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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미산 대장군, 성미산 여장군
ⓒ 전민성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성미산을 시민들이 마침내 지켜냈다.

16일 오전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서울시 상수도 사업본부는 "현재 진행 중인 성산배수지 건설공사를 일단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상수도 사업본부는 "인근 지역의 배수지로도 수돗물 공급에 지장이 없어, 장래 급수 수요가 예측되는 상암택지 개발 및 DMC(디지털미디어센터)개발사업의 개발추이에 따라 최종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기술자문회의의 의견 제시에 따른 결정"이라고 보고했다.

이 결정을 전해들은 지역 주민들은 한결같이 환영의 뜻을 밝혔고, 앞으로 마포구청과 서울시가 한양재단 소유로 되어 있는 산을 매입해 녹지공원으로 복원해주길 희망했다.

성미산 지키기 운동의 한 축이었던 마포두레 생협의 구교선 이사는 “우선 성미산 대책위의 정책팀이 현재의 배수지로도 수돗물 공급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공청회를 통해 알린 것이 자랑스럽다”며 대책위 위원들의 노고에 공로를 돌렸다.

구 이사는 "공사 중단 소식을 듣고 지난 1월 성미산을 지키기 위해 했던 일들이 생각났다"면서, "성미산을 지키려했던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라 밤에 잠이 안왔다”고 말했다.

3월 13일 포크레인 위에 올라가 포크레인의 진입을 막았던 이홍표(30)씨도 "한시름 놓았다"며 웃었다. 그는 "기쁘긴 하지만 완전히 철회된 게 아니니까 앞으로 잘 해야겠죠. 추운 날 산에서 잠자던 일이 제일 먼저 생각났어요”라고 말했다.

마포 두레에서 일하고 있는 김미숙(34)씨도 "3월 13일 용역을 막아낸 후 다음 날 또 들어오면 어쩌나하고 걱정했다"며, “정말 될까 걱정했었는데, 너무 좋아요”라며 감격해 했다.

▲ 새로 이사한 사무실에서, 성미산 대책위 김종호 워원장
ⓒ 전민성
김씨는 "하지만, 한양재단에서 아파트를 지으려고 하는 만큼 그걸 잘 막아내야 할 것 같아요"라며 성미산에 대한 걱정을 접지 않았다.

성미산 아래로 사무실을 옮긴 ‘성미산 대책위’의 김종호 위원장도 "15일 밤 서울시 환경수자원 위원회 의원들로부터 ‘배수지 공사 잠정 중단’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DMC가 완공되는 4-5년 이후까지는 공사가 중단 될 것이며, 설령 짓는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2년 넘게 같이 해 준 지역주민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하고 “지방자치 의원들도 하지 않은 일을 지역주민 스스로 이루어 낸 ‘성미산 지키기’ 운동이 주민자치의 좋은 사례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수지 건설 잠정중단 결정 소식을 전해 들은 주민 박모(56, 성산동)씨도 "마포구청과 서울시가 이 땅을 매입해 공원으로 조성하고 가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른들이 추위에 산정상에 텐트를 치고 산을 지킬 때, 여동생, 친구들과 동네 엄마들이 손수 만든 작은 현수막들을 나무에 달았던 천종호(성서초 6, 망원동) 군을 오랜만에 산에서 만났다. 천군은 이렇게 기쁨을 전했다.

“기분이 좋아요. 산이 그대로 있으니까요. 마을 근처에도 산이 있어 언제든지 산책할 수 있게 돼서요.”

▲ 허리 키 만큼 자란 상수리 나무 "나무야 무척무럭 자라서 성미산을 지켜주렴."
ⓒ 전민성

나무들이 베어져 민둥산이 되었던 성미산에 식목일 주민들이 심었던 묘목들이 꽤 자라 있었다. 산 여기 저기에는 이름표를 달지는 않았지만 이후 주민들이 심어놓은 묘목과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나무들이 베어진 지 약 8개월이 지났지만 산은 아주 평온했다. 그 동안 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모든 주민들, 그리고 지역주민의 요구와 이해에 귀를 기울인 서울시 상수도 본부가 성미산을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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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동네의 성미산이 벌목되는 것을 목격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이주노동자방송국 설립에 참여한 후 3년간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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