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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노조에서 지지 시위를 나온 참석자들이 "다운, 다운, 다운, FTA"를 연호하고 있다.
ⓒ 강인규

▲ 한미 노조가 공동으로 서명한 성명서.
ⓒ 강인규
미국의 양대노조가 한미FTA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가세했다. 미국 시간으로 6월 6일 오전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와 '승리혁신동맹(CTW)'은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과 공동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현재 워싱턴에서 진행중인 FTA 협상의 심각한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앞의 4개 노조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지 않도록 같이 싸워나간다는 데 합의했다.

미국노총산별회의는 캐나다를 포함해 53개의 노조와 900만명의 노동자가 소속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가장 큰 노조연맹이다. 이와 경쟁발전관계에 있는 승리혁신동맹은 6개의 노조에 소속된 600만명의 노동자를 대표하고 있다.

미국노총산별회의 사무총장 리차드 트룸카(Richard Trumka), 승리혁신동맹 위원장 애나 버거(Anna Burger), 민주노총김태일 사무총장, 그리고 한국노총백헌기 사무총장은 성명서에 서명을 하고 서로 악수를 주고 받았다. 버거 사무총장은 "현 정부는 '자
▲ 한 미국 노조원이 이마에 두른 붉은 머리띠에 '단결투쟁'이라는 표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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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역'이 노동자의 권리를 대기업들의 이익과 '자유롭게 맞바꾸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같다"고 비판했다. 공동서명단이 한국과 미국정부에게 요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한미FTA가 양국 노동자에게 미치는 사회경제적 영향을 시민단체의 참여 속에서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

2. 협상과정에서 나온 문서를 3년동안 공개하지 않기로 한 합의를 철회하고 모든 과정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처리할 것.

3. 한미FTA가 기존의 자유무역협정과 같이 기업의 이익을 위해 공공보건과 안전, 근로자의 권리, 환경, 핵심적인 공공서비스를 희생시켜서는 안 됨.

4. 양국의 교역과 경제협력에 있어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조항을 이행할 것.

5. 지금 진행되고 있는 FTA협상을 중단하고, 시민사회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노동친화적인 교역과 경제협력 모델을 창출할 것.

한-미간에 필요한 것은 '자유무역'이 아니라 '공정무역'

공동서명단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초래한 문제점들, 예컨대 멕시코 근로자들들을 빈곤층으로 전락시키고 미국내에서도 100만개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 결과 등에 대해서 지적하고,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한미FTA가 투자자들의 이익만 보장하고 근로자들은 빈곤 속으로 몰아넣는 '고용없는 성장'의 문제점을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명단은 시민사회와의 합의 없이 진행되고, 향후 3년간 그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등 협정 과정의 비민주성도 아울러 비판했다. 그들은 한미 FTA의 협상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이 협상이 체결되지 않도록 함께 싸워나갈 것을 다짐했다.

서명식이 끝난 후 양 노조의 관리와 조합원들과 한미자유무역협상이 진행중인 무역대표부 건물 앞으로 나와 시위에 합류했다.

지지시위에 나선 미국의 노조관계자들은 원정시위대와 함께 구호를 외치며 FTA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들은 한 명 씩 앞으로 나와 한국시위대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고된 싸움이 결실을 맺도록 함께 싸워나갈 것을 다짐했다. 그들은 "한미간에 필요한 것은 자유무역이 아니라 공정무역"이라고 외쳤다.

▲ 시위에 합류한 미국노조 관계자들이 한국시위대를 따라 'FTA 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강인규

▲ 오후 4시부터는 주제별 세미나가 있었다. 샤오 룽 인이 말레이시아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 한 후 나타난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 강인규
"한국국민들은 제발 현실을 직시하라"

지지연설자 가운데 한 명인 아구스틴 라미레즈(Agustin Ramirez)는 한국시위대를 돕기 위해 미국의 반대편인 서부에서 날아왔다고 밝혔다. "한국시위대는 내 눈을 열어주었다"며, "그들이 캘리포니아에 온다면 언제든지 그들을 맞으러 나가겠다"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롱쇼어 노조(Longshore Union) 국제담당인 그는 자신의 부모가 멕시코에서 왔다고 밝히며, "멕시코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전 정부가 장밋빛 약속을 남발했으나, 지금 멕시코 국민들에게 남은 것은 빈곤과 절망뿐"이라며 "한국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라미레즈씨는 한국정부는 물론이고 국민들 가운데도 한미 FTA를 지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전해듣고는 "한국국민이 제발 속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것은 시간이 지난 뒤 되돌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멕시코가 그랬듯, 정부와 언론은 자유무역협정의 장점만을 강조할 것이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국민들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FTA 반대'를 외치던 시위대는 시위장 근처에서 도시락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했고, 일부 미국노조관계자도 함께 점심을 먹었다. 오후 2시가 조금 못 되어 시위대는 구호를 외치며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으로 되돌아가 오후 4시부터 준비된 토론회를 준비했다.

모두 다섯 가지 큰 주제로 구성된 이 세미나에는 멕시코와 말레이시아 등 한국보다 앞서 미국과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한 나라들의 사례와 함께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와 군사주의도 함께 논의되었다. 이 자리에는 한국과 미국의 교수와 학생, 그리고 미국 사회단체 소속 활동가들과 토론하고 연대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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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 교수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 기술과 문화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미디어기호학>과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까?>를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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