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로부터 2주가 지났음에도 변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에 보수언론의 칼날 또한 무뎌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며 자기를 바꿔야 한다(<조선>)"는 절절한 호소부터 "김건희 여사 문제만 봐도 공정과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동아>)"는 힐난은 물론, "다음 대통령으로는 갑자기 튀어나온 인물, 검찰 출신 인물을 거르고 배우자 관리를 잘한 인물을 뽑자(<중앙>)"며 대놓고 윤 대통령을 저격까지 하는 모양새다.
[조선일보] "윤석열이 명품백 논란에 '아쉽다'고 한 순간, 총선은 날아갔다"
27일 강천석 <조선일보> 고문은 "'용산 대통령' 傲慢(오만) 심판 다음 과녁은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4·10 총선은 사실 예고된 벼락이었다"며 국민의힘은 완전한 '윤석열당', 더불어민주당은 완전한 '이재명당'이라고 규정한 뒤 "'윤석열당'이 '이재명당'에 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강 고문은 "이대로 가면 내후년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2027년 대통령선거도 물 건너 가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며 "'윤석열당'이 바뀌려면 '대통령 윤석열'이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고문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뽑은 유권자 중 10% 가까이가 민주당에 투표한 점을 언급하면서 "이재명의 사람 됨됨이가 갑자기 미덥게 보였을 리 없다. '윤석열이 미워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라는 그들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분노를 이번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 강 고문은 국민의힘을 '윤석열당'으로 규정한 데 이어 "70대 80대가 지지하는 정당", "한강 북쪽에서 출마하려면 낙선을 각오해야 하는 부자 정당", "20대와 여성 유권자 관심 밖에 있는 투명 정당"이라고 비판하고는 "낙타도 짐을 무리하게 실으면 '마지막 지푸라기 하나'에 허리가 동강 난다고 한다. 총선 전후 어느 시점에서 국민의힘 허리가 부러졌을까"라며 자문했다.
강 고문은 ▲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 해병대 병사 사망 사건 수사 ▲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주호주 대사 부임 등을 언급하며 "'마지막 지푸라기 하나'는 디올백이었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명품백 수수 논란을 직격했다. 강 고문은 "대통령이 KBS 대담에서 그걸 '아쉽다'고 표현한 순간 총선은 날아갔다. '상식'과 '공정'이란 정권이 딛고 선 명분이 정권을 겨누는 칼로 바뀌고 말았다"며 김씨의 명품백 수수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강 고문은 "4·10 총선은 대통령의 오만에 대한 심판"이라면서 "갖가지 특검도 국민 눈으로 판단해야 한다. 받아들이면 망할 수가 있지만 거부하면 당장 망한다"고 윤 대통령의 특검 수용을 촉구한 뒤 "대통령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며 자기를 바꿔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변화를 호소했다.
[동아일보] "'인권·공정·연대의 가치가 기반인 나라'? 조롱거리로 전락"
26일 김순덕 <동아일보> 고문의 "대체 윤 대통령의 국정 비전은 뭔가"라는 제목의 칼럼은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로 하마평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 "아직 혼이 덜 난 모양"이라고 비판하며 글을 시작한다.
김 고문은 "윤 대통령은 임기를 마칠 때 어떤 대한민국일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공정과 상식의 나라? 이미 깨졌다"며 "김건희 여사 문제만 봐도 공정과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어 김 고문은 정부의 연금·노동·교육 개혁에 대해서도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며 각각 "차질 없이 진행된대도 임기 중엔 개시도 못한다", "이런 식이면 3년 후 우리는 3류, 4류로 전락한 나라에서 살 판", 수능과 대입제도가 그대로면, 사교육에 목매는 현실도 그대로일 게 뻔하다"며 혹평을 가했다.
김 고문은 "윤 대통령이 무슨 일을 도모해 어떤 나라로 이끌어갈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며 자유와 연대를 강조한 윤 대통령의 취임사를 언급하며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는 나라에서 대통령이 자유를 외치는 건 코미디", "윤 대통령-검찰 연대가 확고한 것은 알겠는데, 총선에서 야당 찍은 이들은 "대통령 주변은 당당하냐" 코웃음 친다"고 비판한 뒤 "'인권과 공정과 연대의 가치가 기반인 나라'는 조롱거리가 된 거다"라고 평했다.
[중앙일보] "이번 총선, '다음에는 이런 대통령 안 뽑아야 한다' 하나는 건졌다"
이처럼 <조선>과 <동아>의 비판도 날이 세워져 있었지만 김현기 <중앙일보> 도쿄 총국장에 비하면 '순한 맛'이다.
김 국장은 25일 "차기 대통령의 조건"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23%라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이 '믿었던' 기시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22%니 거의 붙은 셈. 이대로라면 곧 역전"이라며 ""다른 나라 정상은 더 낮다"고 눙칠 날도 얼마 안 남았다"고 힐난했다.
이어 김 국장은 "요즘 어느 모임에 가도 윤 대통령에 불만·분노가 넘친다. 보수 인사들이 더 그렇다"며 국민의힘을 노인과 부자 동네, 영남에서만 표를 얻는 '노부영' 정당으로 규정한 뒤 "보수 결집론은 그저 TK·PK 이야기다. 의미도 실체도 없다. 이 정도면 집권당이라 불릴 자격도 없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을 향한 김 국장의 비판은 거센 정도를 넘어섰다. 김 국장은 이번 선거에서 "그나마 하나 건진 건 있다"며 ""아, 다음에는 이런 대통령을 뽑아선 안 되겠구나"란 각성을 유권자들이 진지하게 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대놓고 지적한 셈이다.
이어 김 국장은 차기 대통령의 조건으로 "갑자기 튀어나온, 이른바 '갑튀 후보'는 뽑지 말자", "적어도 다음번은 검찰 출신은 안 나서면 좋겠다", "유튜브가 아니라 뉴욕타임스·파이낸셜타임스를 보는 지도자를 뽑자", "기왕이면 배우자 관리도 잘한 지도자면 좋겠다"며 사실상 윤 대통령을 저격했다.
이러한 보수언론의 윤 대통령 비판은 보수세력의 궤멸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오만과 불통의 국정을 하기까지 보수언론의 책임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자아비판의 일환인지, 김 국장은 칼럼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썼다. 보수언론의 책임에 대해 더 덧붙일 말이 없는 문장이다.
"취임 후 2년 가까이 거의 '땡전 뉴스'에 가까울 정도로 현 정부를 낯뜨겁게 편들던 보수 신문도 이제 와 대통령 공격에 열을 낸다. 어이없다. 대통령을 "난 잘하고 있어"란 착각, 오만에 빠지게 만든 책임 따윈 안중에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