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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문제 해결될까... 지난 9일 오후 2시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한국외대로 찾아온 한총련 정치수배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종기사:17일 오후 6시]

6년을 끌어온 한총련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17일 최근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 및 대학생 수배 문제에 대해 "언제까지 이적단체로 (해석해서) 수배할 것인지 참 답답하다"면서 "그렇다고 대학이 이적단체가 될 것인지 고민인데, 이 수준이라면 뭐가 달라졌다는 것인지, 검찰도 세상의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정상명 차관, 정홍원 법무연수원장, 김종빈 대검차장 등이 참석한 청와대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말하고 검찰의 진지한 검토를 당부했다고 이지현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논의는 대통령 취임 이후 한총련 문제에 대한 첫 공식 발언으로 새 정부가 매년 300여명의 수배자를 양산하는 이 문제에 대해 구조적인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출로 해석된다.

한총련에 따르면 이적단체 규정과 관련해 지난 국민의 정부에서 약 1천여명이 연행 또는 구속됐으며 현재 수배중인 학생은 검찰 발표로 146명(한총련 주장 179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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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정수석은 지난 14일(금)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신청사 1층 구내식당에서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 후원회장, 함세웅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 한총련 장기수배자 부모 4명을 면담한 자리에서 "단과대학 학생회장 이상이면 자동으로 한총련의 대의원이 되는데 그것만으로 수배 대상이 된다니 이는 국제적인 망신"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수석은 "석가탄신일(5월 8일) 전에 대통령 취임 기념 특별사면을 계획하고 있으니 그때 수배해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다만 사회적으로 용인될 만한 절차가 필요하니 같이 고민해보자"라고 말했다.

청와대 법무부 업무 보고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논의가 있을 조짐은 17일 오전 9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부터 감지됐다. 노 대통령은 자리에 앉자마자 회의 시작에 앞서 "일요일 잘 쉬셨습니까"라고 운을 뗀 뒤 "어제 TV에 한총련 학생들이 건강검진을 하는 장면이 보도됐더라. 아직도 계속 불법단체인가?"라고 물었다.

문재인 민정수석은 "아직까지 그런 상태"라며 "수년간 수배상태인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오늘 법무부 업무보고 받는 날이죠?"라며 비공개 회의에 들어갔다. 노 대통령은 10시로 예정되어 있는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한총련 문제가 논의될 것임을 기자들에게 공개되는 모두 발언에서 암시한 것이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한총련 수배자 단체 "매우 고무적…실제 조치 고대"

한총련 관련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유영업 한총련 관련 정치수배 해제를 위한 모임 대표(5기 한총련 의장 권한대행. 수배 7년)는 "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우리 수배자와 수배자 가족들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실제적인 조치가 이루어지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만약 이 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역대 어느 정권에서 볼 수 없었던 국민 대화합과 인권신장에 커다란 계기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사면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배자 가족 탄원, 사회 각계 원로 인사 탄원, 건강검진 결과 조기 발표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수배자 문제를 좀더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7년차 수배자의 어머니의 홍동자씨는 "아직 확실한 결정이 난 것은 아니지만 너무 기쁘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면서 "좋은 발표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 후원회 회장은 "이제 법무부와 공안검찰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다른 사회운동 단체보다 결코 유별나지 않은 한총련에 대해 유독 이적단체 해석을 하는 것은 불평등의 극치일 뿐 아니라 과거의 답습"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 "노동문제는 공안문제 아닌 경제문제"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편 노 대통령은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한총련 문제뿐 아니라 노동문제와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과 관련해 법 운영을 시대정신에 맞게 신축적으로 해줄 것을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노동문제는 공안문제가 아닌 경제문제"라며 "과거에는 국가기관들이 경제를 받들어주었으며 노동권은 제도의 운영에서 구박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노동자들은 열심히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식으로 노동·경제정책 전반에 불신이 깊다"며 "잘못된 것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하되 일반적으로는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노동자만 구박받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점점 사회문제화 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근로감독이 제대로 되었으면 어떻게 비정규직 비중이 56%까지 되었겠는가"라고 지적하고 "이것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며 지속발전을 위해서도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동북아중심국가라는 장기적 비전을 염두에 두고 민족간 동질성의 문제, 경제활력, 인권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대책을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서울에서 보직을 받아야만 출세한 검사로 인정받는 풍토, 그리고 복잡한 계급구조 속에서 경쟁을 벌이는 현 인사제도 하에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검찰조직과 인사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을 당부했다. 이와 관련 문희상 비서실장은 "검찰·법원 호봉제를 검토중"이라며 "평검사가 죽을 때까지 평검사로 하는게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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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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