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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자료사진)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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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가 24일 공개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해병대 중앙수사대장(중수대장) 사이의 전화 녹취는 고 채 상병 사건과 관련돼 제기된 수사외압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두 사람 사이의 통화가 이뤄진 것은 지난 8월 2일 밤으로, 이날은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이 임성근 해병1사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관련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날이다. 경찰 이첩 직후 박 대령은 수사단장 직에서 보직해임됐다.

오후 9시 48분부터 4분 42초 동안 이어진 통화에서 김 사령관은 "어차피 우리(해병대)는 진실되게 (조사)했기 때문에 잘못된 건 없어. 정훈이가 답답해서 그랬겠지"라고 말하는데, 이로 미루어 김 사령관 역시 해병대 수사단 수사 결과에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수사결과를 경북경찰청으로 넘긴 박 대령의 결정에 대해서도 김 사령관은 "결국 그것 때문에 본인(박 대령)이 책임지겠다는 거 아니야"라며 "이렇게 하다가 안 되면 나중에, 내 지시사항을 위반한 거로 갈 수밖에 없을 거야"라고 말했다. 박 대령을 두둔하거나 적어도 자신은 박 대령에게 책임을 물을 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히는 것처럼 들린다.

또 당시 통화는 조사기록의 경찰 이첩 문제를 놓고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다는 박정훈 대령의 주장이 사실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김 사령관이 "국방부 법무관리관하고 얘네(해병대 수사관)들 통화한 거 다 있을 거 아니야? 기록들 있지?"라고 묻자 중수대장은 "기록도 있고, 그 통화할 때 저하고 이렇게 지도관하고 다 회의하던 중간에 법무관리관이 막 전화 오고 이래가지고"라고 답변했다.

또 중수대장은 "그때 옆에서 또 다 들었다. 다 듣고 할 때도 이게 '너무 이렇게 외압이고, 위법한 지시를 하고 있다'라고 다들 이렇게 느끼면서 이렇게 하고 있어서"라고 말했다. 중수대장이 언급한 법무관리관과의 전화 통화는 지난 8월 1일 오후 4시 7분께 이뤄졌는데, 당시 박 대령은 자신의 아이폰 스피커를 켠 후 유재은 법무관리관에게 전화했다. 통화 내용은 박 대령뿐 아니라 중수대장과 준위 계급의 수사관 1명이 함께 들었다.

박 대령은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를 놓고 유 법무관리관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대대장 이하에만 혐의를 적용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는데,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중수대장 역시 유 법무관리관의 관련 언급을 '외압', '위법한 지시'로 파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두 사람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넘긴 관련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이미 도로 가져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걸로 보인다.

중수대장은 군 검찰의 기록 회수 시도에 대해 "경찰에 넘긴 기록도 국방부에서 이렇게 받아가겠다고 그런 식으로 또 무리하게 지금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국방부 검찰단에서 경북경찰청으로) 연락이 와서 '이 사건 기록을 정식 접수 안 한 걸로 해달라'고 하면서 연락이 와서 경찰 쪽에서 (해병대)1광수대 쪽으로 연락이 와가지고 이렇게 하고 있다란 이야기도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기록을 (도로) 가져가는 순간 자기들 다 발목 잡을 것"이라고 말해 국방부 검찰단의 서류 회수가 위법 행위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모두 해병대사령관과 중수대장 사이의 통화 녹취 내용이 공개되면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녹취록을 공개한 임태훈 소장은 24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중수대장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 바로 밑의 부하고, 박 대령과 함께 고 채 상병 수사를 했던 분"이라면서 "본인 진급도 달려있고, 앞으로의 군 생활도 남아 있는데,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 소장은 "진실이 왜곡되는 것에 대해 당사자가 적잖은 심리적 고통을 느꼈을 텐데, 내 짐작이지만 사실을 바른 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임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고 채 상병 순직 사건을 내사한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로 관련 자료를 넘긴 당일 해병대사령관과 중수대장 사이에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의 의미는.

"중수대장은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 바로 밑의 부하고, 박 대령과 함께 고 채 상병 수사를 했던 분이다. 그래서 이 사건의 내막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인데, 이걸 공개했다는 건 진실이 뭔지 규명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실 굉장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앞으로 본인 진급도 달려있고, 군 생활도 남아 있는데, 쉽지 않은 일을 선택을 했다. 진실이 왜곡되는 것에 대해 당사자가 적잖은 심리적 고통을 느꼈을 텐데, 내 짐작이지만 사실을 바른 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본 것 같다."

- 경찰로 관련기록을 넘긴 박 대령이 바로 직위해제되고 군 검찰에 입건되는 것을 봤을텐데, 어떤 이유에서 녹취록을 공개했는지 궁금하다.

"단순히 '용기가 있다' '대단하다' 이런 수준을 넘어서는 문제다. 본인도 박 대령처럼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이걸 그냥 감내하겠다는 수준을 넘어서는 일이다. 흔히 '함께 맞는 비'라는 이야기를 한다. 박 대령에게 우산을 씌워줄 수 없는 상황이니, 그 비를 함께 맞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처자식이 딸려 있고 본인의 군 경력이 모두 걸려 있는데, 정말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결국 이 분은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해 양심의 소리를 따른 걸로 보인다."

- 향후 박 대령은 어떻게 될 걸로 전망하나.

"국방부는 박 대령을 기소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기소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은 수사과정에 외압이 누구에 의해서 이루어졌는지 드러나는 부분이어서, 이를 감추기 위해서라도 결국 군 검찰이 박 대령을 기소할 수밖에 없을 걸로 본다."

- 대통령실이나 국방부는 이제껏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별로 해명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입장은 그런데, 오히려 이제는 한술 더 떠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빼돌리려고 하고 있다. 신원식 장관으로 교체되면 아마도 대대적인 '숙군 작업'이 벌어질 것이다. 그것을 거대 야당이 방치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방부 장관 탄핵 소추안을 발의하지 못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엄청난 실책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가지 하자가 많은 신원식 의원을 국방부 장관에 지명한 것이지만, 이런 사람이 지명되도록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지 못한 민주당이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라는 점은 명확하다. 지금은 책임정치가 실종된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 야당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만 더욱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후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모두 사퇴하면서 당초 25일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본회의 개최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본회의 통과까지 최장 240일 걸리는 채 상병 순직 사건 특별검사(특검) 법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패스트트랙) 마지노선을 놓치게 됐다. 

국회 법사위에서 논의하는 특검법안의 경우 법사위에서 180일, 본회의에서 60일을 더해 총 240일이 지나면 더불어민주당 뜻대로 본회의 표결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21대 국회 임기는 2023년 5월 29일까지다. 이제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더라도 여야가 합의를 하거나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결정해야 국회를 통과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은 특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태그:#임태훈, #군인권센터, #김계환 사령관, #해병대 중수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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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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