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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트렌드가 뭐야?"
"음... 탕후루?"
 

대학 동기들한테 요즘 유행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10명 중 9명은 탕후루라고 답했다. '식후탕', '마라탕후루'는 탕후루 붐으로 생긴 신조어이다. 각각 '식사 후 탕후루 먹기', '마라탕 먹고 탕후루 먹기'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탕후루란 무엇인가. 꼬치에 끼운 과일에 설탕 코팅을 얇게 한 중국 간식이다. 아무튼 탕후루가 한국에서 그렇게 인기다. 주변을 둘러보면 탕후루 가게가 우후죽순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한 탕후루 프랜차이즈 업체는 2023년 2월 전국에 점포가 50여 개였는데, 5개월 만에 300여 개의 점포로 증가했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탕후루 인기를 실감할 수 있겠다.

탕후루가 유행인 만큼 집에서 직접 만드는 방법도 여러 사이트에서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사람마다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된 것은 다음과 같다. MZ세대인 만큼 유행에 뒤처질 수 없어 샤인머스켓으로 탕후루를 직접 만들어 보았다.

1. 과일을 세척하고 물기를 닦아 꼬치에 꽂는다.
 
과일을 세척한 사진이다.
 과일을 세척한 사진이다.
ⓒ 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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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설탕과 물을 2:1 비율로 넣고 물엿을 소량 넣어 중불로 끓인다(이때 설탕물을 절대 저으면 안 된다).

3. 설탕물이 연한 갈색이 되고 걸쭉한 느낌이 들면 설탕물을 얼음물에 떨어트려 본다. 설탕물이 딱딱하게 굳고 잘 부서진다면 불을 끈다.

4. 과일꼬치에 설탕물을 입힌다.
  
과일 꼬치에 설탕물을 입히는 모습이다.
 과일 꼬치에 설탕물을 입히는 모습이다.
ⓒ 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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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과일꼬치를 얼음물에 넣어서 식히고 쟁반에 올려두고 굳힌다.
 
탕후루를 완성한 모습이다.
 탕후루를 완성한 모습이다.
ⓒ 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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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꼬치를 충분히 식히고 과일 표면을 만져봤을 때 손에 진득하게 묻어 나오지 않고 유리구슬처럼 코팅이 되었다면 탕후루 만들기 성공이다. 세 번의 실패 끝에 탕후루 만들기를 성공하기는 했지만 매끈한 탕후루를 집에서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고 느꼈다.

첫 번째 실패는 설탕이 잘 녹지 않아서 내 마음대로 젓가락으로 저어 녹여서 흰색 알갱이들이 생겨 실패했다. 두 번째는 과일꼬치에 설탕물을 다 묻히기 전에 설탕물이 굳어버려 실패했다. 세 번째 시도에는 과일꼬치에 설탕물을 다 묻히고 굳히려는데 두 시간을 기다려도 굳지 않고 진득거렸다. 가열을 덜 했는지 설탕물의 농도를 잘못 맞추어 실패했다. 네 번째 시도에 드디어 탕후루 만들기를 성공했다. 시도한 지 대략 네 시간 만에 눈물겨운 탕후루의 맛을 볼 수 있었다.

탕후루에 숨어 있는 원리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설탕을 물에 녹이는 과정에서 왜 절대 저으면 안 될까? 끓일 때 진득했던 설탕물이 다시 단단하게 굳는 건 어떤 원리일까? 설탕물을 어느 정도 가열해야 탕후루를 잘 만들 수 있을까? 그 이유를 알아보자.

설탕물이 딱딱하게 굳는 원리를 알려면 먼저 비결정질에 대해 알아야 한다. 비결정질이란 결정에서 보이는 규칙적인 원자 배열이 나타나지 않는 무질서한 원자 또는 분자의 배열을 말한다. 원자 간의 결합이 약해서 쉽게 깨지거나 부서지는 성질이 있고 대표적으로 유리가 있다.

설탕은 비휘발성 용질이기 때문에 설탕물을 가열하면 100℃ 이상으로 끓을 수 있다. 물의 끓는점은 100℃이므로 설탕물이 100℃ 이상이면 수분이 점점 증발하고 130℃가 되면 녹인 유리처럼 성질이 변한다.

이때 설탕물을 얼음물에 넣어서 식히면 바삭하게 부서지고, 이때가 탕후루를 만들기에 적당한 설탕물이 완성된 것이다.

설탕물을 저으면 안 되는 이유는 설탕물을 비결정상태로 만들어야 식혔을 때 딱딱하게 굳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탕물을 저으면 결정화가 된다. 결정화란 액체 또는 비결정상태의 고체가 결정을 형성하는 현상이다. 젓가락 등으로 저으면 설탕끼리 뭉쳐 하얀 덩어리가 생긴다. 이러면 탕후루를 만들었을 때 단단하게 굳지 않을 수 있고, 표면이 매끈하지 못하고 하얀 덩어리가 남는다.

물엿을 소량 넣는 이유를 알려면 먼저 탄수화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당 분자가 하나면 단당류, 단당류 2분자가 결합되어 있으면 이당류, 3분자 이상은 다당류라고 하고 당 분자가 매우 많이 붙어있으면 전분이라고 한다. 단당류와 이당류, 다당류 전분을 모두 합쳐 탄수화물이라 총칭한다.

덱스트린이란 이당류와 전분 사이, 즉 전분보다 분자량이 작은 다당류를 말한다. 덱스트린은 긴 사슬의 당을 짧은 사슬로 분해하고, 식품을 코팅해주는 역할을 한다. 물엿에는 덱스트린 성분이 있기 때문에 이당류인 설탕이 결정화되는 것을 막고 탕후루의 설탕 코팅을 매끄럽게 만들어 준다.

피부에 잘 달라붙는 설탕 시럽 각별히 주의해야
 
완성된 탕후루에 크랙을 낸 모습이다.
 완성된 탕후루에 크랙을 낸 모습이다.
ⓒ 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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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후루를 직접 만들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만들어보니 설탕물의 농도를 확인할 때와 설탕물을 과일꼬치에 입히는 과정에서 손이 냄비와 가까워져 화상의 위험이 몇 번 있었다. 또 설탕물을 묻힌 탕후루를 옮길 때 잘 받치지 않으면 설탕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서 자칫하면 바로 데일 것 같았다.

설탕 시럽은 온도가 높고 끈적해서 피부에 잘 달라붙는다. 설탕물에 화상을 입었을 경우 설탕물을 최대한 피부가 손상되지 않도록 떼어내고, 화상 부위를 20도 정도의 물로 충분히 식혀야 한다. 심각한 경우 피부까지 같이 떼어질 수 있으므로 억지로 떼어내서는 안 된다. 또한 물집이 생기면 터트리면 안 되고, 응급처치 후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달달한 설탕과 맛있는 과일의 조합이 꽤 나쁘지 않다. 설탕 코팅이 바삭하니 마치 사탕을 먹는 것 같기도 하고 단단한 탕후루끼리 두들겨 크랙을 내서 먹는 재미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것의 과학적 원리를 생각하며 집에서 한 번쯤은 만들어보길 추천한다. 다만 레시피를 먼저 숙지하고 안전 수칙을 잘 지키며 어린 아이들은 반드시 어른과 함께할 것을 권한다. 

태그:#탕후루, #트렌드, #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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