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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 (주)에스엘 가족들이 금호강 안심습지 탐방에 나섰다.
 경북 경산 (주)에스엘 가족들이 금호강 안심습지 탐방에 나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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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강 물길을 걷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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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9시 반 11명의 아이들을 동반한 경북 경산의 중견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인 에스엘(주) 직원 가족들이 금호강 안심습지 탐방에 나섰다. 안심습지는 대구를 대표하는, 대구 3대 습지 중 하나이고, 금호강 대구 구간 42km의 시작점에 해당하는 장소다.

안심습지는 주변이 농경지로 둘러싸여 개발압력이 크지 않은 곳이다. 예전 금호강의 모습을 거의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곳으로 예전부터 가치가 널리 알려져 있는 대구의 대표 습지로 꼽힌다. 특히 겨울 철새인 고니들의 월동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산업화의 아픔을 겪은 금호강의 부활... 안심습지의 경우

그러나 이런 안심습지도 산업화의 아픔을 겪었다. 이 일대 주변도 과거 섬유공장들이 난립했었고 1980년대 포항제철로 공업용수를 댄다는 명분으로 금호강 최상류에 영천댐이 들어서면서 하천유지용수가 줄어들어 금호강은 서서히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 안심습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산업화 당시에는 썩은 강물이 이곳을 흘렀고 그동안 금호강에 서식했던 수많은 생물종이 사라져갔다. 사라져간 대표적 생물종은 물고기였는데, 그중 '얼룩새코미꾸리'라는 물고기는 거의 전멸했다. 
 
5월 3일 밤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이 강물 속 얼룩새코미꾸리의 수중 촬영한 모습.
 5월 3일 밤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이 강물 속 얼룩새코미꾸리의 수중 촬영한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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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뿐 아니라 낙동강에서도 사라져 아직까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분류되는 '귀한(?)' 신세가 됐다. 그런데 이 귀한 물고기가 최근 금호강 곳곳에서 목격되고 이다. 그만큼 금호강 수생태 환경이 획기적으로 회복된 것.

이는 1991년 터진 페놀사태 이후 식수원이기도 한 강을 대하는 사회적 태도가 달라진 영향이 크다. 그때부터 하수종말처리장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고, 때마침 섬유산업도 쇠퇴했다. 2001년 영천댐이 안동의 임하댐과 도수로로 연결되면서 여유 수량이 생긴 영천댐에서 하천유지용수를 하루 25만9000톤씩 방류하면서 금호강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현재 금호강 수생태 환경은 산업화 이전으로 거의 되돌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개선됐다. 얼룩새코미꾸리와 같은 다양한 생물이 목격되기 시작하는 게 결정적 증거다. 이런 환경을 보러 4일 에스엘(주) 직원 가족들이 발걸음을 했다.

이렇게 큰 조개가 강에 산다고요?

이들이 안심습지 금호강에 들어서 처음 마주한 생물은 조개였다. 강에도 이렇게 큰 민물조개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접하는 가족이 대부분이었다. 조개 하면 으레 바다에만 사는 것으로 알고 있던 아이들에게는 놀라운 발견이었다.
  
저마다 하나씩 조개를 채집해 보여주고 있는 아이들.
 저마다 하나씩 조개를 채집해 보여주고 있는 아이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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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린이가 자기 얼굴 만한 민물조개를 잡아 들었다.
 한 어린이가 자기 얼굴 만한 민물조개를 잡아 들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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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저마다 조개 한두 개체를 채집해올 정도로 민물조개는 지천에 널려 있다. 조개와 재첩 그리고 다슬기 같은 저서생물의 존재는 수생태 회복의 증거다. 이들은 강바닥의 유기물을 먹기 떄문에 수질을 정화하는 능력까지 지녔다. 고마운 존재들이다.

또한 이곳에서 대형 어종인 잉어와 누치가 유영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초대형 잉어 한 마리는 수달에 의해서 뼈만 남은 채 자갈섬에 놓여 있는 게 목격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수달의 존재도 확인 가능했다.
  
수달이 뜯어먹고 뼈만 남긴 초대형 잉어를 아이들이 바라보고 있다.
 수달이 뜯어먹고 뼈만 남긴 초대형 잉어를 아이들이 바라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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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안전하게 강을 건널 정도로 금호강은 깊지 않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강을 건널 정도로 금호강은 깊지 않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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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은 아이들이 건너갈 수 있을 정도로 깊지 않은 강이다. 더군나 강가운데는 청석(바윗돌)으로 돼 있어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때문에 백로나 왜가리 같은 다양한 텃새가 자유롭게 사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일부 구간은 강물이 세차게 흐르는 여울이 있고 수심이 어른 허리 정도까지 되는 '소'도 있다.

또한 곳곳에 자라난 버드나무 종류인 왕버들은 하천숲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준다. 여울과 소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형태의 하천인 데다가 시원한 그늘까지 있어 다양한 서식 환경을 갖춘 곳이 바로 금호강이다. 이날 에스엘(주) 직원 가족들은 금호강 안심습지의 속살을 온몸으로 느꼈다.
 
다양한 형테의 하천을 체험하는 이아들.
 다양한 형테의 하천을 체험하는 이아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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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게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오르는 아이들.
 세차게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오르는 아이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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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게 흘러가는 보을 가로질러 가기도 했다.
 세차게 흘러가는 보을 가로질러 가기도 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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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중 과거 태풍에 쓰러진 나무가 가로막은 물길을 찾아 하천숲을 뒤돌아오기도 했고, 강가운데 느닷없이 나타난 보 때문에 길이 막혀서 풀숲을 헤치고 길을 개척해 나아가기도 했다.

21종이나 되는 물고기 채집된 안심습지

이날의 백미는 안심습지에서 채집한 물고기를 만나는 시간.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과 팔거천지킴이 오연주씨가 함께 1시간여 채집한 이곳의 민물고기는 총 21종에 이르렀다.

특히 맑은 물에 살기로 유명한 고유종 물고기 참쉬리가 10여 개체나 한꺼번에 목격되는 놀라운 일도 벌어졌다. 또한 지난밤 미리 조사에 나선 성무성 소장은 산란철을 맞은 얼룩새코미꾸리를 보 아래서 여러 개체나 육안으로 확인했다.

이밖에도 고유종 물고기 기름종개와 수수미꾸리까지 채집됐다. 꺽지와 얼룩동사리, 동자개 같은 물고기들도 이곳에서 함께 목격됐다.

이날 채집하고 육안으로 확인한 물고기는 이렇다. 잉어, 붕어, 참쉬리, 참중고기, 누치, 모래무지, 기름종개, 얼룩새코미꾸리, 수수미꾸리, 동자개, 대동갱이, 자가사리. 꺽지, 동사리, 얼룩동사리, 밀어, 가물치, 배스, 불루길, 피라미.
 
1시간여 동안 10개체의 참쉬리가 채집됐다.
 1시간여 동안 10개체의 참쉬리가 채집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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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채집한 물고기에 대해 설명하는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
 이날 채집한 물고기에 대해 설명하는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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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다양한 물고기가 채집된 것에 대해 한국민물고기보전협회 채병수 박사는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안심습지 금호강은 비록 보가 들어서 있지만 보가 만들어진 지 오래됐고, 그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정말 다양한 형태의 서식처가 복원됐다. 여울과 소가 번갈아가면서 나타나고, 소도 깊은 소와 얕은 소 그리고 여울도 세찬 여울과 비교적 잔잔한 여울 등 정말 다양한 하천 형태가 나타나 있다. 각각의 형태를 좋아하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천공사나 준설공사를 통해서 직강화와 같이 하천을 획일화해놓는 것은 물고기를 비롯한 물살이들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테러 행위가 일어난 것과 다름없다. 그러니 굳이 돈을 들여 하천을 건드릴 일이 아닌 거다. 국민 혈세를 낭비해 물고기들을 내쫓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기 때문에 하천공사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만약 꼭 해야 한다면 부분적으로만 행해져야 한다."


채병수 박사의 당부가 받아들여져 무분별한 하천공사가 더이상 진행되지 않길 바라면서 이날 탐방 일정이 끝났다. 앞으로 이들의 금호강 체험은 한동안 계속된다고 한다. 이들은 다음달엔 대구를 대표하는 또다른 습지인 팔현습지 탐사에 나선다 한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모두 함께 기념 촬영. 오는 6월 이들은 대구 팔현습지를 탐방한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모두 함께 기념 촬영. 오는 6월 이들은 대구 팔현습지를 탐방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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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금호강, #안심습지, #참쉬리, #여울, #얼룩새코미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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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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