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있냐는 친구의 문자에 생각 없이 "그~럼"이라고 답하는 나. 정말 잘 살고 있는 있는지 자문해 본다. 서평가이자 강연가인 세렌디피티 인문학 연구소 장재형 대표의 2022년 출간 작품 <마흔에 읽는 니체>는 60대가 된 내게 또 다른 삶의 지표로 다가왔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자신만을 위한 행운의 별이 하나쯤 있고 아직 자신의 춤추는 별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불행하다'는 니체의 글에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행운의 별과 춤추는 별을 찾은 것일까. 찾지 못했다면 불행한 걸까.'
자신의 별을 찾기 위한 니체 철학의 핵심 주제는 바로 '자기 극복'. 이를 위한 정신의 세 단계 변화를 3개의 상징인 '낙타. 사자 그리고 아가'로 설명한다.
'낙타의 정신' 단계는 내게 주어진 운명을 견디며 무거운 짐을 진 아픔을 버텨내는 삶의 태도다. 우리 부모 세대가 가졌던 삶의 순응이 전통적인 철학과 종교가 요구하는 진리, 도덕과 하나 되었던 시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두 번째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주인이 되는 자각의 시기인 '사자 정신' 단계이다.
마땅히 해야 한다는 순응에 맞서 '하기 원한다'는 자유 의지의 주인이 되는 단계이다. 새로운 가치 창조를 위한 자유 쟁취의 정신이지만 새로운 가치는 창조하지 못하는 단계로 설명된다.
마지막 '아이 정신'의 단계는 새로운 가치를 위한 삶의 긍정적 태도와 '자기 극복의 최고 경지'이다. 니체는 어린아이의 특징을 '순진무구함', '망각', '새로운 출발', '놀이', '스스로 도는 수레바퀴', '최초의 움직임', '성스러운 긍정'의 일곱 가지로 설명했다. 스스로 놀이에 집중하는 순진무구한 아이의 모습에서 진정한 창조자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니체의 주장에 나를 돌아본다.
공부라는 무거운 짐의 의무를 견디며 버텨야 했던 낙타정신의 청소년 시기를 지나왔다.
자유 의지의 포효하는 사자 시기를 나는 어떻게 보냈던 것일까. 내겐 전혀 다른 두 인격이 만난 결혼의 시기가 바로 사자정신을 자각했던 때였음을 확신한다. 주어진 결혼의 삶을 극복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기대와 환상을 걷어냈던 절망과 현실의 시기였다.
고통의 시간은 성장과 긍정이란 명제 앞에 새로운 자아를 확인하는 기회를 열어주었다. 40에 시작한 대학원공부와 함께 내게 교육 사업의 운명이 시작되었다. 익숙한 과거를 벗고 낯설지만 도전이란 새로움에 나를 던지는 자아 발견의 출발점이 되었다.
지금의 내가 '아이 정신'의 시기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은 내면의 소리가 자주 들려온다는 사실이다. 많은 시도와 시작이 끊임없는 고민과 갈등으로 반복될지라도 '아이의 성스러운 긍정'이 있다면 삶의 궁극 목적인 '초인'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니체는 설명한다.
자기 극복의 단계와 초인의 목표는 바로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자신만이 진정한 삶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초인을 향한 극복의 삶이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말한 니체.
내가 지나는 지금 이곳이 인생의 어디쯤 일지 궁금해진다. 반성과 후회로 반복되는 오늘이 어제가 되고 다시 내일이 되겠지만 오늘은 춤추는 별을 찾아 좀 더 행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