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 9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욕설 논란' 관련 화면을 전광판에 띄우고 있다.
▲ 대정부질문에 등장한 윤대통령 "욕설" 화면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 9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욕설 논란' 관련 화면을 전광판에 띄우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법원이 MBC의 보도가 허위라고 판단한 까닭은 무엇일까? 문제의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서 1심 재판부는 OOO을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들었던 것일까?

법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2022년 9월 뉴욕 순방 당시 '바이든'과 '날리면' 가운데 어떤 발언을 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MBC가 허위보도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MBC 기자는 현장에 없었고, MBC 보도를 반박한 박진 외교부 장관은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들었다는 점을 판단의 주요한 근거로 사용했다.

<오마이뉴스>는 12일 MBC에 대한 외교부의 정정보도청구를 인용한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12부(성지호 부장판사) 판결문(총 29쪽)을 살펴봤다.

"바이든-날리면, 어떤 발언 한 것인지 밝혀지지 않아"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윤 대통령 발언 가운데 논란의 대목인 'OOO'을 두고 감정인이 '판독불가' 감정결과를 내놓았다고 밝혔다. 이어 "감정결과 외에도 국내 언론사나 음성전문가 등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바이든은 / 날리면' 부분을 과학적·기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원고와 피고 모두 소송과정에서 위 발언 부분이 명확히 들리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특별히 다투지 않았다"면서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은'과 '날리면' 중 어떤 발언을 한 것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발언이 이루어진 시각, 장소, 배경, 전후 맥락, 당시 위 발언을 직접 들은 박진 (외교부) 장관의 진술 등을 종합해볼 때,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을 향하여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이유를 제시했는데, 이는 전반적으로 용산 대통령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윤 대통령이) 글로벌펀드에 1억 달러 기여를 약속하였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대하여 '상당한 증액'이라고 언급한 상황에서 만약 야당이 1억 달러 기여에 대한 동의를 해주지 않을 경우에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가 하락 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우려할 수 있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이 위와 같은 취지에서 대한민국 국회를 상대로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고 봄이 자연스럽다."
 

재판부는 미국 의회와 바이든을 향한 발언이라는 주장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일반적으로 미국 의회를 지칭하는 '의회' 대신 착오로 대한민국 국회를 지칭하는 '국회'를 사용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면서 "앞서 보듯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하였는지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고, 그밖에 미국 의회를 '국회'로 잘못 지칭하였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확인되지도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 발언 신뢰... "직접 들었다"

재판부는 또한 MBC 보도 내용을 반박한 원고 쪽 박진 장관의 발언을 두고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사후에 말을 맞췄을 가능성을 배제한 채 그가 현장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MBC 소속 기자들 중 이 사건 발언을 현장에서 직접 들은 사람은 없었다. MBC 소속 기자들은 미국 뉴욕 현지에서 국내로 송출된 영상 자료를 토대로 이 사건의 발언의 내용을 확인하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발언을 현장에서 직접 들었던 박진 장관은 2022년 9월 30일 외교부 청사에서 이루어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그것(세계 질병 퇴치를 위해서 공여하겠다는 발표)이 제대로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창피한 것 아니냐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라고 답변했는데, 이 사건의 발언 배경, 전후 맥락에 비추어 신빙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 장관의 이 답변은 윤 대통령의 문제 발언이 나온지 8일 뒤 상황이다.

MBC는 풀 기자단 간의 상호 확인을 거쳤고, 대통령실의 구체적인 반박이나 해명이 없었던 점, 국내 148개 언론사가 같은 취지로 보도한 점 등을 강조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재판부에서 정한 정정보도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본 방송은 2022년 9월 22일 <뉴스데스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장소에서 미국 의회와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향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고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입니다.

재판부는 "피고(MBC)는 이 사건 판결 확정 후 최초로 방송되는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의 첫머리에 진행자로 하여금 정정보도문을 통상적인 진행 속도로 1회 낭독하고, 낭독하는 동안 위 정정보도문의 제목과 본문을 통상 프로그램의 자막과 같은 글자체 및 크기로 계속 표시하라"라고 판결했다.

[관련기사]
'바이든-날리면' 소송 MBC 패소... 법원 "정정보도하라" https://omn.kr/271z1
[전문] MBC 입장 "받아들일 수 없다... 곧바로 항소" https://omn.kr/2721w

 

태그:#바이든날리면
댓글8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