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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검찰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 있다. 여전히 국민들의 불신을 받고 있는 형편에서 X파일 사건이 터져 나오고 떡값 받은 검찰의 실명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이런 국면에서 과연 검찰은 스스로의 명예를 회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회의적인 생각을 하는 이가 많은 듯하다.

1. 유전무죄, 무전유죄

탈주범들이 인질극을 벌이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들의 주장은 자신들이 죄질에 비해서 과도한 형량을 구형받고 선고 받았다는 것이고, 가진 자들은 항상 가볍게 처벌되거나 처벌을 면하는 것으로 보였다는 불공정함을 우리 사회에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검찰의 수사대상이 되거나 참고인으로라도 소환을 받게 되면 보통의 사람들은 간담이 서늘해진다. 검찰이 고압적인 자세로 추궁하거나 자백을 받기 위하여 고문을 서슴지 않았던 일들을 국민은 뇌리에 담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의지가 작용하여 철저히 공정한 수사를 하고 기소를 하더라도 우리의 사법 관행이 이미 유전무죄를 잉태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전관예우라는 것이 있어서 검찰의 고위간부를 지내거나 사법부의 고위간부를 지낸 사람이 변호사를 개업하면 사건의 수임은 물론이고 판결마저 그들에게 유리하게 내려지는 것이다.

유명한 판검사가 퇴임하고 변호사 개업을 하면 1년 이내에 평생을 먹고 살 재산을 모을 수 있다고 하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며 많은 수임료와 성공 보수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당연히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고 의뢰인에게 많은 돈을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돈이 없는 사람은 수임료를 부담할 능력이 안되서 변호사를 선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관예우가 없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어렵게 수임료를 치르더라도 그다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검찰의 구형에 맞춰진 선고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결국은 포기하고 선임을 하지 않으면 국선변호인이 맡아 무성의한 변론을 하고 형식적인 재판은 검찰의 주장이 관철되는 선에서 끝이 난다.

검찰 자체의 문제를 초월하여 사법 시스템 전체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이다. 이런 시스템 아래서 국민이 검찰을 신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당연히 검찰이 가진자의 편으로 여겨질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2. 평검사와 대통령의 맞짱토론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인사 문제 등과 관련해서 평검사들과 공개 토론을 벌인 일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평검사들이 대통령에게 그다지 굴종하지 않고 당당히 토론하는 모습이 한편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하였지만 너무도 무례한 발언들을 쏟아내며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하였다.

그들은 대통령도 어려워하지 않고 매우 당당한 모습을 보였고 그런 당당함이 지나쳐서 무례함으로 보일 정도였다. 이 때 나온 말이 '검사스럽다'는 말이다. 이 말은 검사들이 평소 도덕성의 정도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 투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들이 대통령에게 당당할 만큼 그리 옳은 집단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는 검사들의 태도는 당연히 칭찬을 받아야 할 일이다. 검찰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범죄를 단죄하고 처벌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의 당당하고 무례하기까지 하던 평검사들을 떠올려 보자. 그들의 태도라면 지금쯤 검찰의 고위 간부들이나 전직 간부들이 재벌로부터 부당하게 떡값을 받았음이 밝혀진 지금 집단행동이라도 나와야 할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그들은 조용하다.

검찰의 조직이 철저한 상명하복을 원칙으로 삼는다면 그들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에게 그렇게 무례할 수가 없어야 하는 것이다. 잘못된 일에 대한 정의감이 우선이라면 그들은 지금 검찰간부들의 뇌물수수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강력한 집단행동이라도 해야한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은 대통령의 권력이 검찰의 간부들보다 적을 수는 없는데 그들은 왜 그런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결론은 대통령의 권력이 그들에게는 그리 두렵지 않은 것이라고 내려야 할 것 같다. 대통령의 권력은 그리 그들이 두려워 할 것이 안된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3. 대선자금 수사

지난 대선에서 불법한 대선자금을 수수한 의혹이 있었고 검찰은 그것을 과거와는 달리 철저히 수사하고 나름의 성과를 올린 바 있다. 당시의 강금실 장관, 송광수 총장, 안대희 중수부장 라인에 대하여 국민이 보낸 성원은 검찰 역사상 가장 폭발적인 것이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철저히 수사하려고 노력한 그들이 찬사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으로 검찰의 위상은 한껏 높아지기도 하였다. 현직 대통령의 대선자금을 철저히 파서 측근들을 구속시킨 정도라면 국민은 검찰을 믿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최소한 정치권력에 대한 검찰의 독립은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다. 결말이 그리 명쾌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이전의 검찰은 아니라고 믿었다. 권력의 시녀라는 평가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런데 그런 효과와 신뢰는 오래가지 못했다. 장관과 수뇌부가 바뀐 검찰은 다시 이전의 검찰로 이미 돌아와 있었다. 비리정치인에 대한 수사도 그리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었고 특별히 재벌들에 대한 수사는 감싸기라는 비난이 난무할 정도였다.

최근 삼성그룹의 검찰간부들에 대한 떡값 제공과 검찰 간부 출신의 대거 채용 등에서 보듯이 검찰은 재벌에 대하여 한없이 나약해 보이기만 한다. 떡값을 주는 회장님과 그 회사를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우기 나중에 삼성에 취업이라도 하고 싶다면 잘 보여야 할 것이 아닌가? 여지없이 대선자금 수사때 얻어둔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역시 정치 권력은 무섭지 않으나 재벌의 돈과 일자리는 무서운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정치인에게는 그럭저럭 용감한 검찰이 재벌에게는 나약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것이 현실이라면 이제는 '권력이 정권에게 있지 않고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 듯하다. 시장은 재벌이 장악하고 권력은 시장이 장악하고 검찰은 아직 새로운 권력의 시녀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검찰이 권력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과 대통령이 권력을 시장에 빼앗긴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제 식구 감싸기의 한계를 벗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재벌 권력에 굴종하는 일에 비하여 큰 일도 아닌 듯하다. 권력이 정치권과 정권에서 시장으로 넘어간 것은 검찰의 칼날이 날카로운지 무딘지에 따라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을 것같다.

4. 이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검찰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국익을 지키는 공복이다. 당연히 국민에게서 강력한 권능을 위임 받고 있다. 그런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대한민국의 장래가 염려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매우 중대한 것이 국민의 신뢰이다.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하여 검찰은 뼈를 깍는 노력을 해야 한다.그저 국민들 보는 앞에서 유력 정치인 몇 명을 잡아 넣는 쇼를 해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정치인들을 봐 줘서는 안되지만 정작 가장 강력한 권력인 재벌에게 나약한 모습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첫째, X파일의 내용을 철저히 수사하라. 국가권력은 이미 검찰이 무서워하는 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수사의 초점으로 나가서는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 내용의 수사에 철저해야 한다. 우선은 이미 보도된 삼성의 이학수 부회장과 홍석현 주미대사 등이 정치권과 검찰을 돈으로 장악하려 한 내용에 철저한 수사를 하고 추가적인 증거를 찾아서 가능한 혐의에 대하여 기소를 하라. 그리고 압수된 테이프의 내용에 들어있는 단서들을 모두 활용하여 철저히 수사를 하라.

둘째, 검찰 간부들의 떡값을 모두 밝혀서 뇌물죄로 처벌하라. 이것은 제식구 감싸기라는 근원직인 부패 원인을 제거하는 일이고 공정해야 할 검찰이 패거리주의를 벗어나는 길이다. 사법개혁의 와중에서 그나마 검찰이 스스로의 입지를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비위 사실이 있는 검사들을 모조리 단죄하는 것이다. 검찰이 패거리를 이룬다면 국민은 누구를 믿고 생활할 수 있겠는가?

셋째, 불법도청을 누구의 지시로 누가 어떻게 누구를 대상으로 하였는지 철저히 발혀라. 대통령도 그리 무섭지 않은 검찰이니 이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다시는 국가 공권력이 그런 불법을 자행하지 못하도록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이다. 정치권력은 영원히 검찰이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국민에게 보여라.

넷째, 수사의 속도를 더디게 하여 특검에게 넘기려는 어설픈 생각은 하지 마라. 그것은 검찰을 아주 죽이는 일이 될 것이다. 검찰이 세월만 보내고 아무것도 밝히지 못한 채 특검이 출범하고 특검이 성과를 내면 검찰은 스스로 판 무덤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특검이 출범하기 전에 최대한의 성과를 국민에게 보여라. 다시는 정치권이 특검을 들고 나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노력하라. 특검이 추가로 밝힌 것이 없어서 망신을 당할수록 검찰의 위상은 살아날 것이다.

물론 검찰이 그렇게 해 줄 것이라고 믿지는 않지만 그것이 검찰을 살리는 길이라는 사실은 분명한 것이다. 거대한 권력인 재벌을 철저히 단죄하고 스스로 제식구의 비위를 밝히고 정치권력이나 국정원을 철저히 수사하고 특검이 활약할 근거조차 없이 하는 수준이라면 검찰은 다시는 국민의 불신을 받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신뢰하는 검찰에 대하여 일말의 기대를 걸어 보려고 한다. 그것이 가능하지 않더라도 아직은 마지막 희망을 접을 수는 없지 않은가? 부디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넘치도록 받게 되기를 바란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도 아니고 '무권유죄 유권무죄'도 아닌 정의가 넘치는 대한민국을 위하여 검찰에게 마지막 실낱 같은 희망을 건다.

대한민국 검찰이여, 파이팅하시라.

덧붙이는 글 | 노사모, 서프라이즈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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