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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지하 핵실험 발표와 한일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박창기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은 전면 수정될 것이 확실해졌다. 노 대통령은 9일 오후 방한중인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방향전환을 예고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전 세계가 받아들이고 있는 국제 핵질서 위에서 우리가 관리하고 있는 평화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남북간 비핵화 협정을 명백히 위반하는 구체적 사태"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 불안을 야기하고, 다른 국가들의 핵무장을 자극할 수도 있는 대단히 위험한 불장난"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마당에 포용정책만 계속 주장하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라며 대북정책의 궤도수정을 기정사실화 했다.

무너진 대북정책 3원칙

노 대통령의 이날 회견에서는 북한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그 동안 추진해온 대북 포용정책이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혔다는 '절망감'이 짙게 배어 나왔다.

노 정권은 그 동안 대북정책에 있어서 ▲북핵 불용 ▲평화적 해결 ▲한국의 주도적 역할 이라는 3가지 원칙을 내세워 왔다. 그런데 전제가 되는 첫 번째 원칙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볼 때도 평화적 해결이나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라는 다른 원칙들을 밀고 나가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 인식은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도 잘 나타나 있다. 노 대통령은 "6자회담에서 한국, 중국은 대화 쪽을 강조하고 미국과 일본은 압력을 주장하는 인식 차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한국이 국제사회의 강경 주장에 대해 대화를 계속하자고 주장할 입지가 없어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결국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 일본의 제재·압력 노선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상황인식을 밝힌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것이 "객관적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이날 배경설명을 통해 유엔안보리가 무력행사의 근거가 되는 유엔헌장 제 7조를 포함한 결의안을 채택하는 경우라도 "북한이 우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촉구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한 것이 손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하는데 필요하고 효과적인 조치라면 한국정부도 동의할 것"이라고 강경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군사제재에 나설 것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구체적 대응조치가 나올 것인가? 노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조율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원칙적 방향만 밝혔을 뿐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는 물론 미국, 일본, 중국 등 관계국들과의 의견조율에 실제 시간이 걸리기도 하겠지만, 방향전환에 따른 정지작업을 위해 시간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

한국이 북한에 대해 이번엔 '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대응조치를 취한다면 당연히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중단까지도 검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금강산과 개성에는 한국 관광객과 기업 관계자들이 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체적 조치가 나온다 하더라도 이들이 돌아온 뒤가 될 것이다.

"객관적 상황은 한국의 역할, 자율성이 축소되는 방향으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는 노 대통령의 말대로 한반도의 운명은 점점 우리 손을 떠나고 있다. 앞으로 관심의 초점은 미국이 군사적 제재 방안까지 꺼내느냐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강경대응은 또 다시 북한의 강경대응을 부를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일촉즉발의 극한적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북한에 대한 효과적 응징 수단을 찾지 못하거나 극적인 국면전환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당분간 이런 흐름을 제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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