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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22일부터 올 1월 1일까지 9박 11일간의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그 준비기간이야 길었지만 얼떨결에 떠난 여정이었습니다. 앞선 글에서도 썼지만, 떠나기까지 우여곡절도 참 많았습니다. 히말라야는 세계의 지붕이라 할 만큼 지구 둘레의 6분의 1에 달할 정도의 길이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8,848m)를 포함해 8천 미터 급 봉우리 14개를 보유한 거대한 산맥입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맞이한 일출
▲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맞이한 일출
ⓒ 강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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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설과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계곡, 히말라야 고봉들이 만든 깊고도 거대한 협곡 지대 등 워낙 다채로운 풍광들에 매혹된 사람들이, 특히 고산에 대한 동경을 가진 이들이 인생의 버킷리스트로 꼽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기후 위기에 자유롭지 못할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언제까지 그 모습을 간직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북극과 남극의 빙하까지 녹아내리고, 히말라야에서도 빙하 녹은 물을 지탱하지 못해 빙하호가 붕괴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어서 하는 말입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빙하의 모습이다.
▲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빙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빙하의 모습이다.
ⓒ 강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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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는 다양한 목적을 가진 이들이 찾는답니다. 삶의 무게에 지친 이들이 휴식을 위해, 삶의 전환점이 필요한 이들은 터닝포인트로 삼기 위해, 인생에서 큰 결단이 필요한 이들은 결단을 앞두고 히말라야를 찾는답니다.

내가 히말라야를 찾은 이유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의 발동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 솔직히는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 앞에서 이 기회를 놓치면 영영 볼 수 없을 히말라야 만년설을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네팔 소수민족인 구룽족 마을인 향자곳 홈스테이 가정의 거실
▲ 네팔 소수민족 마을 향자곳 네팔 소수민족인 구룽족 마을인 향자곳 홈스테이 가정의 거실
ⓒ 강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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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소수민족의 속살을 어슴푸레하게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던 구룽족 마을 향자곳 홈스테이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10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네팔의 전통 의학인 아유르베다 국립병원을 방문한 일도 이번 트레킹을 주제가 있는 여정으로 알차게 채워준 멋진 선택이었습니다.
 
아유르베다 의사 선생님과 한의사 정흥식 원장
▲ 네팔 아유르베다 국립병원 아유르베다 의사 선생님과 한의사 정흥식 원장
ⓒ 강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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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트레킹의 최종 목적지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오르고 내리는 과정에서 트레커들의 무거운 짐을 천 하나 이마에 걸친 채 군말 하나 없이 묵묵히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임무를 수행하던 현지 포터들의 모습에, 그리고 그 태도에 숙연함까지 느껴졌습니다. 그 무거운 짐을 이고도 '나마스떼'라고 인사를 건네자 웃는 모습으로 메아리처럼 '나마스떼'로 답하던 그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오며 가며 만났던 해맑게 웃던 네팔 아이들의 천진스러운 모습도 오래오래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험악한 산중에서 척박한 산악지대 땅들을 계단식 논밭으로 일궈 곡식을 생산해 살아가는 억척스러운 산골 사람들의 강한 생활력은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묻게 됩니다. 몇 십 킬로미터의 먼 길도 오직 두 발로 걸어서 오르내리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볼 때는 60∽70년대 우리네 부모님들의 삶과도 겹쳐졌습니다.
 
척박한 산악지역의 땅을 일궈 삶을 이어간다.
▲ 네팔 산악지대 계단식 논밭 척박한 산악지역의 땅을 일궈 삶을 이어간다.
ⓒ 강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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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수십 년간 대학에서 환경법을 연구하고 가르치면서 지구환경문제에 대해 남들보다 한 발 먼저 고뇌하고 미래를 걱정해왔기에 환경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한 편입니다. 이번에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면서도 늘 환경법학자로서, 또 환경단체 대표로서의 입장에서 네팔의 현실을 바라보았습니다.

소규모 수력 발전 시설은 좀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계곡의 물을 가두어 관으로 흐르게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을 관으로 유입하여 수압을 활용해 터빈을 돌려 소규모 발전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보기에도 그다지 흉물스럽지 않았습니다. 산골 마을에서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잘 활용하면 네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산중이라 바람이 세니 조그만 풍력 발전시설도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롯지와 롯지 사이에 작은 쓰레기 소각로가 설치되어 있다.
▲ 안나푸르나 트레킹 롯지와 롯지 사이에 작은 쓰레기 소각로가 설치되어 있다.
ⓒ 강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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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와 포카라는 높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는 분지 지역이라 공기의 질도 나쁘다고 합니다. 원인은 자동차 배기가스 때문이랍니다. 그러한 문제는 전기차 등이 보편화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카트만두 시내를 흐르는 강도 심하게 오염되어 있었습니다.

또 하나 안타까웠던 것은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에 있었던 롯지와 롯지 사이에 설치되어 있는 소규모 소각장이었습니다. 트레커들이 버린 쓰레기들을 모아 태우게 되면 히말라야 원생자연의 맑은 공기를 오염시키게 되고, 이는 히말라야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 그 자체이겠지요.

앞으로 기후 위기를 눈앞에 두고 네팔인들의 삶의 질 문제에 대해서도 천착하면서, 개발과 환경보전의 문제를 동시에 고려함으로써, 네팔의 원생자연을 그대로 보전하는 동시에 네팔인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지혜로운 방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를 맞아 네팔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히말라야의 원생자연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태그:#안나푸르나트레킹, #네팔환경문제, #삶의질향상, #기후위기, #대체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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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법학과 교수. 전공은 행정법, 지방자치법, 환경법. 주전공은 환경법. (전)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전)한국공법학회부회장, (전)한국비교공법학회부회장, (전)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전)김해YMCA이사장, 지방분권경남연대상임대표, 생명나눔재단이사, 김해진영시민연대감나무상임대표, 홍조근정훈장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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