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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9일 낮 12시 12분]

▲ 친일인명사전 수록 인물 1차 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29일 오전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주최로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인 주요인물들의 이름과 친일행적이 스크린을 통해 발표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만주군 '예비 소위' 박정희 만주 군관학교와 일본 육사 졸업 후 2개월 간의 사관 견습을 마치고 소위로 임관하기 직전인 1944년 6월말 일본군 소조(曹長, 상사에 해당) 복장으로 찍은 모습. 민족문제연구소는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자발적·적극적으로 친일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사범학교를 나와 선생을 잘 하다가 황군에 자진 입대한 것 자체가 친일행위"라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 조문기)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는 29일 오전 10시30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1차명단' 3090명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1945년 해방 이후 처음 시도된 대규모 친일인사 선정작업이다. 선정은 매국(을사오적, 정미칠적, 경술국적, 수작·습작자), 중추원, 관료, 경찰, 판검사, 종교, 언론, 문화예술 등 모두 13개 분야로 나뉘어 이뤄졌다.

1차명단에는 국내 역사학계의 거목 이병도 교수 등이 포함돼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학계의 태두인 이병도는 '정체성론', '타율성론' 등을 토대로 한국 역사를 체계적으로 왜곡한 조선사편수회에서 오랫동안 일한 인물이다.

또 '을사늑약' 당시 <황성신문>에 사설 '시일야방성대곡'을 썼으나 경남일보 주필 시절의 활동을 놓고 친일논란을 빚었던 장지연도 격론 끝에 1차 명단에 선정됐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방응모, 김성수, 홍진기(홍석현씨 부친, 일제 때 전주지법 판사 역임) 등 <조선>·<중앙>·<동아일보> 전 사장이 포함됐다. 연세대 한국인 초대 총장 백낙준, 유진오 고려대 전 총장, 김활란 전 이화여대 총장 등 국내 대표적인 사립대 수장들도 빠지지 않았다.

문화예술 부문의 이광수, 모윤숙, 주요한, 현제명, 홍난파, 김은호, 김기창, 유치진 등도 빠지지 않았다. '애수의 소야곡' 등으로 유명한 가수 남인수, 1943년 조선지원병 실시 기념음반 중 '아들의 혈서', '결사대의 안해' 등을 작곡한 박시춘도 들어갔다.

일제시대와 해방기 대표적 문인 중 한 사람인 유치환은 이번 1차 명단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치환은 관련 자료가 추가로 발견될 경우 다음번 발표에서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같이 결정한데 대해 "1905년 을사늑약 전후부터 1945년 해방까지 일제의 국권침탈, 식민통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이들이 수록 대상"이라고 밝혔다. 일제통치 시기에 일정 직위 이상의 부일협력자에겐 지위에 대한 책임을, 대중 영향력이 큰 지식인과 문화예술인은 사회적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뜻이다.

친일 청산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이날 발표는 선정 기준 등과 관련해 사회적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명단에 수록된 인사들의 후손 뿐 아니라 생존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준은 '일정 직위 이상'과 '적극적 행위'... 친일진상규명위보다 포괄적

▲ 29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친일인명사전 수록 인물 1차 명단 발표 기자회견. 주요인물의 친일행적과 약력을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언론계] <동아일보> 사주였던 김성수(상단 왼쪽)와 <조선일보> 사주였던 방응모(상단 오른쪽). 이들외에도 <중앙일보> 전 사장 홍진기(홍석현씨 부친)도 1차 명단에 포함됐다. [교육계] 이화여대 전 총장 김활란(하단 왼쪽)과 연세대 초대 초장 백낙준(하단 오른쪽). 이외에도 고려대 전 총장 유진오도 1차 명단에 포함됐다.
이번 1차 명단에는 일제의 국권침탈에 적극 협력하고 그 대가로 작위와 은사금을 받은 자나 일본 제국의회의 귀족원·중의원 의원, 조선총독부 중추원 부의장, 고문, 참의, 고등문관 이상 관리가 모두 포함됐다.

또 경부 이상 경찰, 위관급 이상 장교, 판·검사, 국책 경제 기관·단체 간부 등 식민통치기구에서 일정 직위 이상을 역임한 자, 반(反)독립군 활동 등 항일운동을 방해한 자, 황민화·침략 전쟁 적극 협력자 등도 대부분 들어갔다.

아울러 직위가 낮더라도 적극적 자발적 친일 행위가 분명하게 확인되는 관료·사법관리, 고등경찰, 항일운동을 하다가 변절해 일제에 적극 협력한 인물도 포함됐다. 반면 일제 초기 친일 활동을 하다가 독립운동에 투신한 경우는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같은 기준은 '일정 직위 이상 역임자로서 친일반민족 행위가 분명한 자'를 조사대상으로 하는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강만길) 기준보다 포괄적이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는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5적 과 송병준(일진회 창단) 등 나라를 파는 데 앞장선 인물도 빼놓지 않았다. 잘 알려진 친일파인 최남선, 김연수(김성수의 동생), 박흥식, 윤치호 등 '거물급' 친일 인사, 노덕술 등 친일경찰도 친일인명사전 수록 대상이다.

신기남·김희선 부친, 영친왕은 포함 안돼

▲ 친일인명사전에 1차로 수록될 3천여명의 명단이 인쇄된 보도자료가 배포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박흥식 전 화신백화점 사장(왼쪽)과 국내 역사학계 거목으로 알려진 이병도 교수(오른쪽)
또 일본 육사 출신으로서 3공화국 때 국무총리를 역임한 정일권과 '독립군 토벌'의 선봉에 섰던 간도특설대 출신 백선엽 전 육군참모총장 등 군인, 박정희 정권 때 대법원장을 지낸 민복기(일제 때 경성지법 판사) 등 법조인도 명단에 포함됐다.

종교계에서는 박희도 등 기독교계, 장면 전 총리 등 천주교계, 민족대표 33인의 일원으로 3.1운동에 참여했다가 친일로 돌아섰던 최린 전 천도교 교령 등도 명단에 들어있다.

문학과 공연예술 부문에서는 김동환, 모윤숙, 주요한 등 침략전쟁을 찬미하는 글을 남긴 자, 혹은 그런 활동을 한 단체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한 문학인 등도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친일단체인 현대극장 대표를 역임한 유치진 등이 포함돼 있다.

미술계에서는 화가 김인승·조각가 김인승 형제와 김은호, 김기창 등과 함께 김민수 서울대 교수의 부당해직과 관련해 언론에 자주 거명됐던 장우성 전 서울대 교수가 포함됐다. 김민수 교수는 장 전 교수 등 서울대 미대 초창기 멤버들의 친일 행위를 고찰한 논문을 발표했다가 미운털이 박혀 고초를 겪은 바 있다.

헌병 오장을 지낸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원의 부친, 독립군 탄압 활동 여부가 논란이 됐던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의 부친은 이번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왕실의 후예로서 망국 뒤 일본 육군중장을 역임한 영친왕도 상황의 특수성이 고려돼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2차 명단은 2006년 8월 발표

연구소와 편찬위는 약 50만명을 포괄하는 연구소의 자료를 토대로 해서 작업을 진행했으며 친일 행위 및 관련 단체에서의 활동 여부가 문헌 자료로 명확하게 입증되는 경우에만 명단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연구소와 편찬위는 명단 포함 인사들의 후손 및 생존자들이 각종 소송을 제기할 것에 대비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도움을 받아 고문변호인단을 구성한 상태다.

연구소와 편찬위는 중앙에서 활동한 인사들을 위주로 한 이번 명단 발표에 이어 밀정, 헌병, 독립군 '토벌'대 참가자 등 지방 및 해외에서 활약한 인물을 중심으로 한 2차명단을 2006년 8월경 발표할 계획이다. 친일인명사전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07년 12월경 발간될 예정이다.

"박정희 매도, 주구들은 자결하라"
'박정희바로알리기국민모임', 친일인명사전 발표장 피켓 시위

▲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1차명단' 발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회견장밖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진정한 독립투사라며 항의시위를 벌이던 '박정희 바로알리기 자발적 국민모임 새로운 물결 21' 회원의 피켓을 한 참가자가 가리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1차 수록 예정자' 명단 발표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보수단체와의 큰 반발없이 끝났다. 하지만 '박정희 바로알리기 자발적 국민모임 새로운 물결21' 소속 회원 몇명은 피켓을 들고 행사장 입구에서 시위를 벌여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피켓에 "정략적 친일조작 국민들은 분노한다, 박정희 매도하는 주구들은 자결하라", "민족의 은인 박정희는 친일로 조작하고 민족의 원흉 김정일에게는 침묵이 웬말이냐"는 등의 구호를 적어 넣은 뒤 발표장 입구에서 1시간 가량 시위를 벌였다.

이날 발표 진행 중에는 별다른 마찰이 없었으나, 행사가 끝난 뒤 돌아가려던 참가자들이 이들에게 항의하면서 잠시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됐다. 일부 참가자들은 시위자들과 맞붙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항의 시위자들은 또 발표를 마치고 나온 윤경로 위원장과 잠시 설전을 벌였지만 주변의 만류로 짧은 대화만 오갔다.

한편 이날 발표장 앞에는 노무현 대통령 정무특보로 일하고 있는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의 화환이 놓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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