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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의원이 대표발의,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를 통과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보공유연대 IPLeft''함께하는시민행동' 등 시민단체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업계의 반대에 대해 대표발의자인 우상호 의원은 '기우'라고 항변한다. 다음은 우상호 의원 측의 반론에 대한 이은우 변호사(법무법인 지평)의 재반박 기고문이다. <편집자주>
최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를 통과한 저작권법 개정안에 누리꾼, 인터넷 사업자,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하자, 대표 발의자인 우상호 의원은 오해를 풀고 지나친 우려를 하지 말라고 한다.

과연 오해를 풀고 우려를 덜어도 될까? 결코 그렇지 않다.

문제 #1: 앞서 나가도 너무 앞선 법... 이메일·메신저에도 '족쇄'

가장 큰 문제는 저작권법 개정안에 포함된 기술적 보호조치 의무 규정과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책임 강화 규정이다. 이것들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소조항들이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세계 제1의 정보통신 선진국이라지만, 앞서 나가도 너무 앞서 나가는 조항이다.

문제의 기술적 보호조치 의무 조항은 이렇다.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저작물 등을 복제·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는 대통령령이 정한 바에 따라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저작물 등이 불법적으로 복제 전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술적 보호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것은 미국에서 도입하려다 대대적인 반발에 부닥쳐 입법화가 안된 홀링스 의원의 악명높은 소비자 브로드밴드 디지털TV 촉진법(Consumer Broadband and Digital Television Promotion Act; CBDTPA)의 개악된 한국판으로 볼 수 있다.

홀링스 의원이 2002년 발의한 이 법은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디지털 미디어 기기'에는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정하는 '기술적 보호조치(standard security technology)'를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법은 기술 진보를 가로막는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렇듯 녹음기나 mp3 플레이어, 미디어 플레이어와 같은 특정한 매체를 재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디지털 미디어 기기에도 아직 기술적 보호조치를 채택하도록 하는 것을 의무로 하지 못하고 있는데, 하물며 그보다 광범위하고 모호한 '정보 전송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에게 기술적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메일, 메신저에도 기술적 보호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우상호 의원은 '오해'라고 한다. 법개정이 되어도 이메일 서비스 제공자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법안은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저작물 등을 복제·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는 기술적 보호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메일이나 메신저 서비스제공자는 꼼짝없이 그 대상에 해당한다.

이메일 서비스나 메신저 서비스도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저작물 등을 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우상호 의원은 우리나라 법의 '·'(가운데 점)의 의미를 오해한 것 같다. 우리나라 법에서 '·'(가운데 점)은 '그리고'가 아니라 '또는'의 의미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저작권법에서 편집물은 '저작물이나 부호·문자·음성·음향·영상 그 밖의 형태의 자료의 집합물'을 의미한다고 정의되어 있는데, 편집물에는 부호로 된 자료는 물론이고, 문자로 된 것이나 음성으로 된 것이 모두 해당된다. 시장·군수도 마찬가지이다. 시장과 군수가 아니라 시장 또는 군수의 의미이다.

그러므로, 개정안의 '복제·전송'은 '복제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나 전송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 모두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될 것이다. 따라서 이메일 서비스 제공자나 메신저 서비스 제공자가 그 대상에 포함되게 됨은 오해가 생길 여지가 없이 명백하다.

이뿐만 아니라 심지어 저작물인 글이나 음악, 그림을 전송할 수 있도록 게시판에 게재하도록 하는 서비스, 여러 사람의 정보 전송을 도와주는 서비스는 모두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국회의원의 입법 실수는 우리 사회에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복제·전송'을 '복제와 전송'으로 바꾸어도 여전히 문제는 있다.

이들에게 기술적 보호조치가 의무화된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파일의 개인적인 교환은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것'이므로 허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합법적인 파일의 공유와 불법적인 파일의 공유를 구분해 낼 수 있는 정교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결국 이 법은 합법적인 정보의 교환마저도 미리 막아 버리는 법이 될 것이다. 비용도 문제이다. 정교한 기술적 보호조치일 수록 비용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결국 막대한 비용을 미리 이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부담시키게 될 것인데, 그렇게 되면 젊은 벤처 군소 사업자나 비영리적인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우리나라에서는 발을 붙일 수 없게 된다. 불법도 하기 전에 기술적 보호조치를 하지 않으면 정보전송 서비스를 하지 말라는 것은 기술의 진보를 법이 가로막는 셈이다.

문제 #2: 허술하고 모호한 입법

입법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기술적 보호조치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정하지도 않고, 무조건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입법부의 책임 회피이고, 입법권의 포기이다.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저작물 등을 복제·전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 서비스에 대하여 해당 서비스가 불법임을 알고서 이에 접근하도록 설비, 장치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저작권, 그밖에 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보고 형사처벌까지 가한다는 내용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것은 주로 포털 사이트를 겨눈 조항인데, 이 법에 따르면 불법적인 파일 교환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고 그 서비스에 서버를 임대하는 사업자, 이들에게 카페나 블로그를 제공하는 사업자, 심지어는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사업자도 저작권 침해자가 되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고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예전에는 저작권자가 침해되는 저작물 목록을 보내면 이를 삭제해 주면 면책되었는데, 이제는 사실상 이들을 폐쇄시키지 않으면 손해배상 책임과 형사책임을 지게 된다. 전세계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하여 면책조항을 두고 있는데, 이 법은 설비·장치·서비스라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 규정으로 꽁꽁 묶어 책임을 묻는 것이다.

문제 #3: 문광부장관의 삭제 명령권 = 검열권!

그 외에 문화관광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불법 복제물을 수거·폐기할 수 있도록 하고 문화부장관에게 온라인상 불법 복제물을 삭제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하되, 온라인상 삭제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자에 대해서는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에도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 경우 법원의 판결도 없이 행정기관이 패러디 저작물의 폐기·삭제를 명령할 수 있게 되고,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법원의 관여없이 행정기관이 저작물의 삭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은 '사실상의 검열' 효과를 낳으며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다.

우상호 의원은 반박하기를 재판으로 하면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데, 그 기간에 이미 저작권 침해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며 이것은 표현의 자유와는 관련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패러디물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저작권 침해 논란은 표현의 자유와 관련이 없을 수 없다. 신속한 법원의 가처분 절차를 이용하도록 하는 게 좋고(최근에는 1-2개월에 결정이 내려지고 있다), 저작물의 수거나 폐기·삭제권한을 행정기관에게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 #4: 비친고죄 조항... 신 파파라치 등장?

영리를 위하여 반복적으로 저작재산권 등을 침해한 행위 등을 하는 자를 권리자의 고소없이도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비친고죄로 변경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저작물은 당사자가 사용금지를 요청하지 않는 한 널리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인데, 이렇게 법이 바뀌면 저작권 행사를 하지 않는 방치된 저작물들을 이용하여 사업을 하는 사업자들이나, 실비를 받고 서비스를 하는 자들에 대해서도 저작권자가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형사처벌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것이 부당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한마디로 이 저작권법 개정안은 처리되어서는 안되는 법안이다. 그러나 현재 원내에서는 민주노동당만이 반대의견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은우 변호사는 법무법인 지평 소속 변호사이고, 진보네트워크센터 운영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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