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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진중권씨가 일부 황우석 박사 지지자들에게 곤욕을 치른 모양이다. 그가 평소 황 박사와 그 지지자들을 비판했기 때문인 것 같다. 진씨가 모 대학에서 언론문제에 대한 강연을 하는 도중에 황 박사 지지자들이 강연을 방해하고, 마친 후에는 진씨를 감금까지 했다고 한다. 경찰까지 출동해서야 진씨가 빠져 나왔다니, 황당한 일이다.

진중권씨는 평소 다양한 대상을 놓고 강력한 비판을 해왔으며, 그런 비판이 때로는 독설에 가까운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정치적으로는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열린우리당과 대통령, 심지어 자신이 당원으로 있던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도 눈에 보이는 잘못에 대한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다. 메이저 언론에 대해서도 그는 서슴지 않고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런 만큼 그의 비판을 거북하게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체계적인 논리를 갖춘 사람이다. 논리가 없이 무조건적 비판을 가한 일을 본 적이 없다. 일부 언론사의 작위적 왜곡 같은 것을 그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철저히 팩트에 기반하여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비판이 대상자에게 때로는 비수처럼 아프게 다가갔을 테지만, 논리가 결여되고 팩트가 왜곡된 것이 아니라면 우리사회는 그의 비판을 수용하는 것이 옳다. 그런 건강한 비판조차 수용되지 않는 사회라면 이미 건강한 민주사회라고 보기는 어렵다.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등에 관해서도 그는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겨눈 일이 여러 번 있었다. 황 박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무척이나 아프고 심한 것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서로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고, 서로 가지고 있는 정보와 그것을 수용하는 체계가 다른 사람들간에 갈등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정보와 그것에 대한 분석체계를 거쳐 그의 방법으로 비판을 한 것에 불과하다. 그의 비판이 거슬리더라도 그에게 물리력을 행사하고 폭압적으로 입막음을 시도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의 비판이 거슬리고 부당하다면 당당하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비판하면 되는 일이다. 그가 무슨 거대한 권력을 잡고 있는 존재도 아닌데 집단으로 물리력을 동원하여 압박하는 일은 대단히 비겁한 일이다.

또 황우석 박사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도덕적 우월성을 가지고 자신들의 주장을 제기할 형편이 되지 못한다. 논문조작의 혐의가 상당부분 드러난 상태에서 그것을 덮고 넘어가지 않는다고 응석을 부리는 것은 정당성을 가지기 어렵다. 차라리 그렇더라도 국익을 생각해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여나가는 수준에 그쳐야 할 것이다. 그것도 조직화되고 체계를 갖춘다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집단으로 폭행을 가하고, 기물을 부수고, 자살을 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등의 극단적인 행동은 상황논리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정당성을 가질 근거가 없다. 소수가 다수에게 맞서는 것은 항상 폭압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주장하는 바가 도덕적 우월성을 상실하지 않는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의 대세는 이미 황 박사의 부도덕성을 널리 인정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황 박사에 대한 지지운동을 누구도 탄압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은 바가 없다.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기 위한 극단적인 행동이 이해될 수 있는 상황은 극렬한 탄압이 있는 경우 뿐이다. 누구도 억압하지 않고 자유로운 발언과 결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억지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도덕적 우월성도 없고, 누군가 강하게 탄압하지도 않는데, 왜 극렬한 집단행동이 나오는 것일까? 그런 모습이 더욱 황 박사 지지자들을 곤란한 처지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지자들의 지지가 자유라면 비판자들의 비판도 자유가 있는 것인데 왜 비판에 대한 입막음이 그렇게 절실한 것일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진정으로 황 박사의 연구가 지속되기를 바란다면 그의 혐의가 없거나 중대하지 않다는 것을 밝히는 규명노력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조직적으로 기금을 모금하여 연구가 계속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는 것이 옳다.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진실여부를 가려서 정당한 방법으로 사회에 널리 알리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비판자들에 대한 입막음과 극단적인 이벤트로 자극을 준다고 진실이 바뀔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제발 정당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펴고 자신들의 주장이 과연 옳은 지도 되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정보수집과 그것을 정확히 분석하는 노력도 없이 그저 감성적으로 울컥하는 집단행동은 효과도 없이 더욱 강한 비판에 직면할 뿐이다. 위험수위를 넘은 극단적인 모습에 우려를 금치 못할 지경이다. 제발 이성을 회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서프라이즈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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