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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오디세이>의 공저자이자 '조국사태 분석가'인 박지훈 데브퀘스트 대표.
 <조국 오디세이>의 공저자이자 '조국사태 분석가'인 박지훈 데브퀘스트 대표.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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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0일 치러진 제22대 총선의 최대 승자가 '조국혁신당'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이는 거의 없다. 전국에서 24.25%(687만4278명)를 득표해 비례대표 12석을 얻었고, 11%대에 그친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20% 이상의 고른 득표율을 기록했다. 창당 선언(2월 13일)에서 총선까지 57일 동안에 일궈낸 성과였다. 일부에서는 "'꼬리'(조국혁신당)이 '몸통'(더불어민주당)을 흔들 수 있다"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출간된 <조국 오디세이>(메디치)는 바로 그 창당 선언에서 총선 승리까지 57일 1368시간을 기록한 책이다. '1인 미디어의 시조새'로 불리우는 미디어몽구(김정환)와 '조국사태' 분석자이자 기록자로서 <조국백서> 집필에 참여한 박지훈 데브퀘스트 대표가 함께 썼다. 뛰어난 현장취재기자인 미디어몽구가 '조국혁신당 열풍'의 현장을 누볐다면, 30년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인 박지훈 대표는 뛰어난 분석가답게 조국혁신당의 등장과 4.10 총선 결과의 의미를 흥미롭게 짚어냈다.

특히 박지훈 대표는 아직도 사법절차가 진행중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정치 참여에 대해 "개인과 가족의 진실, 권리를 찾아가던 그가 어느날 우리 사회 전반의 검찰 통치를 종식시키고자 했을 때 개인의 수난 서사는 공적 영역으로 확장되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검찰과 전쟁을 치러온 지난 5년,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도륙'을 당하면서 그는 어느새 자타 공인의 '투사'가 되어버렸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종종 깨닫게 되는 사실 중 하나가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국은 바뀌었다. 그는 학자에서 투사로, 정치인으로 확실히 바뀌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변화다."(<조국 오디세이>,  337쪽)        

그런 점에서 4.10 총선은 '조국혁신당의 승리'라기보다는 '조국의 승리'일지도 모른다. 법대 교수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거쳐 국회의원으로 성공적 데뷔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총선 직후 언론들이 '이재명의 대항마'로 조국 대표를 비중있게 언급한 이유일 것이다. 

"정치 참여를 최종 확정한 것은 작년 가을"
 
미디어몽구(김정환)와 박지훈 데브퀘스트 대표가 함께 쓴 <조국 오디세이 : 창당 선언에서 승리까지 1368시간의 기록>.
 미디어몽구(김정환)와 박지훈 데브퀘스트 대표가 함께 쓴 <조국 오디세이 : 창당 선언에서 승리까지 1368시간의 기록>.
ⓒ 메디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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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홍대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지훈 대표는 "(조국사태 직후인) 2021년까지는 정치인이 될 생각이 확실히 없었다"라며 "교수들, 학자들, 청와대 민정수석실 멤버들, 정당에 있었던 분들이 수없이 정치 참여를 권했지만 조국 대표는 손사래를 쳤다"라고 전했다.

박 대표는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정치하는 것을 검토했고, 민주당 입당, 창당, 지역구 무소속 출마 등 방법은 정하지 못했지만 (정치 참여를) 최종 확정한 것은 작년(2023년) 가을로 알고 있다"라며 "창당 선언(2월 13일)이 왜 늦어졌냐 하면, 조 대표의 항소심 판결이 늦게 나왔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조국 대표는 지난 2023년 11월 6일 유튜브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총선 출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데 최대한 법률적으로 해명하고 소명할 것이다"라며 "이것이 안 받아들여진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저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답변했다. 그가 언급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비법률적 방식'은 총선 출마, 즉 정치 참여를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정책싱크탱크인 '리셋코리아행동' 출범을 주도했고, 2월 13일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4.10 총선 결과와 관련, 박 대표는 "최종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낮게 나와 많이 아쉽다"라며 "막판에 민주당 지지표가 민주당으로 회귀했다, 그렇게 민주당으로 간 표는 아깝지 않는데 중도보수층이 국민의힘으로 이탈한 것은 아깝다"라고 평했다. 총선 전까지 더불어민주연합보다 높게 나왔던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실제 투표에서 2.44%포인트 낮게 나왔다.   

"법의 적용을 복수로 볼 수 없다"
  
<조국 오디세이> 공저자인 박지훈(사진 왼쪽에서 다섯번째) 데브퀘스트 대표는 <조국백서> 출간 직전 모임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사진은 지난 1월 싱크탱크 '리셋코리아행동' 세미나 후 뒷풀이에서 찍은 사진이다.
 <조국 오디세이> 공저자인 박지훈(사진 왼쪽에서 다섯번째) 데브퀘스트 대표는 <조국백서> 출간 직전 모임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사진은 지난 1월 싱크탱크 '리셋코리아행동' 세미나 후 뒷풀이에서 찍은 사진이다.
ⓒ 박지훈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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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조국 대표의 정치 참여를 '복수'로 보는 시각이 있다. 지난 3월 27일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기자가 조 대표에게 "한국정치에서 일어나는 이런 심판, 복수의 과정을 건강한 정치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나?"라고 물었을 정도다. 당시 조 대표는 이렇게 답변한 바 있다. 

"나와 우리 당은 복수(revenge)라는 단어를 쓴 적이 한 번도 없다. 만일 내가 복수를 원한다면 칼을 들어야 할 것이다. 나는 법을 지키는 사람이고, 법을 지킬 것이고, 그 법은 윤석열 대통령과 그 가족,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도 적용된다. 법을 적용하는 것이 복수일 수는 없다. 법을 적용해서 특정한 불이익이 생기는 것은 정당하고 합법적인 응징(legitimate punishment)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조국 오디세이>, 205쪽)

박 대표는 "조국 대표는 자기가 재단당한 잣대가 옳다면 적어도 자신과 가족을 응징한 윤석열·한동훈도 똑같은 잣대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조국 대표는 그것을 '정당한 응징'이라고 애기했는데, 자기를 때린 사람에게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공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징은 정치 참여의 명분이라기보다는 거쳐가는 하나의 과정, 스텝(step. 단계)일 뿐이지 핵심적인 것은 아니다, 명분은 검찰개혁, 검찰독재정권 조기종식, 사회권선진국 만들기다"라고 강조했다. 

"커뮤니케이션 피드백이 상당히 좋은 편... 대법원 판결은 아주 비관적"  
 
3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수락연설 도중 연호하는 당원들과 함께 주먹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조국혁신당 창당 3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수락연설 도중 연호하는 당원들과 함께 주먹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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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민주당이 국민들이나 지지자들이 바라는 방향과 괴리가 있는 결정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것 같다"라며 "조 대표가 국민들과 지지자들이 바라는 염원을 당 정책으로 잘 정리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조국 대표의 '직접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 대표는 "조국 대표가 총선 때 유세하는 것을 보면 국민들이나 지지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더라"라며 "일반 국민들에게도 거침없이 다가가서 악수하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직접 커뮤니케이션에 아주 적극적인 자세를 기본으로 해서 국민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의견수렴을 많이 하는 등 듣는 것은 잘하지만 커뮤니케이션 피드백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라며 "반면 조국 대표는 커뮤니케이션 피드백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유세 과정에서 국민들과 나눈 내용을 정책에 녹여내고, 그렇게 들은 얘기를 오래 기억하고 곱씹으면서 자기의 다음 스텝(step)에 많이 참고하고, 다음 행보를 위한 정보로 소화하는 모습이다"라고 덧붙였다. 

조국 대표의 대법원 판결 전망과 관련해서는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재판에서 포렌식 증거를 무시하고, 판결문에서 최성해 동양대 총장 이름을 다 뺐던 분이 대법관이 됐고, 조국 대표 대법원 판결의 주심을 맡고 있다"라며 "법리적으로는 주요 혐의에 무죄를 내려야 하지만 아주 비관적이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조국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지난 2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상고심 주심을 맡은 엄상필 대법관은 정경심 전 교수의 항소심을 맡아 사건의 핵심 쟁점이던 동양대 PC의 증거증력을 인정하고, 입시비리 혐의도 모두 유죄로 판단하며 징역 4년을 선고한 바 있다.  

"조국사태에서 검찰보다 언론보도가 더 문제였다"
 
<조국 오디세이> 공저자인 박지훈 데브퀘스트 대표는 지난 2022년 11월부터 시민언론 <민들레>에 '조국사태의 재구성'을 연재해오고 있다.
 <조국 오디세이> 공저자인 박지훈 데브퀘스트 대표는 지난 2022년 11월부터 시민언론 <민들레>에 '조국사태의 재구성'을 연재해오고 있다.
ⓒ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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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 대표는 <조국백서>(2020년) 집필에 참여했고, <표창장 : 대한민국을 뒤흔든 정치검찰의 사기극>(2021년)을 고일석 <더브리핑> 대표와 함께 썼다. 2022년 11월부터는 시민언론 <민들레>에 '조국사태의 재구성'을 연재해오고 있다. <조국백서> 출간 직전 비공개모임에서 조국 대표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박 대표는 '조국사태의 재구성' 서두에 해당하는 글에서 "무죄추정의 법칙'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따라 형법에 피의사실공표죄를 규정해놓았는데도 검찰은 이런 명시적인 형법 조항도 일상적으로 무시하고 피의사실을 흘리고 있고,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피의사실을 받아쓴 언론 보도가 여론과 담당 재판부에 부당한 유죄심증을 주입한다"라며 특별히 '언론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박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조국사태는 기본적으로 검찰개혁을 하려는 조국 장관을 몰아내고 역공하기 위해 검찰이 만들어낸 것이다"라며 "언론이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검찰말만 받아쓰면서 '파렴치한 조국'이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검찰보다 언론보도가 더 문제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국 사태에서 가장 큰 힘(영향력)을 발휘한 곳은 언론이다"라며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전달하는 '확성기질'을 했고, 검찰에 불리한 재판부를 교체하기 위해 판사들을 공격했다"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정경심 재판부 송인권 판사와 조국 재판부 김미리 판사를 각각 '검사와 싸우는 판사'와 '우리법연구회 출신 좌파 판사'의 프레임을 씌워 집중적으로 공격했고 결국 교체됐다"라며 "보수언론은 정경심 전 교수와 조국 전 장관에게 유죄를 줄 만한 재판부가 나올 때까지 계속 공격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과 언론이 한편이 되어 원하는 판사가 나올 때까지 공격하면 원하는 판결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라며 "공교롭게도 정경심 교수 항소심에서 유죄를 내린 엄상필 판사가 조국 대표의 대법원 주심이 됐다"라고 꼬집었다. 

태그:#박지훈, #조국오디세이, #조국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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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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