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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동원 전 국정원장.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지난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5억 달러 대북송금은 현대 정몽헌 회장의 대출지원 및 송금편의 요청을 받은 당시 임동원 국정원장·박지원 문광부장관·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의 '3인 협의' 및 '대통령 보고'를 거쳐 김대중 대통령의 '묵인' 아래 이뤄진 것으로 <오마이뉴스>에 의해 6월1일 확인됐다.

대북송금이 임동원·박지원·이기호 3인의 '협의' 및 '보고' 절차를 거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묵인' 아래 이뤄졌다는 사실은 처음 밝혀진 내용이다.

또 5억 달러 대북송금은 현대라는 기업을 '매개'로 당시 현대의 '7대 경협사업'과 거의 동시에 병행 추진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려는 국정원의 '국가공작 인가'를 받아 추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 혹은 국정원장의 인가를 받은 국가공작사업을 사법의 잣대로 처벌한 전례는 외국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일이어서 특검수사 결과에 대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그룹이 북측에 송금한 금액은 총 5억 달러라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오마이뉴스>가 최근 특검에서 직간접으로 조사받은 대북 송금 관련 핵심 4인(임동원·박지원·이기호·정몽헌)의 진술을 2인의 당사자에게서 '크로스 체크'(이중 검증)하고 관련 변호인들과 국정원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지난 1월29일 1차로 "국정원 편의 제공 하에 2억 달러 대북송금" 사실을 처음 보도한 데 이어, 2월9일 2차로 "현대, 7대사업 독점계약 대가 5억 달러 송금" 사실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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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보도> "현대상선, 북한에 2240억원 송금-정상회담 전 국정원이 편의 제공"

2000년 5월 3∼4회 '3인 회의'후 역할분담

대북송금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핵심 인사는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박지원 전 문광부장관·이기호 전 경제수석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그리고 김보현 국정원 3차장(당시 국정원 5국장) 등 5인이다.

▲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이 가운데 박지원 전 문광부장관을 제외한 4인은 공개 혹은 비공개로 특검 조사를 받았다. <오마이뉴스>는 이 가운데 2인 이상에게서 특검에서 진술한 내용과 수사 진행상황 등을 직접 확인했다.

핵심 인사들의 진술에 따르면, 우선 현대가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위원장 김용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와 비밀리에 '7대 경협사업'을 잠정 합의한 정보를 국정원이 처음 입수한 시점은 지난 2000년 5월초이다.

당시 국정원이 입수한 관련 정보의 핵심 내용은 7대 경협사업에 대한 30년 독점사업권과 컨소시엄 참여 개발을 대가로 현대가 아태평화위 측에 사업 대가금조로 5억 달러를 제공키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와는 별도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박지원 문광부장관은 2000년 3월초부터 대통령특사의 자격으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대리한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사전접촉을 수행해 그해 4월8일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와 만난 '송금핵심 4인방' 중 2인은 "임동원 원장과 박지원 장관 그리고 남북 경협사업을 관장하는 이기호 수석의 3인은 그해 5월 3∼4회에 걸쳐 이 문제(대북송금)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논의해 최종적으로 현대의 비밀 대북송금을 '묵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 중 1인은 "박 장관은 '대북 협상'을 맡고, 이 수석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현대에 '대출 편의'를 제공하고, 국정원은 '송금 편의'를 제공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5억 달러의 본질은 '경협사업 대가금'이지만 정상회담과 '연계'

▲ 이기호 전 경제수석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물론 당시 정부는 5억 달러 대북송금을 허용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 대북송금을 '묵인'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는 데 참여한 핵심 3인 중 한 사람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국에 진출할 때 총사업 금액의 일정 비율을 '리베이트'로 제공하는 것이 관행임에 비추어 북측이 요구한 대가금 5억 달러는 큰 비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당시 국정원은 현대가 독자적으로 추진한 '7대 경협사업'을 '매개'로 거의 동시에 병행 추진된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한다는 국가공작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국정원으로서는 이미 '현대그룹 대북사업 관련 보고서' 등을 통해 현대의 대북 비밀송금을 '지원'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따라서 특검에서 조사받은 핵심 인사들은 "대북송금 5억 달러의 성격은 본질적으로 정상회담 대가금이 아니고 7대 경협사업 대가금이지만, 국정원이 수행한 '국가공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정상회담과 연계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핵심 인사들은 또 당시 현대와 7대사업을 합의한 북한의 관점에서 보자면, 북으로서는 현대로부터 약속 받은 '대가금'을 가능한 한 빨리 받고 싶었는데, 당시 현대의 자금사정이 어려웠기 때문에 정상회담과 '연계'해서 받아내려고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핵심 인사들의 이같은 진술을 종합하면, '7대 경협사업 대가금 5억달러 대북송금'은 당시 정상회담을 추진한 남북한 당국과 정상회담을 통해 사업을 보장받으려 한 현대라는 '3자의 이익'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이해관계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 대북송금 의혹사건과 관련해 19일 오전 소환통보를 받은 정몽헌 현대아산회장이 소환연기 신청을 한 것에 대해 김종훈 특검보가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2000년 5월말께 DJ에 보고

한편 '송금핵심' 4인 가운데 2인은 "2000년 5월에 현대의 대북송금을 '묵인'해 현대의 대북사업을 지원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박지원 임동원 이기호 3인은 그해 5월말쯤에 김대중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하고 김 대통령으로부터 '묵시적 동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김 대통령이 대북송금이 실정법 위반임을 알고서도 남북평화와 국가이익이라는 통치행위 차원에서 이를 '묵인'했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지난 2월 14일 대북송금 의혹 관련 대국민 성명에서 "실정법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했었다"면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의 추진과정에서 현대측의 협력을 받았습니다. 현대는 대북송금의 대가로 북측으로부터 철도, 전력, 통신, 관광, 개성공단 등 7대 사업권을 얻었습니다. 정부는 평화와 국가이익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실정법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했었습니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문제가 된 이상, 정부는 진상을 밝혀야 하고 모든 책임은 대통령인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현재 특검 수사에서 드러난 이 사건의 진상은 "현대가 정부(국정원)의 '묵인'과 '송금 편의' 제공하에 당시 동시에 추진된 남북 정상회담과 '연계'해서 '7대 경협사업 대가금조로 총액 5억 달러를 비밀송금했다"는 애초 <오마이뉴스> 기사의 핵심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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