세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도자 추종은 한국인 유전자"라면서 특정 인물 중심의 현대사에 대한 기존의 비판에 대해 뒤집기를 시도했다. 그는 "한국에선 스타가 있어야 한다"면서 "인물 중심으로 역사가 흘러갔는데 어떡하나? 한국의 미래는 인적 자원 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출세주의와 분열주의는 일란성 쌍둥이"라면서 "사회 개혁 진보 말하는 분들도 이승만을 정권욕의 화신이라 하는데, 이거 아닌 사람 없다. 김영삼, 김대중, 은퇴한다고 소리 빵빵 쳤는데 다들 내가 중심이라고 한다, 왜 괜찮은 사람도 정치권에 가면 달라지냐? 궁금하지? 궁금할 거 없다. 애초부터 그런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국은 '각개약진' 공화국"으로, "믿을 건 나와 가족 밖에 없다"며 강 교수는 "인맥 전쟁 때문에 사교육은 어찌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학벌은 영원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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