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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길음역 부근에서 성북갑 이종철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길음역 부근에서 성북갑 이종철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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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난 대통령 때문에 못 찍어!"
"아니야, 유승민이 봐서 찍어줘!"


유승민 전 국회의원이 이종철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 지원 유세를 위해 찾은 길음역 7번 출구 앞에서 지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끼리 약간의 말다툼을 벌였다. 퇴근 시간이 되자, 길음역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무심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많았지만, 유승민 전 의원을 보고 "오, 유승민이다"하고 알아보는 사람들도 여럿이었다.

유 전 의원은 연신 허리를 숙였다. 이 후보는 "유승민 대표께서 함께하고 계신다"라며 유 전 대표를 소개했고, 그는 "이종철 후보 좀 잘 봐주시라", "우리 이 후보 꼭 좀 기억해 주시라"라며 후보를 인사시켰다. 유 전 대표는 자신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시민이 있으면 다가가 악수를 하며 한 표를 당부했다. 먼저 다가오는 지지자에게는 환하게 웃으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서울특별시 성북구갑,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마지막으로 보수정당이 깃발을 꽂지 못한 '험지'의 29일 오후 6시부터의 풍경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3분 간 허리를 숙였던 지난 월요일 출근길 여의도역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길음역 부근에서 성북갑 이종철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한 지지자가 유승민 전 의원에게 사인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길음역 부근에서 성북갑 이종철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한 지지자가 유승민 전 의원에게 사인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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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국민의힘에 남아주셔서 감사하다... 꼭 당을 바꿔주시라"

당초 6시로 예정된 유세 일정이었으나, 유 전 의원은 약속된 시각보다 10여 분 일찍 도착했다. 그 사이 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3학년이라는 남학생이 다가와 유 전 의원에게 사인을 받았다. 이종철 후보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몇 명의 사람들이 유 전 의원에게 가까이 와서 인사를 건넸다.

유세 시간을 10분 정도 남기고 이종철 후보가 등장했다. 이 후보는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는 유 전 의원을 발견하자마자 뛰기 시작했다. 유 전 의원은 웃으며 "천천히 오소"라고 인사했고, 두 사람은 그대로 포옹했다. 유 전 의원은 이 후보의 등을 토닥이며 "괜찮지? 할만하지?"라고 인사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인 이종철 후보는 바른정당 대변인과 바른미래당 부대변인 등을 지내며 유 전 의원과 연을 맺었다. 전날(28일) 유경준 의원에 이어, 국민의힘에 몇 남지 않은 친유승민계인 셈이다.

30분 정도 거리 인사가 시작됐다. '셀카'와 사인 요청이 틈틈이 이어졌다. 한 젊은 남학생은 "유승민이야말로 진짜 보수라고 생각한다. 존경한다"라며 "국민의힘에 남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꼭 당을 바꿔주시라"라고 당부했다. 주머니에 손을 꽂고 지나가던 중년 남성은 유 전 의원을 발견하자 손을 꺼내 먼저 악수를 청했다. 엄지 손가락을 척 내밀며 지나가는 노년의 신사도 있었다.

한 장년 여성은 친구에게 전화해서 "여기 유승민이 왔어, 유승민! 빨리 와!"라고 큰소리로 통화하기도 했다. 손자와 함께 가던 할머니도, 딸과 함께 지나가던 어머니도 유 전 의원과 밝게 인사했다. 유 전 의원은 학원에 가는 길이라는 손자에게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말을 건넸다. 같이 사진 찍자는 엄마 옆에서 딸이 잠시 망설이자, 유 전 의원은 "공주님, 우리 그러면 악수나 하자"라며 손을 잡는 것으로 대신했다.

물론, 긍정적인 반응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근처 식당이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입구가 가려지자 항의했고, 이 때문에 길거리 인사 장소를 옆으로 조금 옮겨야 했다.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는 다른 중년 여성은 "유승민이 오면 오히려 점수를 깎아 먹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기도 했다. "좌파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한다고 하는데, 유승민 사람이 국회로 가면 또 그러지 않겠느냐"라는 것. 본래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다른 여성은 "뻔뻔한 것 같다. 유승민 얼굴로 가린다고, 지금 국민의힘의 실정이 가려지느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꾸 부는 바람 탓에 유 전 의원은 틈틈이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면서도 꿋꿋하게 인사를 이어갔다. 유세 차량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꽃집과 이불 가게 상인과 인사하며 "우리 이종철 후보 꼭 찍어주시라"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길음역 부근에서 성북갑 이종철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길음역 부근에서 성북갑 이종철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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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30분] "매 드시면 제가 다 맞겠다... 대신 후보 봐주시라"

유세 차량 위에 오른 유 전 의원은 이종철 후보에게 가까이 오라면서 그의 손을 꼭 쥐고 들어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이날 유세차 연설 중 '이(재명)·조(국) 심판'이라든가 상대 후보에 대한 '네가티브'는 하지 않았다.

대신 유 전 의원은 "우리 성북구에서 또 이쪽 길음 뉴타운에서 우리 이종철 후보 꼭 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살펴주시고, 이 사람 마음에 들면 여러분들을 대표하는 여러분의 대리인으로서, 심부름꾼으로서 국회에 꼭 좀 보내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다"라고 인사했다.

이어 "여러분 지금 이번 선거 너무나 어렵다. 서울, 경기도, 인천, 수도권이 전부 다 어렵고 특히 이곳 성북갑도 너무나 어렵다"라며 "여러분, 지금 보시는 이종철 후보는 지금 민주당의 국회의원보다 몇 배나 더 일을 잘할 분"이라며 '인물론'을 내세웠다. "이런 개혁적이고, 깨끗하고, 능력 있는 후보를 국회로 보내서 우리 성북구가 정말 서울에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 꼭 좀 응원해 주시라. 간곡히 호소드린다"라는 것.

그는 "제가 아는 이종철 후보는 이곳 고려대 출신이고 이곳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라며 "그리고 그동안 이종철 후보 진짜 고생 많이 했다. 왜 고생을 했느냐? 옳은 길을 가려고, 권력에 줄을 서지 않고, 아부하지 않고, 자기 소신과 양심을 지켜왔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여러분 우리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 잘못한 거 있고 여러분께서 매를 드시면 제가 다 맞겠다"라며 "그런데 제발 이곳 길음에서 당만 보지 마시고,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저 사람이 국회에 가면 여러분을 기만하지 않고, 속이지 않고, 정말 양심껏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꼭 봐주시기 바란다"라고 부탁했다.

유 전 의원은 "우리 이종철 후보, 정말 개혁적인 사람이고 국회 가면 절대 부정부패와 타협하지 않고 오로지 여러분을 위해서 열심히 일만 할 사람"이라며 "제가 100% 보장한다. 지금 이곳 굉장히 어렵지만, 남은 12일의 기간 동안 열심히 하면 저는 성북구 주민들께서 반드시 우리 이종철 후보 다시 보고 꼭 표를 주실 걸 확신한다"라고 외쳤다.

지지 연설이 끝나자, 나이 든 남성이 두 손으로 유 전 의원의 손을 꼭 맞잡으며 "저, 대구 사람입니다"라고 인사했다. 이 후보와 유 전 의원은 유세 차량을 타고 길음 뉴타운을 둘러 보기 위해 이동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길음역 부근에서 성북갑 이종철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길음역 부근에서 성북갑 이종철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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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윤석열 대통령, 반성을 진짜 하셔야 한다"
 

길음역 근처로 돌아온 유 전 의원은 기자들과 잠시 만나 "최근에 일어난 몇 가지 일이 아니라 계속 누적이 되어왔기 때문에 지금 우리 정부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너무나 차갑다는 걸 느낀다"라며 "국민들께서 야단치고, 저희들 나무라시는 것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정말 진심을 가지고 잘못했다고 말씀을 드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하고 우리 당이 진짜 국민들이 보시기에 '아 저 사람들 진짜 반성하는구나' 그런 믿음을 갖게끔 행동한다면 정말 국민들께서 마음을 바꿀 수 있다"라는 것.

그런 기준에서 보았을 때, 최근 여권의 언행에 대해서 비판적인 견해를 유지했다. 예컨대 정부에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규모를 여전히 2000명으로 못 박고 있는 데 대해 "정원 확대는 좋은 것이다. 국민들도 찬성한다. 하지만 2000명이라고 못 박아 놓고 그게 만고불변의 진리 같이 고집을 부리는 것은 국민들한테 오기로밖에 안 비친다"라고 날을 세웠다. 또한 "이종섭 주호주대사 건도 그 임명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뒤늦게 이제 인정하고 사퇴했잖느냐? 결국 사실은 경질한 것이다"라고도 지적했다.

또한 "여러 가지 막말이나 또 잘못된 발언 이런 게 저는 굉장히 좀 걱정이 된다"라며 "오늘도 우리 비례정당의 선대위원장이 무슨 마피아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식의 이야기는 제발 좀 하시면 안 된다"라며 "얼마나 그런 이야기가 지금 중도층한테 통하겠느냐? 당장 조국씨가 반박을 하는데 할 말이 없잖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이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마피아 조직도 아이하고 집안 부인하고는 안 건든다"라고 답한 게 논란이 되자 문제를 제기한 것.

유 전 의원은 "야당이 형편없는데도 지금 윤석열 정부가 더 미워가지고 우리를 심판하겠다는 게 지금 국민들 정서 아닌가?"라며 "회초리를 드시는 그 이유를 우리가 직시해야 한다. 수도권에 있는 후보들은 지금 이대로 가면 전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가 진짜 잘못했다, 그동안. 그러니까 앞으로는 당정 관계든, 정책이든, 대통령의 국민을 대하는 자세든, 모든 것을 다 바꿔 가자"라며 "국민을 위해서 진짜 좋은 일을 하려고 대통령이 된 거 아닌가? 그런 점에서 좀 진짜 반성을 하셨으면 좋겠다"라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당이 선거 전략으로 '색깔론'이나 이념 문제를 들고 나오는 데 대해서도 "운동장을 넓게 써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개혁신당과의 단일화 이야기가 나오는 데 관해서는 "개혁신당은 자기들 나름의 정치를 하겠다고 만든 당이기 때문에, 며칠 안 남았는데 후보 단일화라는 일종의 정치공학적인 일을 하는 거는 제가 하는 정치의 원칙하고는 맞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개혁신당은 자기들이 추구하는 정치가 있는 거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 후보들을 냈는데, 지금 선거판 불리하다고 해서 막판에 와가지고 몇 개 지역구에서 단일화를 한들 그게 전체 지역의 국민들의 눈에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길음역 부근에서 성북갑 이종철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길음역 부근에서 성북갑 이종철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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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위원장,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 되는 한 다 돕겠다"

유 전 의원은 여전히 당으로부터 공식적인 제안이나 요청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도, 현재처럼 요청이 오는 후보들을 적극 도와주러 가겠다고도 밝혔다. '친유승민계' 후보들만 찾아가는 게 아니라, 요청이 오면 잘 아는 후보든, 알지 못하는 후보든 발 벗고 돕겠다는 것. "무슨 선거대책위원장이나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느냐?"라며 "대전, 인천, 서울, 경기 여러 곳에서 계속 요청이 있어서, 제 몸이 되고 시간이 되는 한은 다 도우려고 한다"라는 이야기였다.

이종철 후보는 "유승민 대표를 제가 존경하기 때문에, 존경하는 분을 제 선거에서 꼭 모셔서 우리 유권자 분들과 나누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지원 유세 요청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성북구 갑 지역은 대학교가 5개 있다. 길음 뉴타운은 특히 3040이 가장 집중적으로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라며 "대학생들과 3040세대 이런 분들이 정의와 공정에 가장 민감하지 않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제가 유승민 대표와 그동안 함께해 왔고, 개혁보수의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갈 것이라는 걸 유 대표께서 함께 해주시면서 우리 유권자분들한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큰 호소력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태그:#유승민, #이종철, #국민의힘, #서울성북갑, #410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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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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