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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겉그림
ⓒ 살림
혈액형이 무엇이냐에 따라 사람이 지닌 성격이나 행동이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특정 혈액형을 지닌 사람들 성격이 하나 같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마치 그것이 운명이나 되는 것처럼 그 혈액형을 지닌 사람만 고집해 사귀거나 혼인하려는 '혈액형 궁합'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했다고 해서 '10% 해결' '10% 신화'가 유행한 적이 있다. 지금도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는 "모든 사람들은 일생 자신의 뇌를 10% 밖에 쓰지 못합니다. 나는 단지 뇌의 15% 정도만을 썼을 뿐입니다"라고 말한 데서 그 연유를 찾고 있다. 하지만 그건 아인슈타인이 말한 게 아니라 그가 죽은 후 그의 뇌 조직을 둘러싼 해부실험에서 나온 말이엇다.

콜라겐 화장품을 쓰면 늙어도 늙지 않는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고 떠들썩했었다. 콜라겐은 인간과 동물 속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나이가 들면 그것이 부족해 피부가 탄력을 잃고 주름이 진다. 그러나 콜라겐을 먹거나 발라 주면 피부에 스며들어 젊은 피부를 유지하게 해 준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실과는 다르다. 그것을 먹는다고 해도 피부 쪽으로만 몰릴 수도 없으며, 그것을 바른다고 해도 피부 장벽을 뚫고 쉽사리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사실은 이은희님이 쓴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2>(살림·2005)를 보면 보다 쉽게 그리고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만큼 이 책은 우리 실생활과 긴밀히 관련된 내용들을 간추려서 그것을 과학적인 사고 방식에 의거해 거짓과 진실을 분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우리가 흥미를 가지는 주제들, 흔히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히 받아들이는 일들을 뒤집어서 일렬로 세워놓는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믿었던 것들, 혹은 이해할 수 있는 없지만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뒤집어서 그 속에 숨어 있는 진실과 거짓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던 것이죠."
- 들어가는 글


그렇다면 과학이라는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것 같지만 거짓인 것에는 뭐가 있을까? 과학인 것 같지만 전혀 과학적인 원인과 결과가 들어 있지 않은 '유사과학'에 속하는 것은 무엇일까?

거기에는 두개골이라는 그 구조를 파악하면서 인간이 지닌 성격이나 정신 능력을 측정할 수 있다고 여기는 '골상학'이 있다. 또 불과 물과 흙과 공기를 제대로 된 비율로만 구성하면 누구든지 원하는 진짜 금을 만들 수 있다는 '연금술'도 있다. 그리고 인간이 지니고 있는 신체와 감정과 지성에는 일정 기간 동안 리듬을 타고 변화한다는 '바이오리듬'도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분명 오랜 세월 동안 지속돼 온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한다. 두개골이 올록볼록한 모양을 하고 있는 사람이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한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또 불과 물과 흙과 공기를 아무리 그럴 듯한 비율을 섞어 실험을 했다 할지라도 지금까지 인조금을 만든 역사는 없었고, 바이오리듬이라는 것도 모든 인간에게 다 맞출 수 있는 표준 잣대가 아니라 각각 개개인이 지닌 취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런 유사과학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는 데에 의의를 둔다면 그것은 무가치할 뿐이다. 유사과학 속에 거짓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전혀 의미 없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기초로 더 많은 과학 원리와 방법들, 그리고 신물질을 개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골상학이 가지는 그 진위 여부를 파헤쳐 가면서 신경학이라는 새 과학 분야를 개척할 수 있었다. 또, 연금술과 그 속에 들어 있음직한 촉매제를 찾아가면서 근대화학 발전이라는 지대한 업적을 이루게 됐고, 바이오 리듬을 추적해 들어가는 동안 생체 시계와 그에 따른 일광안경 '삼내비(Somnavue)'라는 것을 발견하고 또 개발할 수 있었다.

거짓을 진짜로 알고 있는 유사과학 속에는 거짓만 들어 있는 게 아니라 진짜로 중요한 정보와 과학 원리들도 담겨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파헤치고, 그것이 지니고 있는 원인과 결과를 하나 하나 따져 묻는 과학적 방법에 근거할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아무리 강조해도 그것은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어떤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힌다면, 그에 대한 대처를 하기도 쉬워집니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그럴듯한 거짓말로 포장된 사이비 과학과 진짜 과학을 구별하기에 어려움을 겪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때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밝히는 작업은 이를 구별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세요."
- 208쪽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2권 세트

이은희 지음, 류기정 그림, 살림(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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