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1일(노동절)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항의해 분신한 고 양회동의 유족이 국가와 <조선일보> 등 언론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김예지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22일 오전 11시께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본청 앞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은 이번 주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가배상 소송을 청구하고, <조선일보> 등에 대해서는 명예 및 인격권 침해 등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년 다 돼가는데 "누구 수사했는지 알려줄 수 없다"는 경찰
작년 5월 16일 <조선일보>는 고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본부 3지대장의 분신 사망에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상급자인 노조 간부 A씨가 "분신 준비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고, 어떠한 제지의 몸짓도 보이지 않았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화면도 게재했는데 해당 영상은 춘천지검 강릉지청 민원실 CCTV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건설노조가 <조선일보> 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CCTV 영상을 제공한 성명불상자를 공무상기밀누설 등 혐의로 고발했지만 경찰 수사는 답보 상태다.
유족 측은 검찰 내부 관계자가 <조선일보>에 CCTV 영상을 제공해 허위 기사작성을 도왔기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은 검경 내부의 누군가가 고인의 참혹한 모습을 담은 검찰청 CCTV 영상을 <조선일보> 측에 전달해 허위기사가 작성되도록 한 것"이라며 "당시 (상급자인) A씨는 고인을 자극하지 않고 말리기 위해 정상적으로 행동했으나 <조선일보>는 A씨가 동료의 자살을 방조했고, 심지어 분신을 투쟁에 이용하려고 했다는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강제수사 등 경찰청이 증거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 공정히 수사해 주리라 믿었으나 '누구를 수사했는지 알려줄 수 없다'며 피해자들과 소통을 피하고 있다"며 "<조선일보>에는 작년 8월 정정보도를 청구했으나 지금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고인을 능욕하는 기사와 사진이 여전히 인터넷에 공개돼있다"고 했다.
"잘못했습니다"... 사과한 전직 언론인들, 눈물 삼킨 유족들
"얼마나 부당하고 억울한 사건입니까? 분신을 방조했다는 기사가 1년 가까이 버젓이 게재돼 있습니다. 이건 모든 언론의 책임 아닙니까? 이 기사 하나 끌어내리지 못하는 언론이 무슨 사회의 공기로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한다는 것입니까?" - 노종면 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 변호사와 양 전 3지대장의 유족,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 언론을 대표해 노종면 22대 국회의원 당선인(더불어민주당·전 YTN 기자) 등 약 3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경찰은 CCTV 유출 사건 책임자를 처벌하고 허위보도 <조선일보>를 즉각 수사하라'라고 외쳤다.
노종면 당선인은 "현장 목격자가 만류하는 것을 들었다는데도 (분신방조라는) 극악한 보도가 쏟아졌다"며 "이 사건에서 언론이 보여준 태도는 비겁했다. <조선일보>와 같은 보도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면책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건설 노동자는 80년대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이제는 죽지 않고 일하고, 힘든 일 하면서 천대받지 않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현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제발, 노조 탄압 중단시켜 주세요." - 고 양회동 열사가 YTN 기자에게 남긴 유서
유서를 일부 낭독한 강성남 전 언론노조 위원장은 "그런데도 언론은, <조선일보>는 열사의 뜻을 왜곡하고 건설 노동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간으로서 차마 해선 안 되는 일을 역사 앞에 죄를 지었다"며 "경찰은 허위보도와 관련된 자들에 대해 엄정 수사하고, 언론은 사회적 흉기 역할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 눈물 참으며 기자회견 나선 고 양회동 부인 "국가 상대 소송낼 것" 지난해 5월 1일(노동절)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항의해 분신한 고 양회동의 유족이 국가와 <조선일보> 등 언론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고 양 전 3지대장의 부인 김선희씨는 "지난해 원 전 장관과 <조선일보>를 고소했지만 경찰은 언론에 수사 중이라고만 한다"며 "제 남편은 억울함을 온몸으로 표현했고, 그 고통과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상상조차 힘든데도 (경찰은)?1년 가까이 수사만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영상 김화빈 기자)
|
ⓒ 김화빈 |
관련영상보기
|
유족과 건설노조는 조속한 경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눈물을 참느라 얼굴이 붉어진 양 전 3지대장의 부인 김선희씨는 "지난해 <조선일보> 등을 고소했지만 경찰은 언론에 수사 중이라고만 한다"며 "제 남편은 억울함을 온몸으로 표현했고, 그 고통과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상상조차 힘든데도 (경찰은) 1년 가까이 수사만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 기자가) 검경의 도움이 아니라면 어떻게 (검찰) 민원실 CCTV를 입수할 수 있었겠나"라며 "그래서 수사를 미루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마저 든다. 대체 어떤 이익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윤희근 경찰청장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른바 200일 작전을 벌여 건설노조 조합원들을 탄압했다"며 "윤 청장도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건설노조는 '양회동 열사 정신계승 사업회'를 구성해 열사의 1주기 추모 및 백서 발간으로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