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기에 '분노 인다'면서 성조기는 왜 들었을까

무서운 현장이었다. 북한예술단이 15년 만에 우리 땅에서 공연을 하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현장을 기대했는데,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다.

8일 북한예술단 공연이 열리는 강릉아트센터 앞에는 공연 시작 4시간 전부터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중장년층 100여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한반도기를 든 청년들을 향해 ‘분노가 인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일부는 취재 중인 오마이TV를 향해서도 글로 전하기 힘든 욕설을 하며 기자들을 밀쳤다.

어렵게 ‘왜 이렇게 분노하는 것이냐’ 물었더니 “정체불명의 한반도기를 들고 애국가와 태극기도 없는 올림픽을 인정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 20년 공들인 평창올림픽이 평양으로 간다”고 울분을 토했다. 취재진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던 이 시민의 등엔 태극기가 망토처럼 둘러쳐져 있었고, 손에는 역시나 성조기가 쥐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들처럼 북한예술단의 공연에 분노를 쏟아낸 시민들은 일부에 불과했다. 강릉아트센터를 찾은 대부분의 시민들은 북한예술단 공연에 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입장권 당첨이 안돼 공연장에 입장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예술단을 환영하기 위해 강릉아트센터를 찾기도 했다.

부산에서 온 이십대 청년 황선영씨는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와 통일의 분위기인데 무사하고 안전하게 잘하고 갔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한반도기를 욕하는 분들이 성조기와 태극기를 같이 들고 있었는데 그 조합이 의문스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소 공포스런 현장이었지만 한편으론 뭉클한 연대에 뜨거웠던, 북한예술단 공연 전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영상을 통해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취재 : 김종훈 기자, 영상취재 및 편집 : 김혜주 기자)

| 2018.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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