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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성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초대 대표이사.
 김현성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초대 대표이사.
ⓒ 안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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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가 디지털 경제 영역에서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수도로 나아가는 길에 모든 역량을 쏟겠습니다."

취임 100일을 갓 넘긴 김현성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초대 대표이사는 8일 '글로벌 디지털 경제 수도, 광주'는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고 자신했다.

서울특별시 최초 디지털 보좌관, 중소기업유통센터 초대 소상공인디지털본부 본부장. 이름 앞에 '최초'와 '디지털'이란 수식을 달고 다니는 디지털 혁신가가 고향을 떠난 지 30년 만에 '지산지소'를 외치며 돌아온 것이다.

김 대표이사는 지난 8월 기존 경제고용진흥원과 상생일자리재단이 통합된 새로운 재단의 초대 수장으로 임명됐다. 전국 특광역시 17개 경제진흥기관 수장 중 '최연소 대표'라는 기록도 세웠다.

그가 슬로건처럼 외치는 '지산지소'는 지역의 제품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을 넘어 보다 지능적(디지털), 지구적으로 소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공간의 개념이 없는 디지털 경제 시대에 불가능한 도전은 없는 만큼, 광주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가자는 당찬 포부를 강조할 때 주로 쓰는 말이다.

광주의 신경제 정책 디지털과 접목

- 재단 대표이사로 임명되기 전 서울특별시 디지털보좌관,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 디지털본부장 등을 지냈다.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오셨나.

서울특별시 최초의 디지털 보좌관 시절 2015~2020년 서울시 정보화 기본계획 수립을 총괄했다. 디지털을 소통, 민생경제, 혁신, 글로벌 관점에서 보고 '소셜특별시', '디지노믹스(Digital + Economics)', '디지털 사회혁신', '글로벌 표준도시'를 각각의 비전으로 삼았다.

문재인 정부는 최초로 소상공인 기본계획을 정부 차원에서 수립했다.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서 대통령 비서실에 자영업비서관을 두고 중소벤처기업부에 소상공인실을 신설했다. 이중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정책을 맡아서 추진했던 곳이 중소기업유통센터의 소상공인디지털본부였다. 신설된 조직으로 초대 본부장을 지냈다. 어쩌다보니 '디지털'이란 수식이 늘 이름 앞에 붙었다.

강기정 광주시장의 부름을 받은 것도 디지털 혁신가로서의 역할을 주문한 것이 아닌가 싶다. 민선 8기 광주시는 AI, 창업 등을 신경제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연장선에서 '디지털 경제 수도, 광주'를 함께 만들어 가는데 제 쓸모를 다하겠다.

- 재단은 두 기관이 통합해 출범했다. 중복‧유사기능 통합과 원만한 노사관계 유지 등 경영 효율화와 조직 안정화는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개인적으로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사자성어를 좋아한다. '상대와의 공통점은 함께 추구하고, 차이점은 그대로 남겨둔다'라는 뜻이다. 취임 직후부터 같은 것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100일 동안 내부 임직원들과 '직통'(直通)이란 이름으로 일대일 소통을 이어왔다. '직총'(直總)을 강조하며 '다 그래(Yes)'를 바꾸자고 결의했다.

어느 한 기관의 양보가 아닌 가급적 서로의 생각과 생각이 만나서 조정되고 조율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리적 통합 이후 화학적으로까지 통합될 수 있도록 듣고 또 들어서 더 깊고 넓은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많이 가까워졌다는 느낌이다.

경영지원 업무를 가장 먼저 통합했다. 기존 상생일자리재단이 보유한 연구기능이 경제고용진흥원이 갖지 못한 전략기능과 결합되면서 시너지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화학적 결합이 단순하게 기능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전과 미션을 함께 했을 때 진정한 뜻의 통합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개인적으로 '샐러드팟' 같은 통합이 됐으면 한다. 샐러드가 한 그릇에 담겨 샐러드란 이름이 됐지만 그 안에서 각자 고유의 맛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주관으로 지난 4일 열린 '경제 + 일자리 통합기관 비전 및 CI 공유회'에 참석한 강기정 광주시장(중앙 왼쪽 첫 번째)과 김현성 초대 대표이사(왼쪽 두 번째)가 내빈들과 CI 제막식을 갖고 있다.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주관으로 지난 4일 열린 '경제 + 일자리 통합기관 비전 및 CI 공유회'에 참석한 강기정 광주시장(중앙 왼쪽 첫 번째)과 김현성 초대 대표이사(왼쪽 두 번째)가 내빈들과 CI 제막식을 갖고 있다.
ⓒ 광주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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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디지털 전환부서 신설

- 이주 초 재단에서 색다른 비전공유회를 열었다. 기존의 비전공유 행사와 어떤 점들이 달랐나.

우리 기관이 광주 경제의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하는 만큼 디지털스러운 행사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오프라인 행사를 디지털로 중계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디지털 스트리밍을 중심으로 처음부터 기획했다.

스트리밍의 장점인 동시 송출로 콘텐츠 커버리지 또한 넓혔다. 일명 광주경제스파(스트리밍 파트너)를 만들어 동시 송출했다. 시민들이 현장에 오지 않고도 모바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1000명이 참석하는 오프라인 행사 준비 비용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디지털이 갖고 있는 장점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하고, 실제 시민의 삶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알려 나가겠다.

- 디지털 전환에 맞춰 준비하고 있는 신규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

소상공인 디지털전환실을 신설했다. 일단 소상공인들이 디지털 플랫폼에 가게를 운영할 수 있도록 1만 입점을 지원하려고 한다. 이제 막 입점했거나 이미 입점된 광주 소상공인 제품의 디지털 상품화를 돕는 지원도 적극적으로 펼쳐가 생각이다. 주기적으로 주요한 플랫폼의 MD들을 불러서 컨설팅을 받게 한다든지 상세페이지 컨설팅이나 디지털 브랜드 마케팅 지원 등을 통해서 광주 소상공인 상품의 디지털 커머스 내의 경쟁력을 키워갈 생각이다.

또한 디지털 상공인 포럼을 통해 디지털 전환한 소상공인들이 서로의 노하우를 교환하고 새로운 커머스 인사이트를 나누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서 소상공인이 중심이 되고, 주도하는 사업으로 키워갈 생각이다.

중소기업 대상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이를 기업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계획이다. 지역생산 제품을 정리한 광주형 카탈로그를 제작해 수요를 촉진하는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카탈로그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직접 구매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광주의 주요 공공‧민간 조달이 지역 내 제품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려고 한다.

'광주 made, buy 광주'

- 취임한 후로 '지산지소'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개념인가.

공공은 경제에서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가. '다 하겠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말과 같다는 생각으로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묻고 있는 물음이다. 여전히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지만 미국의 '바이아메리카', 중국의 '애국소비'는 공공의 수요 창출, 내수 촉진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클리블랜드나 영국의 프레스턴 사례에서도 지방정부의 수요혁신 기능을 통해서 도시의 회복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과거 지역소멸의 대안으로 이야기했던 커뮤니티비지니스의 슬로건인 '지산지소'를 떠오르게 했다. 이런 의미를 확장하고 디지털 경제시대에 맞게 재해석했다.

지역의 제품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뜻을 넘어, 지능적(디지털)으로 소비하고 지구적으로 소비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광주 전체 조달 시장 규모는 2조 7천억 원 규모인데 광주 내에서 구매하는 비율은 45% 정도다. 전라북도와 강원도는 60%가 넘는다. 적어도 10%p의 여력은 있다는 것인데, 이만큼을 끌어올리면 2천 7백억 원의 수요가 지역 내에서 창출된다.

광주 전체 공공급식 시장도 상당하다고 들었다. 민간과 공공의 수요를 광주지역 경제와 연결해 밸류(가치) 체인을 만들어 내자는 것이다. 이런 지역 내 애향소비 흐름을 디지털로 지구적으로 연결해 '광주 made, buy 광주' 캠페인을 노사민정이 함께 펼쳐갔으면 한다. 광주가 가장 확실한 공유브랜드라고 자신한다.

- 대유위니아 사태로 지역경제가 어렵다.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대유위니아가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때 피해에 대한 정확한 집계와 회생법원의 개시 명령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재단이 갖고 있는 기업지원플랫폼에서 피해상황을 접수해서 정확한 피해규모를 파악했다. 이와 함께 법정관리 개시 명령을 신속하게 받아내고, 이후 대유위니아 정상화를 기원하는 광주시민 서명을 받아서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또한 대유위니아 문제가 지역적 차원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노사민정이 함께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정부에 중소기업특별지원지역과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빠르게 진행해 줄 것을 촉구했다. 지난달 중소기업특별지원지역 지정이 됐는데, 보통 3개월이 걸리는 과정이 1개월 만에 끝났다. 광주시와 시민이 함께 만든 결과다. 고맙고 감사드린다.

고용노동부도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신속하게 이행해주길 바란다. 동시에 경영진 일가의 적극적 회생 의지와 사재 출연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회생 동참 의지에 응답해야 한다. 법정관리가 반드시 청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회생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는 것을 법원에 적극적으로 이야기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김현성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초대 대표이사.
 김현성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초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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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단의 업무 범위가 매우 넓은 것 같다. 시의회에서도 재단의 연구분야 전문 인력 부족을 지적했던데, 앞으로 확보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나.

현재 재단의 연구 인력이 정원에 훨씬 못 미치는 2명에 불과하다. 통합 이후 연구부의 새로운 위상과 역할이 부여되고 있다. 정책연구와 함께 부족한 재단의 전략기획 역할을 통한 통합의 시너지를 만들어 갈 생각이다. 지역 노동정책을 수립하고 실태조사가 이루어져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또한 사업계획을 구상할 때에도 데이터에 기반한 사업계획이 필요하다. 재단의 연구기능은 탁상공론이 아닌 실사구시적 관점이 강하다. 즉시 정책화 할 수 있는 실용적 연구가 재단의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시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으며 점진적인 인력 확충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 공공이 경제문제 역할이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내년 재단 활동에 대한 포부는.

광주가 디지털 경제 영역에서 대한민국을 넘어서 글로벌 수도가 됐으면 한다. 시공간의 개념이 없는 디지털 경제 시대에 충분히 가능한 꿈이다. LA와 바르셀로나가 CES와 MWC를 통해서 디지털 리더십을 이끌어 가고 있지 않은가? '글로벌 디지털 경제 수도, 광주'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지산지소를 통해서 지역의 회복력을 높이고 이미 만들어진 디지털 로드를 활용해 '광주 made, buy 광주'를 실천해 간다면 분명 꿈은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전국 17개 경제진흥기관 원장과 대표 중 1970년대 태생은 제가 유일하다. 최연소 대표이사다. 젊다는 것이 열정과 의지가 다르다는 장점일 수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일 수도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30년간 광주를 떠나 있었다. 많은 것이 변했다. 광주에 빚이 없는 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전후사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단점일 수도 있다. 제 장점을 잘 활용하고 단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응원해줬으면 한다. 마침표를 찍는 대표가 아니라 가장 많이 물어보는 대표가 되려고 한다. 듣는 것이 정책이라는 '청책'(聽策)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한다.

태그:#디지털전환, #디지털경제, #지산지소, #디지털혁신, #글로벌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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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통신 기자를 거쳐 오마이뉴스 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사 제보와 제휴·광고 문의는 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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