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노동' 안 하는 여자를 찍는 여자

고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셨다면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가 유모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코르셋(corset·보정 속옷)을 착용하는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녀는 애슐리 윌키스(레슬리 하워드)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하릴없이 몸을 코르셋 안으로 욱여넣고선 이렇게 말합니다.

“코르셋이 너무 꽉 조여서 트림하지 않고는 하루를 간신히 못 보낼 거 같아.”

이처럼 오래 전부터 코르셋은 사회적으로 세뇌된 미적 기준에 여성을 맞추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고통을 감내하며 코르셋을 입다가 호흡곤란이 오거나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되레 여성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존재였습니다.

최근에는 메이크업·헤어스타일·몸매 관리·옷차림 등으로 이어진 ‘현대판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려는 움직임이 번지고 있습니다. ‘코르셋’을 '벗어난다(脫)’는 뜻의 ‘탈코르셋 운동(이하 탈코)’인데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꾸미지 않음으로써 사회적으로 만연한 여성 억압 문화로부터 탈피하겠다는 겁니다.

이들은 이제껏 사용해왔던 화장품을 부수고 깨트려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가 하면, 길러왔던 머리를 쇼트 커트 등으로 바꾸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메이크업을 알려주던 ‘뷰티 유튜버’들이 탈코를 선언하거나, 탈코를 실천한 여성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작가까지 등장했습니다.

“저는 사실 탈코가 여권(女權) 상승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잣대에서 벗어나고 시선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스스로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민낯의 여성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불편한 용기와 해방감을 담겠다는 사진작가 전보라씨를 오마이TV가 만나봤습니다.

(취재: 김혜주 조민웅 기자 / 영상편집: 조민웅 기자)

ⓒ조민웅 | 2018.06.1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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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실하려고 애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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