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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삭힌 홍어는 암컷이다.  '홍어가 예쁘죠?'
 잘 삭힌 홍어는 암컷이다. '홍어가 예쁘죠?'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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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장(4, 9일)은 전남 장성읍에서 무척이나 가깝다. 엎어지면 코 닿을 데에 위치한 장터는 현대적인 장옥으로 잘 단장되어있으며 제법 규모도 크다. 전통 재래시장인 황룡장은 세월의 깊이만큼이나 남다른 사연도 많다.

옛 장터에서 1962년 현재 위치로 옮겨졌으며 황룡면 월평리 일대와 장성읍 영천리 삼월동 일부가 편입됐다. 시골장치고는 큰 장으로 구경거리도 많아 너끈하게 2시간 남짓은 돌아봐야 한다. 2평 남짓한 수많은 점포에는 상인들이 온갖 물건들을 다 팔고 있다.

계절마다 파는 물건이 달라지는 장터는 봄이 되면 봄나물을, 여름철과 가을철에는 야채와 과일을, 겨울철에는 해산물을 주로 판다. 현대화된 장옥 주변을 삥 둘러싸고 있는 좌판에는 정겨웠던 옛 시절 장터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장터에서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도란도란 정을 나누는 사람들의 변함없는 풍경도 그대로 남아 있다.

5일장 구경은 누가 뭐래도 역시 먹을거리다

 홍어할머니 가게에는 홍어가 줄에 매달린 채 햇볕에 꼬들꼬들 말라가고 있다.
 홍어할머니 가게에는 홍어가 줄에 매달린 채 햇볕에 꼬들꼬들 말라가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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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찬거리가 없어서 장보러 나왔다는 아주머니, 어쩌다 한두 명씩 오가는 사람들, 장터는 한산한 풍경이다.
 반찬거리가 없어서 장보러 나왔다는 아주머니, 어쩌다 한두 명씩 오가는 사람들, 장터는 한산한 풍경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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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정 속에 한줌의 덤과 함께 묻어나는 전라도의 구수한 사투리 또한 정겹다. 장구경의 멋은 누가 뭐래도 역시 먹을거리다. 팥죽집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창가에 하얗게 서린 김이 시장기를 돌게 한다. 시골장터의 국밥과 팥죽의 맛을 그 어느 것에 견줄까.

황룡장 입구에서 새를 파는 아저씨, 반찬거리가 없어서 장보러 나왔다는 아주머니, 어쩌다 한두 명씩 오가는 사람들, 장터는 한산한 풍경이다. 상인들은 파장 무렵이어서인지 주섬주섬 물건들을 챙기고 있다. 어물전을 돌아봤다. 홍어, 동태, 고등어, 해삼, 산낙지…. 장성지역은 뭍인데도 시장에는 다양한 생선들이 구색 맞춰 다 있다. 장사 잘 하셨느냐고 물어보자 어물전 아주머니는 그냥 빙그레 웃기만 한다.

굴비할머니는 장사가 안 된다며 안타까운 표정이다. 아침 일찍 나와 파장이 다 되가는데도 여태껏 마수걸이도 못했다며 굴비 두름을 챙기고 있다. 50년이 넘게 장터를 지키고 있다는 신 할머니(76·신수임)는 애가 타는지 연거푸 담배만 피워댄다. 할머니의 가게 앞에 대롱대롱 매달린 엮인 굴비가 애처롭기만 하다.

"요즘 경기가 어때요?"
"사람들이 살기가 힘든께… 무엇을 묵어야 팔리제, 안 팔려."
"마수걸이는 하셨어요?"
"하나도 못 팔았어. 행여나 하고 오랜만에 나왔는데…."

예쁜 홍어, 침샘 자극하는 알싸한 '홍어회무침'

 발그레하니 때깔고운 홍어회무침의 알싸한 향기가 침샘을 자극한다.
 발그레하니 때깔고운 홍어회무침의 알싸한 향기가 침샘을 자극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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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어회무침은 알싸하면서 새콤달콤한 맛이 너무 좋다. 맛보기 한입에 홍어의 참맛 속으로 끝없이 빠져든다.
 홍어회무침은 알싸하면서 새콤달콤한 맛이 너무 좋다. 맛보기 한입에 홍어의 참맛 속으로 끝없이 빠져든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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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할머니(67·고정임·서산수산) 가게에는 홍어가 줄에 매달린 채 햇볕에 꼬들꼬들 말라가고 있다. 잘 삭힌 홍어는 암컷이다. 홍어할머니는 "홍어가 예쁘죠?"라며 "요 잘생긴 홍어가 암치(암컷)"라고 일러준다. 꽤나 큰 홍어 한 마리에 4~5만 원이다. 찜, 탕, 회 등 다양한 요리를 해먹는 홍어는 회로 먹어야 제 맛이라고 할머니는 말한다.

어디선가 알싸한 홍어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한 아주머니(51·안정숙·황룡수산)가 시장골목 어귀에서 홍어회무침을 버무리고 있다. 발그레하니 때깔고운 홍어회무침의 알싸한 향기가 침샘을 자극한다.

"무시를 채 썰어 절여 가지고 꼬옥 짭니다. 미나리, 무, 홍어, 고추장.. 온갖 양념에 재래식고추장 넣고 숙성시킨 홍어와 버무립니다."

홍어회무침은 알싸하면서 새콤달콤한 맛이 너무 좋다. 맛보기 한입에 홍어의 참맛 속으로 끝없이 빠져든다. 일순간에 빠져든 유혹, 정신을 수습하고 다시 먹어봐도 역시 마찬가지다. 뜨끈한 밥 한술이 얼핏 떠오른다. 이렇게 맛있는 홍어회무침에 탁배기 한잔이면 세상사 부러울 게 없을 듯싶다.

아주머니는 홍어회무침의 비결이 고추장 맛이라고 했다. 옛날 방식으로 메주가루를 사용해 고추장을 손수 만들어 그 맛을 차별화했다. 고추장은 유별나게 차지고 깊은 맛이다. 맛의 여운이 오래도록 지속된다.

"좋은 홍어는 홍어 질이 좋아야 돼요, 발효기술이 최고여!"

우리들의 맘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담겨있는 그 시절의 장터

 한 아주머니가 시장골목 어귀에서 홍어회무침을 버무리고 있다.
 한 아주머니가 시장골목 어귀에서 홍어회무침을 버무리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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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회무침, 홍어회를 주문 판매하는 이집은 그 맛에 반한 소비자들의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홍어회무침 1kg에 1만원, 홍어회는 1kg에 2만원이다. 홍어회무침 5만원어치(5kg)면 20명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란다. 갓 버무린 홍어회무침 맛을 본 한 손님은 무지하게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홍어는 전라도 지방의 토속음식이다. 잘 삭힌 홍어회는 한 점만 먹어도 아주 그냥 코를 톡톡 쏘는가 싶다가 이내 뻥 뚫어준다. 취향에 따라 청양고추를 섞어서 눈물 콧물 흘리며 먹는 맛 또한 가히 환상이다. 정신이 번쩍 든다. 쫄깃한 부드러움에 오도독한 맛의 식감이 정말 일품이다.

장터 구경의 맛은 이런 게 아닌가 싶다. 만난 것도 맛보고, 장구경도 하고, 애달픈 삶이 있는 그들의 삶속에서 함께 공감하는 것이다. 시골장터 사람들의 치열한 삶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맛과 멋이 깃들어 있는 5일장의 풍경이 한편의 추억으로 아로새겨진다.

시장 상인들은 이제 황룡장이 옛날 같지가 않다고 한다. 소전이 옛 황룡강 다리 아래로 옮겨 간 후로부터. 물건 값 흥정하는 소리로 왁자지껄 북새통을 이루었던 그 옛날 장터의 활기찬 풍경이 그립다.

"옛날에는 어머니 손잡고 장에 갔었는데… 팥죽도 사먹고, 검정고무신도 사고, 예쁜 옷도 사 입고, 그랬었는데…." 

우리들의 맘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담겨있는 그 시절의 장터가 그립다.

 홍어는 전라도 지방의 토속음식이다. 황룡수산의 바깥주인은 홍어의 수컷은 그것이 두 개(맨 앞 사진)라고 한다.
 홍어는 전라도 지방의 토속음식이다. 황룡수산의 바깥주인은 홍어의 수컷은 그것이 두 개(맨 앞 사진)라고 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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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어의 맛과 옛 장터의 멋이 깃들어 있는 5일장의 풍경이 한편의 추억으로 아로새겨진다.
 홍어의 맛과 옛 장터의 멋이 깃들어 있는 5일장의 풍경이 한편의 추억으로 아로새겨진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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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이 넘게 장터를 지키고 있다는 신 할머니의 가게 앞에 대롱대롱 매달린 엮인 굴비가 애처롭기만 하다. "어머니 손 꼭 부여잡고 장터에 갔던 그 시절이 또다시 찾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50년이 넘게 장터를 지키고 있다는 신 할머니의 가게 앞에 대롱대롱 매달린 엮인 굴비가 애처롭기만 하다. "어머니 손 꼭 부여잡고 장터에 갔던 그 시절이 또다시 찾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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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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