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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검찰단과 고등군사법원이 함께 사용하는 건물.
ⓒ 오마이뉴스 권우성

육군 장성 진급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군 검찰 간부 3명이 정상적인 수사 활동이 어려워 진실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보직해임 요청서를 제출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군 수뇌부가 진급비리 의혹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 신청을 결재하지 않거나, 인사 심사위원들에 대한 소환조사조차 허락하지 않는 등 사실상의 '성역'을 인정해온 것으로 드러나 군 검찰권 독립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검찰단 소속 검사 3명은 17일 국방부 검찰단장에게 보직해임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보직해임 요청서에서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수사진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검찰관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전부터 진급비리 의혹 사건 수사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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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조인트 채이고 ★은 '항의성' 전역

지휘관 결재 없이는 구속도 소환도 못한다
군 검찰권, 지휘권으로부터 독립 시급

현행 군사법원법상 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지휘관의 '통제'를 받아야만 한다. 군의 사법권이 비법률가라고 할 수 있는 군 지휘관들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간 군 검찰권이 지휘권으로부터 독립해야한다는 요구가 많았으며, 현재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열린우리당의 군 사법제도 개선안이 국회에 상정된 상태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육군 장성진급 비리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둘러싸고 군 사법제도의 폐해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 발생했다. 국방장관이 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거부하고, 장성들은 소환조사조차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현행 군사법원법에는 수사 피의자를 상대로 한 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중령 이하의 경우 법리관리관에게 결재권을 부여하고 있다. 대령급은 국방 차관, 장성급은 국방장관에게 결재권을 주고 있다. 결재권자인 군 지휘관의 승인 없이는 군 검찰의 영장 청구가 봉쇄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군 검찰이 독립되어야 하는 이유를 드러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 비리 혐의자 구속영장 청구 결재 거부= 우선 이들은 지난 10일경 특정인사를 진급시키기 위해 군 장성 진급 인사 자료에 불리한 내용을 허위로 기록하는 등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받고 있는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의 L준장과 인사검증위원 J대령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키로하고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결재를 요청했다.

하지만 윤 장관은 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결재를 거부했다. 결재 거부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군의 한 관계자는 "장성을 굳이 구속 수사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이유 때문일 것"이라면서 "사실상의 성역을 인정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 진급 심사위원 소환조차 불허= 군 수뇌부는 이 사건을 풀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진급 인사 심사위원들의 소환조사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진급 인사 심사위원은 총 17명. 진급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조사는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군 검찰이 17명의 심사위원들에게 소환장을 발부했으나, 한 명도 응하지 않았다.

또 군 수뇌부는 심사위원들이 군 장성이기 때문에 소환조사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수뇌부는 심사위원들에 대한 방문조사는 허용했지만, 군 장성에 대한 이같은 '예우'는 조사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결국 군 검찰은 수사에 착수한 이래 지금까지 한 명의 심사위원도 소환조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군 검찰은 입막고 수사 대상은 언론플레이?= 지난 15일 노무현 대통령은 윤광웅 국방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수사는 보장되어야 한다"면서도 "수사 상황을 공개하는 방법으로 여론의 힘을 빌어 수사하는 관행은 적절하지도 적법하지도 않다"고 언급했다고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노 대통령이 군 검찰의 '언론 플레이'를 질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대통령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수사는 적법하게 진행하고 다른 잡음에 의해 수사가 왜곡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한 발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론의 힘을 빌어 진행되는 수사' 등이라는 말이 첨가되면서 군 검찰의 수사가 '여론몰이 수사'인양 비춰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사실 적극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한 쪽은 이 사건의 수사대상인 육군본부 측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은 소위 '괴문서' 살포자를 검거하기 위해 합조단이 군 검찰에 통화내역조회를 신청했지만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합조단은 군 검찰에 통화내역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는 육군 공보실에서 기자들에게 요청해 쓰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 흠집내기성 기사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또 일부 언론은 군 검찰의 진급비리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던 Y대령이 탈진해서 입원한 적이 있다면서 가혹 수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군의 한 관계자는 "그 참고인은 입원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반면 군 검찰은 이같은 오보를 막기 위해 정기적인 브리핑을 실시하겠다고 군 수뇌부에 요청했으나 번번히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게임의 링에서 싸울 수 있도록 국방부 반칙 플레이 없애야"

▲ 지난 11일 25일 육군 군장성 진급비리 의혹과 관련해서 군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서울 용산 국방부 검찰단앞에 3성 장군의 관용차가 주차되어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결국 군 검찰 간부 3명이 보직해임 요청서를 내게 된 것은 사실상 수사를 가로막고 언로까지 차단돼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조차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군 검찰이 보직해임 요청서를 낸 것과 관련, 군의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정치적인 고려 등을 수사에서 배제해달라는 요청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장군이니까 구속은 안되고 방문조사만 하라고 했다면 '수사 성역'을 인정해 달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 수사를 받는 대상이 언론플레이하는 것은 방치하면서 오보를 바로잡기 위한 군 검찰의 브리핑을 막는 것은 수사팀을 고사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적어도 군 검찰이 진실 게임의 링에서 싸우도록 국방부의 이같은 반칙플레이를 없애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링 위에 서는 의미도 없기 때문에 링에서 내려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는 또 군 검찰이 보직해임 요청서를 낸 것과 관련, 일부 언론이 '항명'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항명이라면 명령에 대해 불복했다는 것인데, 도대체 군 수뇌부는 군 검찰관들에게 무엇을 명령했고, 군 검찰관들은 어떤 명령에 불복했다는 건지 알 길이 없다"면서 "검찰관들의 직무, 즉 수사가 한계에 봉착했으니 이에 대한 고충 처리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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