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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2> 겉그림
ⓒ 살림
현대 과학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10개의 주제를 다뤄 과학에 한걸음 다가가는 기회를 마련했던 '하리하라의 블로그'가 업데이트됐다. 텔레파시, 투시, 법의학, 혈액형, 연금술, 바이오리듬 등 '일상 속의 과학'에 담긴 진실과 거짓을 다룬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2>로 과학과 놀 수 있는 즐거운 자리를 또 한번 마련한 것이다.

전편에 비하면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2>는 다루는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일상 속으로 파고들려고 한 노력이 엿보인다. 전편이 과학의 양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루고 그것에 대해 판단의 근거를 제시해 개괄적으로 과학을 만질 수 있었다면 업데이트 된 내용은 구체적으로 과학 속에 손을 넣는 것과 같다. 누구나 한번쯤 흥미를 가져봤을 법한, 일상 속의 것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과학의 잣대로 말하는 것이 어색할 정도로 친숙할 정도니 오죽하겠는가.

그런 까닭에 전편과 달리 이번 내용은 흥미 위주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특히 혈액형이나 바이오리듬, 연금술 같은 선택 주제들을 본다면 더욱 그런 심중을 굳힐 수 있다. 하지만 안다고 믿을수록 더욱 의심해봐야 하는 법. 아직도 혈액형 때문에 헤어졌다는 연인들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연금술이나 텔레파시, 점성술이나 사이코메트리 등 확인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궁금증이 꺼질 줄 모르는 요즘이라면 더욱 그렇다. 언제까지나 애매모호하고 두루뭉술하게 알고 지낼 수는 없으니 말이다.

가장 눈에 띄는 주제는 혈액형이다. 한쪽에서는 혈액형으로 성격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거짓이라고 하는 반면에 다른 쪽에서는 아직도 혈액형이 인간을 나타내며 나름대로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믿고 있다. 도대체 어느 것이 맞는가? 하리하라는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강한 어조로 명확한 답을 내놓는다. '과학'이라는 말에 상표권이 있다면 아무 데나 자신의 이름을 도용하지 말라고 소송했을 것이라고 말이다.

사람은 피를 일정량 이상 흘리면 죽는다. 과거에도 이 사실을 알았는데 그들은 피를 밖에서 넣어주면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했고 그래서 1667년 최초로 동물 피를 환자의 몸에 넣었다. 물론 그 환자는 사망하고 말았다. 그래서 1918년에는 처음으로 사람 피를 환자에게 넣었다. 그런데도 환자가 사망했다. 그럼에도 실험을 계속됐는데 이상한 것은 사람 피를 넣을 때 어느 환자는 살고 어느 환자는 죽는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이야 혈액형이 맞고, 다른 까닭이라고 금세 알겠지만 그때는 달랐다. 그것을 발견하기까지 꽤나 진통을 겪었던 셈인데 그런 경험 덕분에 그때부터 색깔이 비슷한 피도 종류가 여럿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결과 종류별로 나누게 된다. 혈액형, 그것은 그런 것이었다. 적혈구에 이름 붙이는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혈액형은 '적혈구에 어떤 종류의 당단백질이 붙어 있느냐'를 의미하는 것이다. 설명을 마친 뒤에 하리하라는 반문한다. "단지 내 적혈구 위에 어떤 당단백질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서 성격이나 운명이 바뀐다는 것은 어째 너무 비약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라고.

혈액형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텔레파시와 투시 같이 남녀노소 막론하고 상상해 마지않았던 특별한 능력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과학 블로그에 이런 주제가 등장했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더군다나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2>가 일상 속 과학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런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궁금증이다. 하리하라는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2>에서 놀라운 내용을 말하고 있다. 텔레파시가 과학의 힘을 빌려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이다. 물론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텔레파시는 아니다. 그럼 무슨 텔레파시인가? 뇌파를 이용하여 기계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텔레파시다. 뇌파 분석 기술이 좀더 널리 연구된다면 신체가 불편한 사람이 어려움 없이 컴퓨터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텔레파시라는 단어가 이런 식으로 과학화된다는 정보는 놀라운 사실이다. 또한 과학의 힘이 반가워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던 낭만적인 텔레파시가 아니더라도 적극 환영할 만한 텔레파시가 아닌가. 새삼 과학의 긍정적인 힘을 깨닫게 하는 부분인데 투시에 관한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투시 하면 야한 것부터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과학의 긍정적인 힘은 텔레파시처럼 투시라는 개념 또한 인간 모두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바로 시력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상상할 수 있을까? 시력을 잃은 이가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그것은 완전한 것은 아니다. 책에서 언급한 하나의 예를 들어본다면 그것은 '운동 경기 스코어 전광판이 깜빡이면서 점수를 나타내는 것과 같은 정도'라고 한다.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이가 본다면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실명한 이들에게는 이것 또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과학의 힘으로 투시력을 개발하여 참으로 멋진 인류의 힘을 만들어내는 시도인 셈이다.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2>에 실린 그 외의 주제들에 대한 접근방식은 이와 비슷하다. 과학의 것들을 쉽게 다루되, 단순히 흥미거리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과학의 힘이 어떻게 인간을 축복하게 해주는지를 알려주면서 일상 속의 거짓 과학들에 대한 지식을 알려준다. 그 와중에도 '과학'과 '비과학'에 대한 차이도 틈틈이 알려주는 등 이번에 업데이트 된 블로그 역시 인기 블로그가 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과학을 예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연금술사들은 그저 과거의 환상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일까? 점성술과 천문학은 과학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가? 과학과 사이비 과학은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가? 알쏭달쏭하지만 궁금증을 자아내는 질문들에 대한 답이 여기에 있다. 알아두면 알아둘수록 과학과 친숙해지는 유쾌한 그것들이 여기,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2>에 담겨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도서정보 사이트 '리더스가이드(http://www.readersguide.co.kr)'에도 실렸습니다.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2 - 일상 속의 과학, 그 안에 숨어 있는 진실과 거짓

이은희 지음, 류기정 그림, 살림(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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